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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 2]보행자 안전 행복권부터 생각하는 도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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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 2]보행자 안전 행복권부터 생각하는 도로로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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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구로의 미래가치, 공공디자인으로(2) 도로①- 보행권과 안전
▲ 유려한 곡선미를 보여주고 있는 구로디지털단지 내 한 아파트형공장 앞 인도. 혼자서 조용히 걷거나 동료와 벤치에 앉아 발바닥 지압을 할 수 있도록 지압길을 만들어놓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업무스트레스를 해소할 휴식에 대한 배려가 담겨있는 아름다운 길로 부를만 하다.
[글 싣는 순서]
1. 시작하며
공공디자인의 정의와 현재
2. 구로의 공공디자인(1): 도로①
3. 구로의 공공디자인(2): 도로②
4. 구로의 공공디자인(3): 건물·공간
5. 구로의 공공디자인(4): 공원
6. 구로의 공공디자인(5): 노인·장애인·어린이
7. 구로 공공디자인, 함께 열자: 좌담회
8. 마치며
구로의 미래가치, 공공디자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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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면서 일상적으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도로다. 도로는 사람이 이동하거나 특정한 목적지에 다다르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공공의 공간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도로의 주인은 자동차가 됐다. 도시에서는 자동차와 운전자가 강자라면 보행자는 약자라고 할 수 있다. 도로의 시스템이 모두 자동차 위주로 짜여있으며 걷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크지 않다.

원칙 없는 마구잡이 가로시설물 배치, 좁아서 다니기 힘든 보도, 보행자를 고려하지 않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 시스템, 보도 위 불법주차, 형식적이고 일률적인 가로수 식재 등 그동안 도로 공공 공간의 요소들은 개별적으로 그러나 거대하게 도시공간을 잠식해왔다. 특히 이런 요소들은 어린이, 장애인, 노인 등 교통약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장애물이 돼 ‘도로’를 ‘도로’로 이용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했던게 사실.

심지어 우리나라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이 38.6%(2006년 기준)에 달하고, 인구 10만명당 보행자 사망률은 5.28명으로 OECD 국가의 1.58명보다 무려 3.3배나 높다고 한다. 도로의 근본적인 재설계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기획연재 <구로의 미래가치, 공공디자인으로>에서는 구로지역의 도로에서 보행자의 권리와 안전이 어떻게 반영되고 또 배격당하고 있는지 담아보았다. 나아가 도로에서 자동차가 아닌 사람 중심의 디자인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지 몇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함께 제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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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가로막는 도로 시설물 … ‘통합’
보도 올라서는 차량 출입로 … ‘퇴출’
어린이 보호구역 끊긴 보도 … ‘설치’


◎ 도로 디자인의 핵심은 보행 편의

2004년에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보다 안전한 도로환경을 조성하고 교통약자인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보도설치 및 관리지침을 발표하고 도로 건설시 이 규정을 따르도록 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도로의 기능을 ‘안전성, 쾌적감, 연속성, 휴식공간’으로 규정하면서 보도의 최소폭을 1.5m로 정하고 있다. 두 사람이 부딪히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폭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구로지역의 도로에는 최소 유효 보도폭인 1.5m조차 확보하지 못한 보도가 많다.

이유는 규정에 맞는 보도폭을 갖췄다 하더라도 가로수, 우체통, 배전함, 교통신호제어기 나아가 지하철 출입구까지 보도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유효보도 폭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가게나 노점에서 내놓은 각종 물건과 시설에 점령당한 보도를 걷다가 부딪히거나 맞은편에서 사람이라도 올라치면 몸을 틀어 비켜갔던 경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최소 유효보도폭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5월에 발표한 서울시디자인가이드라인에서도 1.5m미만의 도로에는 가로수 등 도로 시설물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이렇게 무질서하게 배열된 도로 시설물을 통합적으로 재배치하거나 정해진 보도의 선을 지키는 시민들의 배려가 발휘될 때 거리도 깨끗해지고, 주민들도 안전하게 보도를 걸을 수 있는 것이다.


◎ 가던 길 그대로 가고 싶다

보행의 연결성도 도로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이다. 앞서의 도로 시설물들로 인한 보행 연결성 훼손이 가장 심각하다. 이뿐만 아니라 건물의 차량 진출입로 때문에 보행 불편은 물론 안전까지 위협받는 사례도 지역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의 건물 차량 진출입로가 보도쪽에 있으면서 차량이 자연스럽게 보도로 올라오고 있는 것. 보도에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해, 결국 어린이 집앞 교통사고의 원인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녹색교통운동의 송상석 교통환경팀장은 “이런 방식의 디자인은 보도에 불법주차장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차량 진출입로를 건물 뒤쪽으로 두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외국의 경우 보도와 차량 출입로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보도턱을 높이고 차량이 들어오는 길은 연결턱을 만들어 보행은 끊이지 않게 하면서, 차량의 속도는 줄이는 도로 디자인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량의 보도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단주(볼라드)가 오히려 보행의 장애물이 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주변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형광류의 원색을 사용한다거나 단단한 돌로 이루어져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어린이들의 부상 요인이 되기 십상이다. 규제를 빌미로 주민들에게는 볼썽사납고 위험한 도로 시설물인 셈이다.

보도의 갑작스런 경사로 인해 휠체어나 유모차 이동이 어려운 것도 보행의 연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다. 평탄하게 안전한 도로를 만들어야 하지만 불가피한 경우나 급경사에는 계단 또는 교통약자를 위한 경사로 설치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 비인간적 도시 개발의 결과

김선희 국토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열악한 보행환경의 문제를 “보행전용도로가 설치된 도시에서도 골목길의 도로화, 주차장화, 불법주차, 시설물 배치 등으로 보행도로의 잠식이 극심하다”며 “미관지구를 제외한 일반지구 내의 건축선 후퇴 전면공지를 주차장으로 쓸 수 있게 관행화되어 있어 자동차에 의한 인도 침입이 심각한 실정”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비인간적인 보행자공간체계’도 개선되어야 할 지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는 평면 교차, 사람은 육교와 지하도를 통한 입체교차를 하도록 도시개발이 이뤄짐으로써 자동차가 보행에 우선하도록 도로구조가 형성되어있으며 광로 중심의 도시교통체계에 따라 보행에 의한 도로횡단의 위험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한다.


◎ 교통약자 보호구역, ‘보호’ 되나

어린이를 비롯한 교통약자 보호구역에서는 노선을 곡선화하거나 굴절시키는 표시로 차량 감속을 유도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라는 것을 운전자에게 빠르게 알려주기 위해 시각적 변화를 주어 주목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보행 안전과 관련해서는 학교 주변의 스쿨존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임은 분명해 보인다.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차도의 색상 구분, 보도 가드레일 설치 등이 있다. 그러나 학교앞 보도의 경우 좁은데다가 가드레일까지 설치해 보도가 더 좁아지는 것은 당연. 등하굣길 많은 어린이들이 몰릴 때는 차도로 보행하는 경우가 많아 좁은 보도는 어린이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학교앞에 보도가 없는 경우도 있고, 보도가 끊기는 경우도 있다.


◎ 법적, 제도적 노력은 아직

현재 서울시를 비롯 부산, 안산 등 시도단위와 관악, 강서 등 37개 자치단체에서 ‘보행권 확보 빛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면서 보행자 중심의 도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제정된 관악구 조례에는 구청장의 책무, 주민의 권리와 협력사항, 보행환경 개선 사업 추진, 사업시행자의 보행환경개선 계획 수립, 보행환경개선위원회 구성 등 보행환경 개선 정책의 틀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구로구는 아직 적극적인 계획을 제출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 7월말에 발표한 다세대 디자인가이드라인에서 주택가 골목길에서 도로폭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건축 심의허가 규정을 발표한 것이 현재로서는 의미 있는 움직임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무심코 지나쳤던 구로의 도로, 그 속 어디쯤 우리가 서 있는지 다시 눈여겨봐야할 때이다.



❚ 기획취재팀 송지현·김경숙·황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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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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