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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여가문화1] 외로운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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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여가문화1] 외로운 노인들
  • 구로타임즈
  • 승인 2007.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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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_고령화사회, 지역 노인여가문화 (1) "시간은 많은데 무엇을 하나"
평균수명의 연장, 조기퇴직바람, 자녀의 독립 등으로 인해 사회적 역할이나 책임에서 벗어나 여가시간이 주어지는 노년기. 게다가 가족 내에서 전통적인 웃어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가족 내에서의 마땅한 역할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노인들에게 주어지는 여가시간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노인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을 자발적 선택이기보다, 불가피한 강제적 여가시간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많은 노인들이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준비나 조건, 시설과 프로그램부재 등의 이유로 외로움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올해 초 이미 65세이상 인구가 7%를 넘는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구로지역사회에서 노인들의 복지제고를 위한 노인여가문화시설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나아갈 방향을 다각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호는 그 첫호로 지역 고령화추세와 노인들이 겪는 외로움과 고민에 대한 얘기들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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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사회, 지역 노인여가문화의 방향] _ 고령화시대, 외로운 노인들

■ 글싣는 순서
1. 고령화시대, 외로운 노인들
2. 지역 노인 여가문화 1
3. 지역 노인 여가문화 2
4. 은빛사회를 위한 나아갈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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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에 따르면 65세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7%이상을 차지할 때 고령화사회로 분류된다. 즉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이 1.4명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라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 2000년에 7.2%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지난 2005년에는 9.1%에 이어 오는 2018년에는 노인인구비율이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출생율은 떨어지고 평균수명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고령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평균수명의 변화로 보면 지난 1960년부터 지난 47년사이 무려 27세나 늘어난 것이다.


구로지역 65세이상 7.1%

구로지역의 경우도 올해 초 처음으로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 노인인구의 비중이 그만큼 높아진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지역사회가 노인복지에 더 많은 관심과 세부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서울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7년 3월말 현재 구로구 전체인구 42만715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만9,995명으로 7.12%를 차지했다. 연도별로 살펴 보면 지난 1999년에 4.42%(17524명)였던 데서, 2000년에는 4.64%(1만8723명), 2004년 6.03%(2만5154명), 2006년 6.93%(29126명)으로 매년 증가한 것이다.

노인복지의 관점에서 본다면, 요즘처럼 평균수명이 80대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을 몇세부터 볼것인가라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처럼 자녀에 대한 교육과 결혼 등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시간을 갖기 시작한 60세부터 64세까지의 구로지역 인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높을 수 밖에 없다. 올해 3월말 현재 구로지역 인구 중 60~64세까지의 인구는 1만8226명에 달한다.

60세 이상의 인구수가 총4만8221명으로, 전체 구로지역인구의 11.46%에 달하는 것이다. 즉 10명중 1명 이상인 것이다.

지역의 노인은 이처럼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나 즐길 수 있는 여가문화적 생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현재의 노인세대처럼 생계와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헌신한 노인 세대들의 경우에게는 시간은 많지만 정작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프로그램, 예비준비, 경제적 상황 등이 안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

이에 따라 아침에 집에서 나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지하철표로 전철을 타고 도봉산으로, 의정부로 소요산, 더 나아가 입장료가 무료인 천안의 독립박물관까지 오가며 하루를 보내는 지역 어르신들의 삶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또 외로움과 고독 때문에 생에 대한 의욕을 갖지 못하는 노인들의 얘기도 노인대상의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노인들에게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가 아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지역내 문화복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어도, 보다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노인들끼리 만나 대화를 나눌 쉼터 공간 등이 없어 아쉬움을 토로하는 소리들도 나온다.

여기다 지역노인들의 대표적인 여가문화공간인 경로당은 화투나 장기, TV외에는 별다른 프로그램이 없는 형편이고,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건강도 안좋은 노인들의 경우에는 동네에 있는 경로당마저도 이용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구로구가 지난해 내놓은 2007년~2010년 구로구지역사회복지계획에 따르면 지역주민욕구조사 결과 구로구노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건강상의 문제(39%), 경제적인 어려움 (23.4%), 외로움 및 고독감(6.5%), 여가 및 문화활동 (5.2%)의 순으로 나타났다. 건강상의 문제는 노인들이 겪는 일반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보면, 경제적 어려움이나 외로움, 여가문화활동 등에 대한 지역노인들의 욕구가 적지 않은 것임을 엿볼 수 있다.

여가시간은 단순히 노인들의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만 갖는 것은 아니다. 여가시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노년기의 적응과 삶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하지만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게 됨으로써 노인들이 고독, 소외, 만성적 무료함, 더 나아가 인생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결국 노인들의 우울증과 자살의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의 외로움을 보다 지역밀착적이면서 종합적인 여가문화복지를 통해서 접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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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_ 어느 어르신들의 하루]

# 개봉본동 경로당에서 만난 어르신들
“앉아만 있으니...건강기구라도 있으면”


올해 77살의 장순식 할머니는 새벽부터 바쁘다. 몸이 불편한 아들과 17살과 19살 된 손자들에게 아침밥을 해 먹여 직장과 학교에 보내고 나면 작은 지하방을 깨끗이 청소해놓은 뒤 오전10시경 동네에 있는 개봉본동 경로당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단독 주택들 사이에 자리 잡은 개봉본동 경로당에 도착하면 언제 봐도 반가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해 경로당 안은 어느새 어르신들의 또 다른 ‘따뜻한 둥지’로 왁자지껄해지기 시작한다.

“집에 있으면 외롭지. 심심하고. 그러니까 여기나오는 거야. 13년 전 사고로 다친 아들을 돌봐주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면서 나오기 시작했어. 그때는 몸이 괜찮아서 오전에 일 나가고 오후에 경로당에서 지내다가 집으로 들어가곤 했는데 요즘은 다리와 허리가 아파서 반찬값조차 벌수 없네”

11월 현재 개봉본동 경로당에 등록된 어르신들은 67명. 이 가운데 경로당에 나오는 분들은 할머니 40명 할아버지 20명쯤 된다고 개봉본동 경로당의 박덕진(69)회장은 말한다. 연령층은 70,8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65세만 되도 막내(?)뻘이라 어울리기 힘들어서 나왔다가 그냥 가기 일쑤라고 박회장은 웃으면서 말한다.

오전 10시경에 모였다 오후5시면 자리를 뜨게 되는 개봉본동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시간을 보내는 일은 “고스톱과 바둑, 장기, 얘기”. “이것 밖에 할 게 없다”는 게 경로당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개봉본동 경로당의 경우는 그래서 어르신들의 유일한 소일거리인 고스톱 등 화투를 내기로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실제 10원 짜리 수백개를 담아놓은 작은 통 두 개를 경로당에 비치해놓고 있었다. 화투를 해서 딴 돈은 다시 통에 담아두었다 다음날 다시 이용하게 된다.

다른 복지관이나 시설의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싶어도 가장 어려운 것은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라고 어르신들은 입을 모은다. 70,80대 고령이라 , 신도림역에 있는 구로노인종합복지관까지 가는데 너무 멀고 계단이 많아 힘들다는 것. 개봉동에 노인복지관이 세워진다고 하는 말이 있다가 쏙 들어간 것이 여간 섭섭지 않은 분위기다.

“몸이 오늘 다르고 내일 달라. 너무 앉아 있어서 불편하고. 자고 일어나면 운동하고 혼자 별짓을 다하지. 물리치료기구나 운동기구등이 경로당에 있으면 좋겠어. 댄스 같은 것은 배워보지 않았지만, 할수 있을 것같아. 다양한 문화강좌가 마련됐으면 좋겠어”, 장순식 할머니의 말이다.

경로당이 있어 그나마 집에서 있는 적적함보다는 좋다고 하지만, 별 프로그램도 없이 1년 365일을 화투나 장기 등으로 앉아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어르신들이 하고 싶은 말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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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급식으로 연명하는 조안순 할머니 (76,가리봉1동)

“경로당, 그것도 있어야 가지!”


자녀 7남매를 두었다는 조안순 할머니(76, 가리봉1동)는 수십세대가 사는 다가구 주택 한켠 2,3평 남짓한 월세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 7남매 중 4명이 자신이 낳은 자녀들이지만, 화재로 졸지에 그나마 있던 몇 푼 안되던 보증금마저 날리고 뇌졸중으로 건강까지 나빠지던 3년 전부터는 아무도 찾는 이가 없다.

그 흔한 전화 조차 없는 컴컴한 방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면 할머니는 아침끼니조차 때우지 못한 채 빈 속으로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구로종합사회복지관에서 노인들에게 무료점심을 주는 시간은 오전11시 정각이라 그 전까지는 인근의 구로3동 놀이터에서 앉아있거나, 공터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복지관에서 주는 점심을 먹고 나면 다시 인근 지역 도로변에 앉아 시간을 소일한다. 하루 두끼를 구로지역과 관악구 신림동, 영등포구 대림동등에서 복지기관이나 교회 등에서 제공하는 무료급식을 찾아 다니며 해결하는 편이라고.

도로 턱에 홀로 앉아 지나가는 이런저런 사람과 풍경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일과다. 아주 추운 한겨울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안주려고 건물안 계단 한쪽 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왜 집에 안 있느냐고?. 집에 있으면 말할 사람이 없어. 방은 수십개이지만 다 조선족들이라 마음 주고 얘기할 사람이 하나도 없어. 적적하지. 사람도 만날 수 없고. 지금은 내가 발이 성해서 돌아다니니까 그래도 낫지”. 할머니의 답변이다.

“불안하고 걱정돼 이러다 나 혼자 죽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 누가 묻어줄 사람이라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어두운 밤이면 어김없이 엄습해오고, 그러다 잠 못 들어 사흘에 한 번꼴로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조안순 할머니는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외로움은 물론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데도, 조안순 할머니는 동네 가까이에 있는 경로당을 찾지 못한다. 가기 싫어서가 아니다. 하루를 연명하다시피하는 생활에서 월 얼마 안 되는 회비도 부담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처지가 창피하고 부끄러워서”다 .

“경로당도 내가 있어야 나가지. 생일날 같은 때에는 경로당을 찾는 노인들의 자식이나 며느리들이 와서 한 턱 내고 하는데, 나는 그런 형편이 안 되잖아. 내가 이런 노인네요 하고 보여 줄 필요도 없는 것이고... 그래서 안 나가”.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호적상의 자식들 때문에 ‘독거노인’의 대상도, 무료양로원에도 갈수 없는 현실에 홀로 가슴을 쳐야하는 답답함을 털어놓는 조안순 할머니. 그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외로움을 덜어줄 무엇인가가 아니라, 당장 월세17만원과 약값10만원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월30만원과 가끔 어지럼 증세를 느껴 무료CT촬영 한번 받아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 기획취재팀 : 김경숙 윤용훈 백해영 이종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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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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