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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문화 3]지역문화정책, 이제 소프트웨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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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문화 3]지역문화정책, 이제 소프트웨어시대
  • 구로타임즈
  • 승인 2007.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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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보도 / 구로구 문화네트워크의 허브를 구축하자 (3)
우리가 살고 있는 구로구는 문화예술과 관련해서 매년 얼마만큼의 예산을 사용할까?

2007년 구로구 예산서에 따르면 문화예술 진흥 예산은 75억원이다. 물론 그 안에는 올해 건립된 구로문화예술회관 관련 예산이 60억원이나 들어가 있다. 그것을 제외하고도 적지 않은 액수이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주민들과 지역 문화예술동아리들은 그 액수만큼의 문화향유와 체험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주민들이 바라는 지역문화정책은 지역주민의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체험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또 기획연재를 통해 보여준 풀뿌리 문화동아리들의 갈 곳 없는 현실에 대한 정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모든 정책은 예산을 전제로 한다. 현재 중앙정부의 문화재정은 1%를 오르내리고 있으며 서울시의 ‘문화진흥’ 예산은 전체 예산 중 2.1%를 차지하고 있다. 규모만으로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 전문가들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분석에 따르면 문화재정 1%도 문화관광 건설 예산과 사업투자 예산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순수 문화영역으로 불리는 분야에서조차도 건설(26.9%)과 사업투자 예산(49.7%)이 연구조사(1.3%)와 문화복지(13.5%), 인적 투자(8.4%)에 대한 예산을 훨씬 넘어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7년 문화예산 기준).

실제로 많은 자치단체에서는 단체장들이 문화예산의 대부분을 단기적 업적 부풀리기로 효과적인 문화를 가장한 건설 확대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다 큰 건물과 폼 나는 이벤트가 문화정책과 예산의 한가운데에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로의 문화예산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 기획연재 보도 세 번째인 이번 호에서는 구로구청에서 발간한 세입세출 예산서(2005~2007년)와 2006년 서울특별시 구로구 지방재정공시를 통해 구로구의 문화예산의 실태를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구로구의 2007년 일반회계 예산총액은 2천222억3200만원. 이 가운데 문화 및 예술 분야 관련 예산은 약 75억원(문화체육과 문화예술 진흥 예산 기준)이다. 이는 2005년 13억원과 2006년 8억5천만 원과 비교하면 각각 577%, 882%가 늘어난 수치이다.

수치로 보면 올해 예산에서 문화예술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준공을 앞둔 구로문화예술회관의 개관 및 운영 비용 62억 4천만원이 포함된 것이다. 그렇다면 2007년 의 순수 문화예술 예산은 13억원 수준이라는 얘기가 된다. 결국 순수한 문화예술 진흥 예산은 3.39%(아래 표 참조)가 아니라 0.58%가 된다. 이는 중앙정부 문화예산 1%, 선진국 자치단체 문화예산 4%에도 많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구로구는 적으나마 이 예산을 어느 분야에 얼마만큼 사용하고 있을까. 구로구는 2007년 문화예술 예산을 문화예술 감상기회 확대, 문화예술 기반시설 확충 및 운영, 문화예술회관 개관 등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누고 있다.

<표1> 2007년 구로구 문화예술 진흥 예산(문화체육과 기준) (단위: 천원)
분야 세부사업 2007년 예산액 비율(%)
문화예술 감상기회 확대 제5화 구로문화축제 "450,000" 0.2
한여름밤의 구로음악회 "47,300" 0.02
문화예술단체 초청공연 "20,600" 0
작은 마당 열린 무대 "86,000" 0.04
구립합창단 운영 "38,506" 0.02
합계 "642,406" 0.29
문화예술 기반시설 확충 구로 꿈나무도서관 운영 "162,474" 0.07
및 운영 구로문화원 운영 "144,920" 0.07
구로문화원 운영(보조사업) "49,000" 0.02
문화예술회관 개관?운영 "331,000" 0.15
구로3동 도서관 개관?운영 "216,700" 0.1
작은 도서관 건립 "30,000" 0.01
학교 도서관 개방 "50,000" 0.02
합계 "984,094" 0.44
문화예술회관 개관 문화예술회관 개관 "5,915,000" 2.66
합계 "5,915,000" 2.66
합? 계 "7,541,500" 3.39


<표1>에서 보는 것처럼 구로구의 문화예술 진흥 예산의 상당 부분이 행사 및 축제, 기반 시설 건립 및 운영, 유지에 비중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6년 구로구 지방재정공시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로부터 받은 재정분석·진단결과 행사·축제경비비율 점수가 13.66으로 동종 단체 평균 18.75보다 낮다.
연구에 참여한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서정섭 박사는 이에 대해 “점수가 낮다는 의미는 전체 결산액 중 행사축제 집행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이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이는 축제·행사 비용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제 효율적이고 알차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구로문화축제, 문화예술회관 개관․운영에 관한 산출 기초를 알기가 어려운 점도 지적되고 있다. <표2 참조>



<표2> 구로구예산중 주요 사업별 산출기초


사업명 구분 산출기초(단위: 천원)
2007년? 2006년
제5회? 행사 장비 임차 및 "201,000,000원*1회=201,000" "95,400,000*1회=95,400"
구로문화축제 시설물 설치
행사 홍보 "80,000,000원*1회=80,000" "15,000,000*1식=15,000"
행사 진행 "50,000,000원*1회=50,000" "32,300,000*1식=32,300"
출연자 사례비 "음악회 35,000,000*1회=35,000" "104,000,000*1회=104,000"
"노래자랑 13,000,000*1회=13,000"
"기타행사 62,000,000*1회=62,000"
시상금 "9,000,000*1회=90,000" "3,300,000*1회=3,300"
문화예술회관 개관 "80,000,000원*1식=80,000" 해당없음
운영 "189,500,000*1식=189,500" 해당없음
* 구로구 세입세출 예산서 참조

이에 대해 구로본동에 사는 신동석(30대)씨는 “작은 회사 견적서도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가장 큰 예산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인 만큼 투명성과 효율성을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예산서상에 보다 상세하고 투명한 산출근거가 반영돼야 함을 강조한다.

앞으로 구로지역 문화예술 진흥의 주요 활동 단위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던 구로문화재단이 조례 제정 시작단계부터 운영방향 및 예산 등과 관련해 지역문화예술 시민단체들의 비판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지난 8월 출범했다.

연 10억이냐, 20억이냐는 소문만 무성할 뿐 정확한 예산 산출 근거 없이 지역 문화예술을 주도적으로 책임지게 되는 문화재단이 설립된다는 것은 구로구의 문화 정책과 예산 편성의 현주소가 어떤 상태인지를 잘 말해주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의 이현식 사무처장은 “대규모 축제나 전시성 문화사업 등은 지역 내부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루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자치단체 요즘 실태를 전하며 “지역에서도 문화사업심의위원회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 예산편성의 적정성 심의, 대규모 문화사업에만 재정을 쏟고 있는 현상 등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예산은 계획과 효율이 중요

현재 건물등 기반시설 확충에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구조에 대해 구로구청 문화체육과 이규옥 팀장은 “아직은 문화 기반시설이 더 중요한 때이며, 이것을 기반으로 앞으로 왕성한 문화콘텐츠 개발과 지원이 가능한 것이 아니겠는가”고 말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기반시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관내에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작은 문화공간들을 많이 만들어 문화 구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사업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향후 사업방향을 밝힌다.

그러나 현장속에서 나오는 지역내 문화활동 전문가들중 상당수는 하드웨어 이전에 주민요구에 기초한 곳으로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산은 그 자체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선택과 집중 그리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획일적인 지원이나 이벤트성의 지원, 개발비에 가까운 하드웨어 예산 책정보다는 주민 수요와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 필요한 곳에 재정지원을 늘리고 조정해야 한다”. 효율적인 예산 책정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구로문화예술회관 건립 사업비가 총 250억원이었으며, 개관도 하기 전에 예상치 못한 보수비용만 14억원이 추가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자치단체별로 문화예술회관과 대규모 공연장 건립을 둘러싸고 무차별 난개발이라는 뒤늦은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도 구민회관과 구로문화원을 두고서 600석이 넘는 대규모 공연장을 갖춘 구로문화예술회관과 구로문화재단을 설립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에는 설립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바로 이같은 계획과 배분을 염두에 둔 구로구 문화정책적 판단과 예산 집행 과정에 대한 우려와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민 문화활동 요구와 참여, 능동성 보장 예산 기대

실제로 책정된 예산보다 지역주민의 문화향유 실태와 체감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구로구의 일류구로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미래구로에서 강조되어야 할 부분에서 문화예술이 13.4%를 차지하면서 전년도(12.3%)보다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구정 만족도 측면에서 문화예술 분야(문화공연/전시회 관람기회) 만족도는 46.2점으로 20개 분야 평균 51.8점에 비해 낮은 편이다. 즉, 구민들의 문화욕구(소프트웨어)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비하여 공급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으며, 기반시설(하드웨어) 역시 이용객들의 편의성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지역 정부의 문화예산이 지역 주민들의 삶과 관련된 사업보다 소모성 행사 등을 중심으로 문화예산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것.


우리 지역사회와 주민들이 소위말하는 ‘문화 구로’를 위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겠지만, 저변에 흐르는 주요 줄기는 이것이다. 바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 및 환경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고, 주민들이 문화예술 능력을 함양하고 능동적으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 예산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

지난해 열린 문화정책개혁포럼에서 문화관광부의 이영애 전 지역문화과장은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정책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문화관광부의 지역문화 진흥은 그동안의 대규모 문화기반시설 건립에만 치중되었던 지원 방식과 중앙에 의한 문화프로그램 보급 위주의 지원정책에서 탈피해 분권, 자율, 참여 기조에 입각한 바람직한 지역문화 진흥을 위해 지역의 문화기반 시설의 설립 운영이 지역주민의 실질적인 문화복지 증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지방자치단체, 지방대학, 지역문화예술단체 등이 지역문화의 진흥주체로서 성장하도록 하는 것에 무게 중심이 놓여져 있다”고 말했다.

문화기반시설이나 중앙에 의한 프로그램보급위주의 지원정책에서 과감히 탈피해 지역사회와 주민이 주체가 되는 지역문화 진흥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얘기다.

구로지역에서도 문화정책과 지원, 예산운영의 컨셉이 이처럼 변화해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
이에 대해 구로구청 문화체육과 문화예술팀 이규옥 팀장은 “ 문화와 생업, 생활공간이 서로 별개라는 구민들의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 어렵게 출범한 구로문화재단도 행사 위주로 관객 모으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교육·문화 소통 분야에 좀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 말한다.
중앙과 지역의 문화행정 관계자들의 조언(?)을 통해 구로구의 문화정책과 예산이 나갈 방향을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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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문화도시 프랑스 !

보르도시 예산중 30%가 문화예산
지방자치단체예산중 문화예산 큰 비중

문화도시에 걸맞게 프랑스는 기초자치단체의 예산중 최대 30%정도까지 문화부문에 쏟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의 구조와 많은 차이가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문화, 주민의 삶의 밀착도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규원 연구원이 ‘서울시 문화정책 개혁방안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밝힌바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방자치 제도가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선 지난1990년대 후반부터 특성 있고 차별화된 도시개발 전략을 적극 수행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문화부분에 역점을 두었다.

특히 보르도의 경우는 지난 1990년 시 예산의 30%, 몽펠리에서는 14%를 문화부분에 할애하기도 했다고.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프랑스의 유력일간지인 르몽드 지는 1994년 ‘문화활동, 지방자치단체 활동의 창’이라는 제목으로 ‘문화활동’이 지방자치 행정활동의 상징적인 중심 이미지로 보이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해,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산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기도 했다.

장르 비율(%)
공연예술 19
예술 및 음악학교 17
도서관 17
아마추어 및 생활문화 16
문화유산 및 박물관 16
문화소통 3
문화행정 7
기타 6
통계 100
프랑스 기초단체 장르별 문화예산(2000년)

프랑스는 또 지난 2000년 문화부처보다 기초단체로 올수록 생활문화 및 아마추어, 도서관 등의 예산이 증가하며, 지자체별 업무분담이 법적으로 명확하여 예술 및 음악학교, 박물관 및 문화예산 부분 등 생활문화와 문화향수 기회에 예산과 과업등에서 더 많은 비중을 주어나가고 있어, 우리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 기획취재팀 김경숙, 송지현, 송희정, 윤용훈, 신진수, 오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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