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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여가문화 3]뛰는 노령인구에 기는 노인여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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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여가문화 3]뛰는 노령인구에 기는 노인여가문화
  • 구로타임즈
  • 승인 2008.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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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보도_ 고령화사회의 지역 노인여가문화 3편
궁동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시하는 덩더꿍체조교실에는 몇 년째 우리춤체조와 가락, 동료들과의 즐거운 만남에 푹 빠져 수강하는 회원들이 수두룩하다. 회원들의 연령은 60,70대 어르신들. 올해 3년째 덩더꿍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기례(64)씨는 “굿거리가 뭔지 자진머리가 뭔지 몰라도 가락이 나오면 저절로 움직일 정도는 되었다”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경제성장과 함께 여가문화에 대한 어르신들의 관심과 요구가 높아지면서 지역에도 유료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노인복지프로그램들이 사설문화센터나 복지시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노인 개별적인 환경이나 관심영역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지만, 노인여가문화 복지는 변화하는 노인들의 삶의 욕구를 그만큼의 속도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올해 초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구로지역의 경우도 마찬가지. 지역내 노인여가문화시설과 프로그램 운영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1. 고령화시대 , 외로운 노인들
2. 지역노인 여가문화 1
3. 지역노인 여가문화 2
무엇이 문제인가
4. 은빛사회를 위한 나아갈 방향


부족한 노인여가시설
구색맞춤식 프로그램


지난 2007년 11월말 현재 구로지역 65세이상은 전체인구 42만1085명 가운데 7.6%(3만1795명). 2007년 3월말 이미 7%를 넘어선 7.12%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이는 한국사회가 2002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7.9%인 377만명에 달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던 시기와 비교하면 5년 정도 늦은 것. 하지만 구로지역 65세 인구는 2002년 4.64% 2002년 5.25% 2004년 6.03%로 꾸준히 높은 증가세를 보여왔다.

여기다 연령을 60세 이상으로 확대하면 총5만296명으로 무려 11.94%에 이른다. 구로지역 주민 10명중 1명 이상이 60세 이상인 셈이다. 고령화사회와 이에 대비한 노인복지 문제가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도, 농촌지역 얘기도 아니라는 말이다.

지역 노령인구는 이처럼 날로 늘어나는데 반해 정작 노인들의 외로움이나 소외감등의 노인문제를 해결하고 삶에 대한 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노인여가문화 복지는 작은 변화의 움직임에도 불구, 실질적으로 10여년 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는 제자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시피 하다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의 배경에는 지역노인여가문화 시설 부족이 있다.

노인층 인구가 날로 높은 비중을 차지해가는데다, 노인들은 조기 명예퇴직과 자녀 출가 등으로 사회와 가정의 역할과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데 노인여가를 위한 노인복지관이나 전문시설 등은 태부족이라는 지적이 높다.

현재 지역에서 노인복지관을 비롯해 경로당, 종합복지관과 구민체육센터 , 일부 주민자치센터와 교회 등에서 운영하는 어르신교실 등을 중심으로 이용하는 노인인구는 대략 2만명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60세 이상의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40% 수준. 이때문에 노인대상 여가문화시설 증설이 요구되고 있는 것.

이 가운데 오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노인종합복지관의 포화상태다. 현재 구로5동에 소재한 시립 구로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97년 1월 당시 서울시가 25개구 가운데 세번째로 개관한 노인전문복지관으로 탁구장 당구장 물리치료센터등 노인들을 위한 복지공간부터 각종 취미교양강좌와 컴퓨터교실등의 사회교육강좌, 취업상담및 알선, 독거노인지원센터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 현재 노인들로부터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복지관의 하나다.

이에 따라 두 번의 증축을 거쳐 지하1층 지상4층 규모인 노인종합복지관의 하루 수용규모는 800여명이지만, 실제 이용노인은 그 3배에 이르는 2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포화상태’에 달한 상황이다.

구로노인종합복지관의 우경연 관장은 “ 회원수의 급증으로 현재 공간이나 프로그램 전반적으로 과부하상태”라며 “ 더 많은 회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추첨제로 프로그램을 신청토록 하는 한편 1인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3개로 제한하고 있다”고 운영상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노인들의 현재 수요라면 지역에 최소한 노인복지관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현 서울시 정책은 예산상의 부담으로 노인복지관 설립 불가 입장이어서 서울시차원의 대책을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역별 시설 등 격차

지역이나 주거형태 등에 따른 노인여가문화시설과 프로그램의 격차도 심각한 문제다.
구로구는 선거구역상 고척동 개봉동 오류동을 포괄하는 구로(갑)과 구로동, 가리봉 동,신도림동 등을 중심으로 한 구로(을)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같은 구분이 선거구를 넘어 생활동선 자체가 다른 지역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로(을)에는 현재 구로노인종합복지관이나 보건소, 구로종합사회복지관등 복지관 2곳과 청소년수련관, 구민체육시설 등 노인들이 일부라도 이용할 만한 시설이 구로(갑)지역보다 다양하게 편재돼있는 반면, 개봉 고척동 일대 구로(갑)에는 크게 궁동종합사회복지관과 구민체육센터 등 2곳이 있을 뿐이다. 구로노인복지관이나 보건소는 노인들의 수요가 높지만, 정작 수궁동 오류동 개봉동 고척동 일대의 노인들이 이용하고 싶어도 거리뿐 아니라 교통편 등에서 접근성이 떨어져 구로(갑)노인들에게는 일종의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봉본동에 사는 장순식(77)할머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이 있어 구로노인종합복지관을 이용하고 싶어서 오래전에 한두번 가다가 신도림역사 계단을 오르고 걷는게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고 털어놓는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65세이상의 노인인구를 동별로 분석해본 결과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은 구로(갑)보다 구로(을)이 0.8p 높지만, 노인인구수로 보면 구로(갑)지역이 구로(을)지역보다 3000여명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처럼 노인들이 이용 할 만한 여가문화 복지시설은 구로(갑)과 구로(을)내에서도 각각 동별로 또 다른 차이를 나타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노인들이 여가를 활용할 수 있는 공원까지 포함하더라도 구로(갑)지역에서는 인구가 밀집해있는 오류2동과 개봉2동,개봉3동 구로(을)지역에서는 가리봉일대, 구로1동 등이 다른 동에 비해 전반적으로 복지시설이 부재, 노인여가문화 시설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지역별 차이 뿐아니라 단독주택과 아파트등 거주형태별 노인여가문화 복지시설의 수준 등도 점차 심화돼가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아파트는 넓고 다양한 시설을 갖춘 규모 있는 경로당을 갖추어 노인들의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진행할 수 있는 반면 단독주택이 밀집된 지역은 오래전에 마련된 곳이라 비좁고 노후돼 프로그램이나 시설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떨어져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시설차이가 복지서비스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건강증진사업의 일환으로 30여개의 경로당을 대상으로 주3회 방문해 매번 1시간 정도씩 맷돌체조 등의 무료강좌를 실시하고 있는 건강보험공단 구로지사의 경우 지난해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20명 이상이 앉아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춘 경로당을 찾다보니 자연히 크고 현대식 시설의 아파트 경로당이 80%였다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 구로지사 건강관리팀의 김해수(48)팀장은 “아파트가 아닌 지역내 일반 경로당은 인원수도 적고, 장소도 프로그램에 필요한 15~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수 없을 만큼 협소해, 아파트 경로당을 선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 고충을 털어놓았다.

❚ 프로그램의 질적변화

노인인구는 급증하고 요구도 급변하고 있는데 노인대상 프로그램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개탄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60년 전후로 동네마다 하나둘씩 설립된 경로당은 숫적으로는 매년 늘어나고 있으나, 대다수 경로당 프로그램은 40,50년이 다 돼가는 오늘날까지 화투와 장기, 바둑, TV시청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때문.

구로지역도 이같은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지난 2000년도부터 경로당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돼 온 것은 사실이다. 구로노인종합복지관이 경로당을 방문해 건강강좌등을 무료로 실시하는 사업은 당시 5곳에서 현재 25곳으로 지금까지도 이어오고 있고, 여기에 보건소, 건강보험공단, 일부 동주민자치센터까지 참여하며 변화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시기관은 달라도 내용은 대부분 비슷한 편. 맷돌체조나 풍선아트 등으로 이루어지는 방문프로그램에 경로당 어르신들의 반응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여기다 예산 등의 문제로 방문해서 한시간정도 해주는 프로그램이 주1회 심지어 월1, 2회 정도라 경로당에서 보내는 무료함과 삶의 질제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일반 복지관등의 노인여가프로그램도 큰 차이가 없기는 마찬가지. 노인복지관은 노인대상이라 그나마 다채롭게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지만, 일반 복지관이나 체육시설의 경우는 다양한 연령대 대상 프로그램의 한 부분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 시설간의 노인프로그램의 특색도 그다지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현재 주류를 이루는 강좌는 체조 댄스 노래교실 등. 일각에서 “교육프로그램이 지자체및 사회복지센터에서의 핵심 프로그램이라기 보다 구색을 맞추거나 끼어 넣기 프로그램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복지관등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운용되고 있는 프로그램중에 남성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역내 한 복지관 관계자는 복지관등의 노인여가문화 프로그램 참가자중 70%정도가 여성이며, 남성들의 비중은 낮고 관심조차 없는 편이라고 말한다. 여성들은 이미 가정에서 생활하면서 노년기가 되기전부터 지역기관의 사회교육프로그램등을 활용한 경험을 갖고 있는 반면 퇴직등으로 나이가 든 후에 지역복지시설 등을 찾아 노인여가문화 프로그램에 적극 다가서기 쉽지 않은 사회적 경험이 작용하는 것도 큰 요인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남성들의 다양한 관심과 참여를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것도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연령대에 따른 건강상태나 희망하는 프로그램영역등이 달라지고 있는데 비해 노인 연령을 보다 세분화한 프로그램과 공간이 절대 부족한 것도 지적되고 있다. 70대 노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에서 60대가 발딛기는 갈수록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복지관과 경로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따라서 직장에서 퇴직하기 시작한 50대 후반부터 60대, 70대, 80, 90대등 으로 노령인구의 연령대별 프로그램개발이나 의사소통 공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제 구로지역의 고령화시대에 지역사회의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 지역사회는 무엇보다 지역노인에 대한 관심과 노인들의 욕구를 체계적으로 조사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지역밀착형 장단기적인 정책과 프로그램 등의 개발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기획취재팀 : 김경숙 · 윤용훈 · 이종복 기자/ 백해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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