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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문화]주민이 만들고 즐기는 문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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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문화]주민이 만들고 즐기는 문화로
  • 구로타임즈
  • 승인 2007.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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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보도] 구로구 문화네트워크의 허브를 구축하자(5)
구로문화, 내일을 열자Ⅰ 나아갈 방향


[글싣는 순서]

1. 구로구 문화지도 그리기
2.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의 잠재력과 한계
3. 문화재정의 실태와 합리적 운용방안
4. 구로구 문화역량 어디까지 왔나
5. 구로문화, 내일을 열자 Ⅰ
6. 구로문화, 내일을 열자 Ⅱ
7. 구로문화, 내일을 열자 Ⅲ


문화 네트워크 통한 유기적 연계시스템 시급
문화예술관련 단체·프로그램·전문가·공간 등 ‘한눈에’



‘구로문화’와 ‘문화구로’의 차이는 무엇일까. 전자가 누군가의 의지나 계획과는 거리가 있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문화라면, 후자는 문화를 중심에 둔 구로의 지향점을 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단어의 조합순서를 바꾸었을 뿐인데, 그 의미는 많이 달라진다.

그동안 본지 문화 기획기사를 통해 행정 주도의 시혜성 행사·축제 편향, 풀뿌리 문화동아리와 단체들의 소외, 장기적 전망 없는 문화예술정책이 해결돼야할 과제로 지적돼왔다.

이번호에서는 우리지역이 진정한 ‘문화구로’로 나아가기 위한 주요 방안을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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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구로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는 ‘문화구로의 중심축은 주민이 되어야 한다’는 것. 행정서비스의 대상이자, 문화의 주체인 주민이 소외되고 배제되어서는 문화구로의 전망을 그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간 지역 문화예술정책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문화 프로그램이나 축제·행사 등의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 기획 및 개발과 생산, 유통, 수용 시스템이 지역의 문화 전문인력과 문화향수자인 주민 중심으로 구성되지 못했던 데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구로도 예외가 아니다. 구로문화재단 설립 논쟁, 구로문화예술회관 건설 및 설계 비판, 점프구로 프로그램과 예산 비판 등 최근 일었던 지역 문화이슈들이 그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지역주민이 일상생활속에서 향유하고 즐기고 표현하며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위해 우리 지역사회에 필요한 것이 여러 가지 지적되고 있다.


▲ 문화네트워크 구축이 시작

문화구로의 나아갈 방향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길은 ‘구로문화예술네트워크’(이하 ‘문화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문화에 관심 있는 지역내외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회의체나 협의회가 아니라, 한마디로 ‘구로문화예술 인적·물적 자원의 화학적 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여기에는 구청, 문화재단, 문화원, 주민자치센터, 복지관은 물론 지역 풀뿌리 문화동아리와 문화단체, 학교 동아리, 각종 문화관련 협회, 문화활동가 등이 포함되며, 발표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시설을 가지고 있는 기업까지 포괄할 때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문화전문가들은 문화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얻는 성과로 지역 내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시설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각 기관의 정체성과 역할에 맞도록 지역 차원에서 조정이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서 작은 단위에서는 엄두를 못 내던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고, 지역 문화예술 전문활동가들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것. 또 문화공간의 네트워크를 통해서는 풀뿌리 문화동아리들이 그동안 늘 부족했던 연습실이나 발표공간을 지역사회에서 보다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릴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구로지역내 문화네트워크 형성을 위해서는 먼저 지역의 문화예술 인프라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문화예술정보 데이터베이스화를 구축하고 홍보시스템을 통해 일반 주민들이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어느 곳에 무대와 연습실이 있는지, 우리 지역에는 어떤 활동가들과 전문인력이 있는지, 공연이나 전시를 위한 장비가 필요할 때는 어디에 연락해야하고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나와 같은 문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누가 있는지 등은 주민 중심의 문화구로를 만드는 중요한 시작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보다 수준높은 문화생활을 위해 이제 문화시설과 인적 네트워크 구성을 통한 제대로 된 문화정보시스템 구축에 지역사회가 눈을 뜨고, 준비해 들어가야 할 때이다.

문화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지역 문화자원의 재구성으로 불필요한 투자가 사라져 예산의 효율적 운영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풀뿌리 문화예술 동아리나 단체에 대한 현황 파악과 지원도 원활하게 이루어지면서 지자체와 문화기관, 문화예술활동을 원하는 일반 주민간의 소통과 연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 문화정책의 장기적 비전과 계획 필요

문화예술행정의 장기적 비전 마련도 필요하다. 새로운 문화시설을 확충하거나 만들고자 할 때는 우선순위와 분포를 면밀히 따져서 시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설, 대규모보다는 접근성 높은 문화시설, 지역간 형평성, 시설이 들어설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또한 시설을 건립할 때는 운영프로그램, 전문 인력 등에 대한 고려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이 지역 문화지표 마련. 지역문화 공간 및 프로그램조사, 지역 자원 (인적·물적) 조사, 주민의 문화예술 향수실태 조사, 지역문화 예술인 실태조사, 지역문화 재정·행정·법제연구, 지역문화산업 실태조사 등이다.

지역주민들의 변화하는 문화적 욕구를 보다 피부에 와닿게 반영하고 지역문화여건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사회복지 4개년 계획을 통해 복지 분야의 연차별 계획과 집행을 담보하는 것처럼 지역문화예술 4개년 계획도 수립해야 할 때라는 게 지역문화에 관심있는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를 통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기존의 문화자원과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문화발전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 역할에 맞는 문화시설로 변화

특성화된 문화시설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구로문화재단이 설립돼 지역문화진흥 주체로서 지역사회 문화공동체 건설의 밑그림을 그리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구로문화재단은 지역적 특성과 요구에 기반을 둔 기획을 중심으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 구로문화재단 사업관리팀의 김석홍 팀장도 “구로문화재단이 ‘구로’라는 지역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한 허브기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소통과 참여’라고 말한다. 무대와의 소통과 참여는 문화공간이라는 새로운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동아리 활동을 펴는 지역주민이나 청소년들도 바로 ‘소통과 참여’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

본지가 이번 기획과 관련해 지역내에서 생활예술동아리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청소년과 일반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봄 개관하게 될 구로문화예술회관이 대관용 공연시설로만 운영되기 보다 전문적인 창작, 교육시설로서 창작 스튜디오와 교육공간으로 변모해야 하며, 주민 발표 공간으로서 기능도 가져나갈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문화예술회관에서 지역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지역주민들의 따뜻하고 편안한 수다방의 역할을 하는 곳이 되기를 많은 지역주민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카페가 되고 때로는 전시실이 되고 때로는 작은 공연장이 되면서 문턱이 쉴 틈 없는 문화예술회관이 되어 생명력있는 지역문화공간으로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들인 것이다.

다양한 문화시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백화점식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엇비슷한 프로그램이 주민자치센터, 복지관, 백화점 문화센터, 수련관, 문화원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비효율성과 선택의 폭이 좁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 인기도 등에 따라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데 대한 비판도 뒤따른다. 이는 특히 주민센터나 문화원 복지관 등 공공시설의 프로그램에 대해 더욱 그렇다.

따라서 문화시설 협의회 또는 문화지표조사를 통해 나타난 지역특성 및 주민수요를 반영해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배치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어린이, 청소년, 노인, 여성, 직장인, 장애인 등 세대와 계층을 고려한다거나 음악, 건강, 미술 등 기능별로 특성화시킨다거나, 대중소 생활권을 구분하여 프로그램을 배치하는 방식이 그것. 그래야 부족한 예산으로 최대의 효율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문화예산 확충과 효율적 운영 시급

문화예산의 확충과 효율적 운영 모색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07년 구로 문화예술 예산은 문화예술회관 건립비용을 빼면 13억 원(문화예술진흥 예산 기준)으로 일반회계 예산의 0.6%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적은 예산으로 모든 것을 만족시키기란 어려운 일.

그래서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먼저 문화예술 예산의 크기를 늘려야 한다는 것 . 구청 문화예술팀 예산 자체가 늘어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업의 특성과 내용에 맞게 다른 부서의 예산을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화 하드웨어 구축에는 건설교통이나 교육 예산을 이용할 수도 있고, 문화단체나 동아리 지원에는 사회단체 보조금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

문화예산 운영 측면의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그동안 문화예산 가운데 많은 부분이 축제·행사비와 건설 예산으로 쓰여져 끊임없이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돼 온게 사실이다. 물론 하드웨어도 문화예술 인프라의 중요한 축이다 . 그러나 문화예산은 곧 예술회관 건설비용이라는 식의 마인드가 문화예술정책의 기저에 깔려있었다면 이제는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예산이 필요한 지적이다.



누군가에게 낯내는 축제브랜드로 문화구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구로주민이 아닌 사람들이 먼 길을 일부러 찾아와 구경하고 가는 문화행사가 아니라, 구로주민이 만들고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축제여서 부러워하는 구로의 문화를 만들어나갈 때, 문화예술이 삶이 되는 구로주민의 모습을 부러워할 때 진정한 문화구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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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가나자와시 사례
방적공장에서‘시민예술촌’으로

주민문화의 창작과 향유 공간을 만들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화구로의 핵심은 주민문화에 있다. 문화가 생활화 되고 우리 몸에 배어 있을 때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주민참여 문화는 배우기와 관람으로 국한되는 문화프로그램 참여가 아니다. 스스로 문화생산자가 되고 소비자가 되는 이중적 역할을 모두 수행할 때 진정한 문화활동이 이루어지며, 이를 위해 주민들이 창작하고 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

폐업한 방적공장과 창고를 활용하여 1996년에 만들어진 일본 가나자와 시의 ‘시민예술촌’은 구로지역에 시사하는 바가 큰 사례다.

이 시설은 낮에 활동하는 시민은 물론 24시간 개방해 심야시간에도 사용가능하다. 가나자와 시는 공장과 창고를 드라마공방, 뮤직공방, 에코라이프공방, 아트공방 등 4개 공간으로 만들고 연습만이 아니라 공연도 가능한 시설로 바꾸었다.

그리고 각 공방에서 선출된 2사람씩 8명의 감독이 시설이용의 활성화를 위한 독자사업의 기획, 그리고 이용자간의 조정 등을 독립적으로 행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민참가형 문화시설로 발전시켰다. 나아가 지역의 미술관과 연계하여 디지털 콘텐츠 사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도 하였다.

디지털단지가 생기면서 구로는 거대한 빌딩숲으로 변해가고 있다. 동사무소 통폐합이나 학교등 공공시설의 이전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같은 공간을 지역문화인들과 함께 리모델링해서 지역 풀뿌리 문화동아리와 문화예술인들과들의 모임방으로 만들고, 그곳에서 다양한 체험과 강좌, 예술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도 서울지역에서 지역문화의 새 장을 열수 있는 방법이 될수 있을 것이다.



[김경숙․ 송지현․ 신진수․ 오은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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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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