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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문화1]삶이 활짝 피어나는 문화구로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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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문화1]삶이 활짝 피어나는 문화구로위해
  • 구로타임즈
  • 승인 2007.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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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구로구 문화네트워크 허브를 구축하자‘ <1>
이명자(59, 구로6동)씨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평소보다 더 곱디고운 화장을 한다.

매만지는 손길에 생기 없던 맨얼굴이 20대 처녀시절로 돌아간 듯 화사하게 피어오른다.
거울 앞에서 머리모양과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사이, 어느 순간 살짝 들어 올린 손끝은 어제 배운 춤사위를 닮아있다.

“수요일과 금요일이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어요. 평소엔 세수도 잘 안하는데 이날만큼은 신경 써서 얼굴과 옷매무새를 매만지게 되죠. 춤을 추고 있는 동안만은 제가 무대의 주인공인 걸요.”

구로6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한국무용을 배우는 이명자씨. 그녀에게 한국무용은 인생의 제2막을 열어준 존재다. 연습실에서건 무대 위에서건, 혼자 즐기든 여럿이 즐기든, 춤이 늘 곁에 있어 삶이 행복하다는 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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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주민들 중에는 이씨처럼 생활 주변에서 가슴 설레는 특별한 경험을 한 이들이 적잖다.

이들이 말하는 경험의 매개물은 다양하다. 춤에서부터 그림, 악기, 노래, 책, 영화, 사진에 이르기까지, 쳇바퀴 돌듯 평범한 일상에 여유와 휴식 그리고 유쾌함과 즐거움을 선사해줬다는 연결고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평범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관심 있는 학자나 전문가들은 취미와 놀이, 휴식 등을 통해 스스로 삶의 즐거움과 활력을 찾는 일상의 모든 행위를 ‘문화’라고 개념 짓는다. 혜택 받은 소수가 누리는 고품격의 완성도 높은 문화예술만이 ‘문화’가 아니라, 이웃집 할머니의 구성진 경기민요와 옆집 아줌마의 요란한 에어로빅댄스 등 소시민들이 일구는 순수 아마추어리즘 역시 ‘문화’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흔히 ‘문화의 불모지’라 일컬어지는 구로구를 이처럼 넓은 의미의 ‘문화’ 잣대로 들여다봤을 때, 우리지역은 문화적으로 결코 황폐하거나 궁색하지 않다.

현재 구로구에 소재한 기관, 시설, 단체, 동아리 등이 개설한 수천여개의 문화예술 강좌를 통해 어린 학생들부터 머리 희끗희끗한 어르신들까지 무수히 많은 주민이 각자가 가진 열정과 끼를 발산하고 있다. 여기에 단지 배우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일부 주민들은 뜻 맞는 이들과 자발적으로 문화예술동아리를 결성해 크고 작은 무대의 주인공으로 서고 있다.

생활 속 문화예술 활동을 소중하게 일궈가는 이들에게는 활력과 힘을 북돋아주고, 문화를 즐기기에는 삶 자체가 너무도 팍팍한 이들에겐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해주는 일. 구로구의 문화정책 입안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하는 중요한 숙제다.

구로타임즈는 이번호부터 6회에 걸쳐 구로구 문화정책과 민(民)과 관(官)의 문화역량을 진단해, 참여와 창의가 어우러진 지역문화의 대안적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구로구 문화네트워크의 허브를 구축하자‘라는 제목의 기획시리즈를 마련한다.

이번 호에서는 구로구의 문화예술 관련 기반시설과 프로그램을 총망라해 오늘의 지역의 문화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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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구로구 문화지도 그리기
2.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의 잠재력과 한계
3. 문화재정의 실태와 합리적 운용방안
4. 구로구 문화역량 어디까지 왔나
5. 구로문화, 내일을 열자Ⅰ
6. 구로문화, 내일을 열자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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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로구 문화지형 및 문화지도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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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향유할 곳 50여 곳
주민자치센터 복지관 문화예술회관 시민사회단체 등 폭넓어


2년 전 직장 때문에 구로구로 이사한 정영기(33, 구로3동)씨는 최근 웹서핑(web surfing, 관심사를 찾아 인터넷에 개설된 여러 사이트에 접속하는 일) 도중에 짜증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경험을 했다.

회사일이 안정궤도에 올라가 여유시간이 많아지자 퇴근 후 집 가까운 곳에서 기타를 배워볼 요량으로 인터넷의 망망대해를 헤맸지만 구미에 맞는 프로그램은 고사하고 관련 기관 사이트조차 쉽사리 찾을 수가 없었다. 자칭 구로구의 정보통이라는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구청 홈페이지 내 콘텐츠를 샅샅이 뒤져보라”는 말 외에는 별다른 방법을 일러주지 않았다.

끈기 있게 1시간여 동안 구로구청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던 정씨는 기어코 손에 쥔 마우스를 내팽개쳐버렸다.

“구청 사이트에는 유관기관 홈페이지만 링크돼 있잖아요. 어딘가 분명 제게 안성맞춤인 기타교실이 있을 것 같은데 도대체가 찾을 수가 있어야죠. 구로지역에서 문화예술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기관과 단체, 동아리들을 총 망라한 안내서는 없는 건가요?”

정씨에게는 안타까운 얘기지만 현재 구로구에 그런 ‘안내서’는 없다.
평소 구청이 발간하는 소식지나 지역신문을 꼼꼼히 살펴 스크랩해온 주민이라면 혹 모를까. 바쁜 일상에 쫓기는 생활인들이 불현듯 떠올린 문화 욕구를 단박에 충족시켜줄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는 만들어진 예도 없고, 앞으로도 당분간 없을 것 같다.

구로구의 문화예술프로그램들이 너무나 빈약해서일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그 종류와 수가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로 프로그램들이 차고 넘치지만 이를 일목요연하게 담아내는 시도들이 따라주지 않았을 뿐이다.

기획시리즈 그 첫 번째로, 구로구에 자리한 공공문화기반시설 현황과, 현재 문화예술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을 한자리에 모아 우리지역의 문화지도를 그려본다.

또한 지면의 한계로 이곳에서 진행되는 모든 프로그램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 각 기관․단체별 프로그램의 개괄적인 소개와 특징 등은 담아내고자 한다.

이와 함께 매년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문화예술 행사들을 중심으로 구로구의 한 해 문화달력을 선보인다.


- 구로구의 공공문화기반시설은 몇 개나 될까?
여기서 ‘공공문화기반시설’이란 공공의 문화적 활동을 소통시켜내는 근거 내지 거점이 되는 시설들로, 기존의 문화시설에 더해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문예회관, 문화원, 청소년시설, 사회복지관, 주민자치센터 등을 포괄한다.

구로구에서 이 범주에 들어가는 시설들은 내년에 개관 예정인 구로문화예술회관까지 포함해서 대략 37개소에 이른다. 여기에 구청의 사이버 문화센터와 지역사회에 개방된 종교문화시설, 대학교 등을 포함하면 그 수는 50여 곳을 훌쩍 넘는다.

풀뿌리 시민사회단체들도 빼놓을 수는 없다. 현재 구로구 주민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는 대략 7곳 정도다.

이들의 현황과 특징을 꿰뚫는다면 구로구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싶을 때 길을 잃고 헤맬 일은 없다.



- 우리 동네 문화센터
주민자치센터

집 가까운 곳에서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은 구로관내 19개 동사무소마다 설치돼 있는 주민자치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주민자치센터별 전체 프로그램 현황이 궁금하면 구로구 사이버주민자치센터 http://www1.goru.go.kr/jumin/index.jsp(문의 860-3358)에 접속해 살펴보면 된다.

값이 싸고 강의 질도 좋아 인기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조기에 신청접수가 마감된다. 신규 신청은 한해 4차례 3․6․9․12월경 시작된다. 올해는 9월 20일 전후로 2007년도 제4사분기 수강신청이 진행된다.

동별로 무료강좌나 직장인을 위한 저녁강좌 등도 마련돼 있다. 무료강좌는 주로 어르신 대상의 여가문화프로그램들이 많지만 수궁동주민자치센터처럼 서예교실을 수강한 어르신들이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해 무료봉사로 진행하는 서예교실(매주 금 3시30~5시)과 가리봉1동의 글짓기(매주 목 4~5시) 등 어린이 대상 강좌들도 있다.

직장인 저녁강좌는 에어로빅, 요가 등 건강프로그램이 대부분이지만 오류1동의 드럼(매주 월 6~8시), 수궁동의 기타교실(매주 월 7~9시) 등 이색 강좌들도 개설돼 있다. 구로6동, 가리봉1동, 고척1동, 개봉1․3본동 등을 제외한 13개 주민자치센터에 1~3개씩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 프로그램 인기중심 차별성 드물어
- 구로<갑>․ <을>간 문화기반 격차도 확연

구로구민체육센터의 주된 기능은 주민들의 생활체육 활성화에 있지만 교육내용을 들여다보면 주민 문화예술 욕구에 부응하는 프로그램들도 적잖다. 취미강좌, 웰빙문화 등 주제별로 밸리댄스, 노래, 기타 등의 강좌가 개설돼 있다.

청소년 전용문화공간인 문화의 집을 운영하는 청소년수련관은 매월 넷째주 일요일 11시 청소년영화상영을 비롯한 가족영화상영, 청소년놀이문화한마당 등을 진행한다.

지난 2005년 3월 개원한 구로문화원은 어린이대상의 방송댄스와 성인대상의 비즈공예, 사진교실, 사물놀이, 시창작 등의 강좌를 운영한다. 직장인들을 위해 저녁 6시30~8시30 사이 시창작, 직장인 유화, 바이올린 등의 야간강좌도 마련해두었다.

매주 강좌를 듣기위해 짬을 내기가 부담스러운 이들은 구청의 사이버문화센터(http://edu.gbsi.co.kr)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구로지역을 기반으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는 문화예술단체들도 있다. 문인협회, 미술협회, 서예가협회, 한묵회, 사진작가회 등 구로구 문화예술단체들은 매년 정기적인 작품전시회는 물론 다양한 경로를 통한 지역사회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993년 창단한 구로구립합창단 역시 매년 정기연주회와 문화소외지역에서의 방문공연 등을 펼치고 있다.

구청이 주최하는 각종 문화예술행사들을 꼼꼼히 체크하고 싶다면 구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메인화면 상단의 ‘생활정보’→‘문화정보’로 들어가 좌측의 ‘문화행사 문자신청’을 클릭해 신청서식을 작성하면 구청이 주관하는 각종 문화행사 정보를 핸드폰 문자로 받아볼 수 있다.

- 주민 문화욕구에 부응
복지관 도서관

과거의 복지관과 도서관이 저소득층 복지증진과 지역주민 정보제공 사업에 머물렀다면, 오늘날은 주민들의 날로 높아가는 문화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 활동프로그램 도입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구로구에 소재한 종합사회복지관은 구로종합사회복지관과 화원종합사회복지관, 궁동종합사회복지관 등 모두 3곳이다. 이들 복지관에서는 유아에서부터 어르신까지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장애인복지시설인 성프란치스꼬장애인복지관과 에덴장애인종합복지관은 장애인의 문화권 증진을 위해 문화행사 관람, 문화동아리 운영 등의 사업과 문화적 감수성을 치료에 접목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마련해두고 있다.

구로지역 유일의 노인복지관인 구로노인종합복지관은 만60세 이상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가요교실, 한국무용, 민요교실 등 자체 예술대학을 운영한다. 여기에 단비합창단, 단비무용반 등 특별활동들도 이뤄지고 있다.

시립도서관인 구로도서관과 고척도서관, 꿈나무어린이도서관 등에서 운영하는 문화교실 프로그램도 적잖다. 사군자, 문인화, 동화구연 등 유료 프로그램들이 일반 주민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 자발적 문화예술동아리 눈길
풀뿌리시민사회단체

구로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꾸려나가는 문화예술프로그램과 문화예술모임들도 다양하다.

구로시민센터는 ‘징소리(풍물)’ ‘어울림(기타)’ 화요일(미술반)‘ 등의 동아리를 운영하며, 매년 10월경 구로문화제 ‘아이들과 함께하는 세상’을 개최한다.

구로청년회의 ‘어울음(수화동아리)’ ‘하나둘셋(사진동아리)’ ‘한얼(풍물동아리)’과 구로여성회의 ‘풍물동아리’ ‘반올림(노래동아리)’ ‘종이접기’ ‘어깨동무(어린이풍물단)’ 등은 회원 간의 끈끈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자체강습과 외부 공연․전시 등을 병행해나가고 있다. 신규 회원 모집은 연중 이뤄진다.

구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전문 강사과정을 수료한 주부들이 의기투합해 역사문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아하체험’은 학생들과 학부모 대상으로 현장체험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문제는 숫자 아닌 창의와 참여

구로구의 문화지도<6면 참조>를 들여다본 이들이라면 눈길이 자연스레 오른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안양천을 경계로 오른쪽의 구로<을>지역(신도림․구로․가리봉동 일대)과 왼쪽의 구로<갑>지역(고척․개봉․오류․수궁동 일대)의 문화 지형도는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구로구 주민들의 문화예술 활동의 거점이 되는 기관․시설․단체 등의 63%가 구로<을>지역에 쏠려있다. 구로<갑>지역 주민들이 평소 느꼈던 문화 갈증의 근본 이유가 굳이 설명할 것도 없이 한 장의 지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

물론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다.

문화기반시설 등과 관련한 구로구의 문제는 시설 수를 확충하는 것이 아닌 운영의 방향과 프로그램의 질 그리고 지역 문화자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 차원에서 풀어가는 게 옳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문화연대 문화개혁센터 최준영 팀장은 “공공문화기반시설의 수를 늘이는 건 주민 어떤 대상에게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한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역조사 이후에 진행해도 늦지는 않다”며 “오히려 문제는 기본 시설들이 운영 목적에 충실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지 못하고 당장의 프로그램 운영에 쫓기어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모방하면서 서로 비슷비슷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을 중복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고 진단한다.

구로관내 문화기반시설과 단체들이 하나의 구심체에 의해 통합적으로 관리․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문화지표 조사와 문화 환경 평가를 토대로 주민 욕구를 반영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역에 흩어져 있는 문화자원들을 촘촘히 연계해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일은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할 과제임에 분명하다.

❚기획취재팀 송희정 김경숙 송지현 신진수 오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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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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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지역 문화지도및 월별 문화칼렌더는 본지 217호 6-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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