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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 4]건물/공간 _ 동주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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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 4]건물/공간 _ 동주민센터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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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구로의 미래가치, 공공디자인으로_4 : 친절▪ 대화 ▪ 휴식의 공간 시급
2007년 9월 1일자로 전국 2,165개의 동사무소가 동주민센터로 이름을 바꾸었다. 동 직원의 업무공간에서 주민들의 편의와 자치공간으로의 의미를 부여한데 따른 것이다.

구로지역의 동주민센터는 현재 17곳. 하루 평균 150~500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주민센터 간판을 단 건물의 문턱을 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주민들에게는 동사무소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것이 사실이다.

주민들의 생활에서 행정적으로 가장 자주 접하고 찾아가는 곳이지만 아직까지 필요한 행정업무만 보러 가는 기관으로 남아있는 측면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인 것도 주요인으로 보인다.

변화된 주민센터라는 이름에 맞는 역할과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호에서는 건물 공간 편으로 공공기관 중 주민들의 이용이 가장 많은 공공 공간인 동주민센터와 주민자치센터를 살펴본다.

구로구 동주민센터와 주민자치센터 공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와함께 변모하는 타지역의 선도적인 주민센터 디자인 사례를 통해 공공디자인적인 측면에서의 구로 주민센터 개선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17개 동, 80년대 건물이 절반

구로구에는 8월말 현재 모두 17개의 주민센터가 있다. 구로지역내 동주민센터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는 어떨까. 한마디로‘낙후’돼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8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 8곳으로 가장 많다. 70년대에 지어진 건물인 오류2동 주민센터는 아직까지 활용되고 있다. 90년대에 새로 신축된 주민센터는 3곳이며, 구로3동 주민센터는 98년도에 지어진 디지털단지내 빌딩 1층에 입주했다. 2000년에 이르러 신축된 주민센터는 모두 4곳이지만, 그 가운데 가리봉동 주민센터는 임시로 임대료를 내고 구로디지털밸리 내 빌딩에 입주해 있다.

시설 낙후는 주민센터 디자인 측면에서 가장 먼저 낙제점을 받는 이유가 된다. 70~80년대 지어진 동사무소는 획일적으로 사각형 성냥갑모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다, 권위적이고 친근하지 못한 분위기에 간판만‘주민센터’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 이동약자 배려‘턱 높다’

오래된 건물은 외관상으로 보기에 안 좋지만 내부 공간 활용면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먼저 협소함에 따른 공간 활용 어려움이 그것이고, 두 번째는 이동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협소한 공간은 새로운 변화를 향한 시도마저 가로막아 아예 엄두조차 못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공무원들은 말한다.

구로구청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뭘 하려고 해도 할 공간이 없다. 하면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현실적인 애로점을 토로했다.

이동약자들에 대한 배려는 최소한의 시설로 만족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신축건물이거나 통합청사인 고척2동, 구로2동, 구로5동, 신도림동 등이 2층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 나머지 동주민센터나 주민자치센터는 건물 현관 경사로 확보가 전부이다.

심지어 동부민센터가 2층에 있는 개봉본동과 개봉3동의 경우는 동주민센터 1층 현관에 인터폰과 호출벨정도를 설치해 놓고 있을 뿐이다. 2002년에 신축 후 입주한 구로2동 주민센터는 2층에 민원실을 두고 있고 엘리베이터가 있기는 하지만, 엘리베이터까지 가기 위해서는 7~8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아이러니한 경우도 있다.

본지 취재중 공공기관의 디자인 개선을 묻는 질문에 많은 동장들과 구 관계자들이 이같은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 듯,‘장애인, 노인, 임산부를 배려한 편의시설 확보’를 한목소리로 꼽고 있었다.


◎ 주민공간 없는 주민센터 ‘불만’

주민센터에 맞는 주민공간의 절대적 부족도 주민센터 디자인에서 개선돼야 할 지점으로 손꼽힌다.

박은희(33, 오류2동) 씨는 “주민들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은 본 적이 없다. 가서 얼른 업무만 보고 나와야지 하는 공간이지 주민센터가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기대해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민센터 의미에 맞는 공간은 그리 많이 확보돼있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또 대부분 주민센터는 주민자치센터와 층만 달리해 공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이름도 비슷해 주민센터가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에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도 문화와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하드웨어적 공간으로만 머무르고 있고, 주민센터는 여전히 동사무소 업무를 보는 공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주민사랑방을 주민센터 안에 만들기는 했으나, 대부분 동장실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쉼터처럼 편안하게 만나 대화와 정을 나눌 소통의 공간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휴식공간이나 쉼터 공간은 차치하고, 민원을 위해 동주민센터를 방문했을 때라도 편안하게 업무를 봤으면 좋겠다는 주민들의 바람도 적지 않다.

김현순(38, 구로2동) 씨는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했을 때, 편하게 동직원과 얘기하고 싶어도 못하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낮시간 주부들의 이용율이 높은 주민센터에는 소박하게나마 놀이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는 먼저 주민센터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청 도시디자인과 한 관계자는 “동사무소 직원의 근무지 개념에서 벗어나 주민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은 내부 디자인으로 바뀌는 추세가 맞다”며, 주민센터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할 경우 심의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 한병용 공공디자인담당관은 “주민센터 안 구조를 살펴보면 당연히 있어야할 공간이라고 여겨왔지만 이미 기능이 쇠퇴한 공간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고 전제한 뒤 “이런 공간부터 주민들에게 되돌려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그는 기능이 쇠퇴한 대표적인 공간으로 동대본부 공간을 예로 들었다.

이러한 가운데 동 통합으로 빈 주민센터 건물이 생겨날 때 주민중심의 활용도로 변화시키려는 노력도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구로4동과 6동이 통합됨에 따라 비게 된 전 구로4동 주민센터공간이 주민요구를 수렴해 헬스센터 등으로 리모델링해, 새롭게 탄생할 예정이다.


◎ 발상의 전환으로 공간 변신도

서울시 한병용 공공디자인담당관은 “건물을 그대로 두는 방안뿐만 아니라 비우는 정책으로 방향 전환을 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물을 철거하고 그 공간에 쌈지공원 같은 녹지공간을 조성하면 더 쾌적한 마을이 될 수 있다는 것.

이와관련 오류2동에 사는 박은희 씨는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주민센터 건물 바깥 공간 활용을 제안했다. “주민센터 건물이 오래돼 여유공간이 없다면 바깥 주차장이나 짜투리 공간을 이용해 파라솔이나 화분을 놓고 벤치를 두는 방법은 어떻겠냐”는 것. 여름엔 시원한 그늘로, 업무시간이 끝난 후에는 주민들의 쉼터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한옥으로 유명한 혜화동 주민센터는 마당에 돌탁자로, 의왕시 부곡동 주민센터는 지을 때부터 외부공간을 확보해 정자와 작은 연못을 두는 센스를 발휘,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부천시 상곡동 주민센터도 주변 건물과 자투리 공간에 쌈지공원을 마련해 주민센터의 새로운 상을 제시하고 있다.


◎ 지역 이야기 담는 주민센터 돼야

주민센터 디자인이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한옥으로 유명한 혜화동 주민센터의 경우 600년이 넘는 종로구의 역사와 주변에 보존되어 있는 한옥 등이 조화를 이뤄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강남의 한옥보다 종로구의 한옥이 더 큰 감동과 의미를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구로는 새로 지은 주민센터조차 지역적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는 지적이다.

혜화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동마다 역사가 있고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을 특화시키면 좋지 않겠느냐”며 주민센터론을 펼쳤다. "구로는 국가 경제발전의 시작인 지역적 특성을 살려 공장을 이용한 주민센터도 나름대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공장지대가 대규모 아파트숲으로 획일적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지역의 색깔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애정어린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구로4동 최두현 동장은 지역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지역을 아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주민센터 등이 지역에 맞게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지역 조사와 아울러 전문가들의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너무 급하게 가려하지 말고 지역의 조건을 살피는 진지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주민 이데레사(40, 신도림동) 씨도 “공공디자인은 먼저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주민센터를 비롯 건축물과 관련해서는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주민들과 민간건축업자들도 구의 디자인 방향을 알고 개선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미래지향적이고 쾌적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서비스가 최고의 디자인

그러나 많은 주민들은 주민센터에 대한 최고의 디자인은 ‘주민이 주인 되는 친절한 행정 서비스’라고 입을 모은다.

김현순 씨는 “오랫만에 주민센터에 가면 민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은행처럼 안내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다”고 그간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 무인민원발급기이용을 하면서 실패한 적이 있는데, 어르신들은 더 힘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주민에게 관심 없어보이는 동 직원들도 많이 봐왔다”며 극단적으로 “윗사람 대하고 온 느낌”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공무원들이 많이 친절해졌다고 느낀다”는 이데레사씨는 주민센터의 진정한 디자인은 주민과 소통하면서 진짜 주민 공간으로 거듭날 때 가능하다며 인간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로5동 심춘섭 동장은 얼마 전 현재의 공간에서 주민들이 최대한 편하게 머무르다 갈 수 있도록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 “구로5동은 주변 관공서와 사무실이 많아 점심시간을 이용한 민원인이 많은 편인데, 공간이 협소해 몇 명만 들어와도 좁고 답답해보인다”면서 “직원들의 공간을 조금 좁혀 민원인 대기공간을 좀더 넓히기로 결정, 9월에 재배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은 변화이지만 의미있는 마인드의 변화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구로3동 김찬호 동장도 “신속한 서비스, 쾌적한 주민센터가 최고의 디자인”이라며 서비스 개선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주민과 함께 활용방안 찾자

이처럼 크고 작은 주민센터 디자인의 변화에 많은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도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낙후된 시설은 디자인 개선이라는 과제를 가로막는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다. 언제 새로 지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공디자인 개념 도입과 개선’이라는 칼자루를 휘두르기엔 그 비용과 효용성 측면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이다.

구 자치행정과 담당자는 “낙후는 인정한다. 또 개선되어야 할 지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신축건물을 지어야 하는데 부지 매입까지 포함해 그 비용이 약 100억원 이상은 예상해야 한다”며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주민센터 공간에 대한 구와 주민들의 인식이라는 게 주민센터의 변화를 기대하는 주민들의 생각이다.

박은희(33, 오류2동) 씨는 “뭔가 새로운 제기를 하면 늘 나오는 얘기는 예산이다. 예산만 있으면 누구든 무엇을 못하겠는가.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는 개방적인 태도가 더 중요한 정책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냥갑같은 획일적 외관, 이동약자 배려없는 시설, 주민공간 부족, 지역특색 무관한 디자인, 쾌적한 서비스 부재등. 구로지역 주민센터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이같은 요소들이 주민과의 조화와 소통이 살아있는 공공디자인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검토되고 개선돼나가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 기획취재팀 : 송지현, 김경숙, 황희준 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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