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19 09:21 (금)
[창간7주년_ 기획]잇따른 재개발 치솟는 주민정보욕구
상태바
[창간7주년_ 기획]잇따른 재개발 치솟는 주민정보욕구
  • 송희정
  • 승인 2007.02.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개발 추진 업무 투명공개 위한 행정마인드 요구
[창간7주년 특집 기획1] 김선주(가명, 여, 50대)씨에게 2003년은 밑창이 너덜너덜한 운동화 한 켤레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그녀는 그해 용산과 난곡, 답십리 등을 누비고 다니며, 생판 모르는 이들로부터 ‘개발정보’들을 귀동냥했다.

개발의 ‘ㄱ’자도 모르던 시절, 30여년 터전을 일군 마을의 재개발 추진위원 직을 맡아 재개발 전반에 대한 업무 터득에 나선 그녀의 순례는 눈물과 땀으로 얼룩졌다.

“구청 공무원들은 단편적인 절차만 알려주고 실무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피했어요. 구로관내 다른 재개발 관계자들도 냉담하긴 마찬가지였죠. 오죽했으면 서울시청을 찾아가 매달렸겠어요. 내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이었어도 그랬을까 싶어요. 당시 무안하고 민망했던 마음은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어요.”

이는 비단 김씨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구로관내에서 재개발 사업에 참여해본 주민이라면 김씨와 같은 답답하고 막막한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게 된다.



이상적인 지역개발은 어떤 모습일까.

뜬구름 잡는 소리일수도 있지만, 아마도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지역개발이 아닐까싶다. 성숙한 주민이 행정의 협조를 얻어 민주적이고 투명한 조합 운영을 통해 삶의 터전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변화시켜 이웃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지역개발의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게 사실이다.

비민주적인 조합 운영과 개발 이익에 대한 주도권 싸움 등으로 주민 간 갈등과 분쟁이 비일비재할 뿐만 아니라 심한 곳에서는 사업자체가 무산되는 사태에 이르기까지 한다. 때문에 많은 개발 전문가는 바람직한 지역개발의 선행조건이 바로 주민의식의 성숙에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주민 의식만 성숙된다고 이상적인 지역개발이 담보될 수 있을까.
구로관내에서 실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당사자들은 행정기관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합리적인 조정자 역할 수행 역시 이상적인 지역개발의 전제 조건으로 손꼽고 있다.

이에 구로타임즈는 창간 7주년을 맞이해 구로구청의 개발행정을 주민 목소리를 통해 톺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또한 서울시 타 자치구에서 시행 중인 선진 개발행정 시스템을 통해 구로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보도록 한다 <편집자 주>. (뒷면으로 / 8면)

구청의 역할 점수는?

재개발 관련 업무는 도시개발 전문가들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사업의 추진 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하고, 어렵다. 의견 결집과 의사 결정이 가장 힘든 사업이며, 추진 단계부터 사업 완료 시점까지 수년에서 십수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사업이다.

때문에 구로관내 재개발과 도시계획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행정기관의 상세 정보제공은 필수지만, ‘친절한 가이드’로서의 구로구청의 역할점수는 그리 좋지 못한 게 사실이다.

구로관내 재개발 추진지역에 거주하는 한 주민(남, 40대)은 “재개발 업무에 대해 잘 몰랐을 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만, 공부를 해가면서 서울시 타 구청의 사례를 접하면서부터는 구청의 개발행정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주먹구구식인지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 정보공유 선행돼야
구로구 개발행정과 관련해 주민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주민들이 첫 번째로 토로하는 문제는 바로 재개발 전반에 대한 업무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 공개의 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구로관내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주민들이 구청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담당 공무원들과의 면담이다. 구청 홈페이지 내 ‘행정종합정보→도시행정’에 들어가면 ‘재개발사업 추진절차’와 ‘우리구 재개발사업의 성과’에 대한 정보가 올라있지만, 이는 단편적인 내용일 뿐 주민들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서울시내 타 자치구의 경우는 어떠할까.
구 전체가 사업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재개발 구역이 많은 성북구의 경우, 지난 2000년부터 ‘도시개발과’의 독자적인 홈페이지를 구축해 놓고, 인터넷 상에서 재개발과 도시계획분야 전반에 대한 업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성북구, 클릭만 하면
재개발 정보 ‘활짝’

이곳의 매뉴얼을 살펴보면(www.city.seongbuk.go.kr→도시개발→재개발), 재개발 추진절차와 용어해설 등은 기본이고, 조합과 추진위원회의 운영규정, 지출내역서, 개략적 사업시행계서 등을 구역별로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 게시판에는 개발 관련 법령, 구역별 재개발백서와 분양안내책자 등이 총망라돼 있다. 이외에도 재개발구역 지번 검색 등의 시스템을 갖춰놓아 거주지 지번만 입력하면 어느 재개발사업에 속하는지 검색되면서 해당 재개발사업의 세부내용으로 이동된다.

성북구는 이것만으로도 부족해, 지난 2000년 7월부터 ‘성북구 주택재개발소식지’를 온라인과 오프라인 동시에 발간, 재개발 조합과 추진위, 시․구의원, 타 구청 등에 배포하고 있다.

연간 600만원의 저렴한 예산을 투입해 1~2개월에 한번 3000부씩 발행하는 소식지에는 재개발 관련 안내 및 유의사항, 구역별 추진경과, 각종 공시․공고사항, 해외 우수 사례 등이 빼곡히 담겨 있다.

성북구는 주민 중심의 도시개발 업무 추진을 위해 지난 2002년 석사 이상의 건축․도시계획전공자 3명으로 구성된 ‘구 도시계획상임기획단’을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설치했다.

성북구 도시계획상임기획단 황윤철 주임은 “성북구의 재개발 관련 홈페이지 구축과 소식지 발간 등은 개발행정의 투명성을 기하고, 재개발 관련 정보에 대한 주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일환”이라며 “재개발 관련 정보는 모든 주민과 함께 공유해야한다는 게 우리 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원완충지대 절실

구로구 주민들이 아쉬워하는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주민들은 재개발 구역 내 각종 민원이 발생했을 때 소수의견을 보호하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 또한 문제점의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최근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승인된 개봉본동 재해관리2구역에서 A․B구역 개별 사업추진의 민원을 제기했던 장진호(개봉본동)씨는 “현 추진위가, 지난해 12월 4일 추진위 승인 전에 입찰공고를 내는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아는 정치인을 통해 어렵사리 구청장 면담을 성사시켜 공청회까지 열렸지만 제대로 된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구로구는 재개발 관련 민원은 타 구 못지않게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민원 완충 시스템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올해 1월부터 재개발․재건축이 추진 중인 동을 중심으로 ‘재개발(재건축)민원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성동구 재개발민원협의회
갈등 조정․ 완화 역할

이곳의 민원협의회는 재개발 지구 및 예정지구 내 각종 분쟁이 발생했을 때 협의신청을 받아 10일 안에 회의를 갖고, 회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구 재건축․재개발분쟁조정위원회에 재조정을 신청 할 수 있다. 민원협의회 위원은 시의원과 구의원, 변호사, 재개발전문가(교수, 정비업체 관계자), 동 직능단체장 등 15인으로 구성하게끔 돼 있다.

성동구는 협의회 운영을 통해 지난 1월 26일 1건의 분쟁을 조정한 경험이 있다. 성동구 금호동 일대 동일지역에 구성된 (가칭)재건축추진위와 (가칭)재개발추진위 양쪽이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을 때 민원협의회를 개최해 전문가 집단의 끈질긴 설득을 통해 원활한 합의에 이르게 했다.

성동구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 추진 시 해당 구역 내 조합 등과 주민 간 의견충돌로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비일비재해, 구 자체 지침을 세워 민원조정기구를 운영하게 됐다”며 “당장의 가시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1차적으로 민원을 걸러주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갈등 해소 효과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로구 시스템 도입 공감
올해 홈피 구축, 기획단 설치

서울시 타 구의 이 같은 앞선 개발행정에 대해 구로구는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당장 추진하기에는 예산과 인력 등 제반여건들이 우선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로구청 도시개발과의 한 관계자는 “구로구는 성북구에 비해 재개발 수요가 적어 그간 중요성을 못 느껴왔다”며 “재개발 사업지가 늘어나게 되면 그에 따른 구청 조직개편과 시스템 도입도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성북구 도시관리국장 재임 시절 재개발 관련 홈페이지 구축과 소식지 발간을 총괄했던 구로구청 조성재 도시관리국장의 국장의 구상은 좀 더 체계적이고 포괄적이다.

조 국장은 “구로구도 이제 종합적인 계획의 밑그림 하에 세부적인 개발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할 시점이 도래했다”는 말로 운을 뗀 뒤 “지역의 광역개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주민과의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하며, 때문에 개발 관련 조직 자체를 주민위주로 재편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올해 안에 홈페이지 구축과 상임기획단 설치를 단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