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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컬럼] 우리 마음 속의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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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컬럼] 우리 마음 속의 장애
  • 연승우
  • 승인 2005.05.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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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최고의 흥행영화는 발달장애아의 인간승리를 영화화 한 ‘말아톤’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의 엄마가 ‘우리 아이는 장애가 있어요’라고 절규하듯이 외치는 장면이 있다. 내 머릿속에서 이 장면이 계속 맴도는 이유는 장애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한국사회에 대한 장애아를 둔 엄마의 피맺힌 절규, 아니 장애인들의 절규로 들리기 때문이다.

가정의 달과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각종 행사들이 구로구에서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 중 구로구에서 올해 처음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문화축제가 열려 취재차 문화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그날 기자가 바라본 것은 장애인들이 아닌 비장애인들의 문화행사였다. 물론 기자가 이날 행사가 잘못되었고 일회성 행사가 아니냐는 껄렁한 비판을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장애인들에 대한 조그만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행사장 무대 앞 중앙에 배치되어 있는 의자들은 많은 사람들을 앉아서 공연을 즐길 수 있어 편리했다. 그러나 막상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이미 배치되어 있는 의자들 덕분에 무대 앞에서 공연을 즐길 수 없었다. 또 공연은 가수들 중심의 노래와 춤으로 되어 있어 시각장애인들과 청각장애인들은 얼마나 많이 공연을 즐길 수 있었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복지시설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기자는 오히려 내가 지나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문화행사를 기획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걸요, 장애인의 날 행사라고 하면 의례적으로 밥 한끼 먹는 행사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문화공연을 야외에서 한다는 것 자체로만도 많이 좋아진 거예요.”라고 말하며 관계자를 보면서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으로써 산다는 것은 작은 혜택에도 감동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뒤 구로구 구립보육시설 연합체육대회에 가니 많은 어린이집 천막 속에서 장애아동어린이집 천막이 눈에 띄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가보니,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린이운동회에 장애아동이 할 수 있는 것들이 없어 참여를 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안타까운 마음에 다음날 해당 어린이집에 취재를 해보니, 장애아들이 운동회에 참석을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참여가 중요해 부모님들에게 참석여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의 부모님들이 참석을 하지 않겠다고 해 운동회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운동회를 주관했던 국립보육시설연합회 관계자에게 운동회에 장애아동들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려 했으나 부모님들이 참여를 하지 못하는 관계로 이벤트를 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구로구가 자랑으로 내세우는 것 중에 하나가 수천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이다. 부모들의 참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을 먼저 배치하여 아이들이 운동회에 참석하고 또 비장애 아이들과 장애아이들이 같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먼저 배려를 했어야 한다.

장애인들에게 동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과 같이 하기위해서는 아주 작은 배려가 필요하고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는 장애인들이 주체가 되어 기획했더라면 많은 장애인들이 더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작은 배려인 것이다.

사회와 제도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지 않은 것도 장애이다. 장애는 장애인들만의 육체적, 정신적 문제가 아닌 사회적 구조도 장애를 만드는 것이다. 바로 장애는 우리들 마음속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장애를 없애는 것, 마음속의 장애를 없애는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것에 대한 배려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 진행될 행사에서는 이런 간극을 메우는 열린 행정을 구청에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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