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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담배꽁초 좀 주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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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 담배꽁초 좀 주워야지"
  • 구로타임즈
  • 승인 2001.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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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의존하며 손수 휴지등 주워

어른섬기는경로사상부족아쉬워

구로본동 보광아파트에 사는 김영모 (93)할아버지는 아흔을 넘긴 노인이다. 김 옹이 주목받은 이유는 오래 산 탓인지 세상물정을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육체도 가누지 못해 지팡이에 의지한다. 그는 아파트경로당에서도 너무 늙었다는 이유로 소외를 당했다. 그래서 구청 벤치나 구민회관 주변에 있는 놀이터를 찾아 휴식을 즐긴다. 휴식도 휴식이지만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의 노인이 주변 쓰레기를 줍는 모습은 옛 선조들의 검소한 모습 그대로였다.



전남 남원이 고향인 김씨는 자식따라 서울에 온지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허리가 굽어져 가슴이 아파. 그래서 지팡이에 의지하게 된 것이지. 휴지, 담배꽁초 같은 것이 있으면 지나치지 말고 주웠으면 해. 눈도 잘 안보여 눈에 잘뜨인 것만 줍게 돼. 몸상태가 안좋으면 그것 또한 못하지. 늙으면 빨리 죽어야 해."



경로사상에 대해도 한마디 건넸다. "구청벤치나 공원에서 앉아있으면 어른들에게 인사하는 사람이 없어. 시골 살 때는 알든 못 알든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젊은이들이 인사를 건네는데. 도시생활이 예절이 없어 아쉬워. 젊은 사람들에게 경로사상을 일깨워 주었으면 해"라고 말했다.



노인정도 젊은 노인으로 가득차 소외를 느낀다고 말하는 김 옹. "경로당이나 노인정에 가보면 젊은 노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늙은 노인 온 것을 반갑게 맞이하지 않아. 그래서 가지 않고 할망구만 노인정에 보내. 노인부부가 서로 떨어져 휴식을 취하는 셈이지."



집에 있으면서 답답함을 느낀 김 옹은 아들과 며느리가 위험하다고 나가지 말라는 만류에도 어김없이 밖으로 나가는 이유를 이렇게 표현했다. "집에 있으면 답답해, 젊은 사람들도 집에 하루만 있으라고 하면 미칠 거야. 모든 인간은 다 마찬가지야. 노인이라고 다를것 있겠어. 이해해줬으면 할뿐이지. 이러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흰수염에 곱게 차려 입은 한복, 중절모를 쓰고 지팡이를 벗삼아 휴식 공간을 찾아 나선 김 노인. 그는 자식의 보살핌 속에 아내 홍남순(83)할머니와 함께 구로본동 보광아파트에 살고 있다.



33566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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