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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93]구로의 공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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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93]구로의 공유지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9.07.29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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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9주년을 맞는 구로타임즈를 지켜보며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낄낄거릴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냐는 질문도 아마 그런 이야기들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일단 먼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묻는 게 우선일 터이다.

또 하나는 만약 그렇게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해서 지금과 다른 결과를 내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 게 또 한 종류의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구로타임즈가 창간 19주년이 되었다. 이래저래 따져보면 내가 공부방 교사로 살아온 시간과 얼추 엇비슷한 때였던 것 같다.

딱 창간호부터 일을 했다고 볼 수는 없을 터이고 이런저런 준비에 족히 1년은 걸렸을 가능성이 크므로 김경숙 대표를 두고 이야기를 하자면 그녀의 삶의 20년은 구로타임즈 하나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0대 나이에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한편으로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렴풋이 짐작이 되는 바가 없지 않다.

그리고 그 후로 수많은 날을 두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긍지와 보람, 후회와 고통의 썰물과 밀물이 필히 있었을 터이다.

공유지의 비극에 관해 최근 몇 군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구로타임즈 운영은 이런 공유지와 맞닿는 점이 없지 않아 보인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활용하고 덕을 보기 위해 사적으로 소유하지 않는 곳이 바로 공유지이다. 하지만 바로 누군가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유지는 아무도 돌보지 않거나 누구나 되는 대로 갈취만을 해가는 곳이 되어 금방 황무지로 내버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모두가 농사를 짓고 살았던 예전 사람들을 두고 좀 더 상세한 예를 들어본다면, 그 공유지는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소와 같은 가축이 먹을 초유가 자라고 있는 공간일 수도 있다.

공유지가 사라진다는 것은 다음에 내가 지을 농사에도 금방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그래도 근시안적인 속성은 그런 공유지를 함께 가꾸는데 인색할 수 있다.

구로 타임즈를 내겠다고 그녀가 결심했을 때 아마 그녀는 우리 동네에는 이런 공유지가 필요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런 공유지를 마련해내면 모든 이들이 필요한 도움도 받고 보다 나은 지역에서 모두가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결심을 굳혔을지 모를 일이다.

이런 공유지를 마련하고 푸른 초목을 가꾸며, 이웃들이 들락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누군가는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또 누군가는 품을 팔아 그 공유지를 함께 가꾸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마 잠시뿐일 것이다.

더 많은 날은 필요한 풀이 자랄 때까지 공유지에는 누구 한 사람 모습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낑낑거리고 물을 길어오면 누군가 그 사이 왔다가버려 누가 왔다갔는지 짐작도 할 수 없을 때도 많을 것이다.

심지어 요즘은 그냥 주문해서 사료를 사다 먹이니 그런 공유지를 가꾸는 일은 그만하고 다른 일이나 찾아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아니면 겨우 푸르게 가꾸어 놓을 공유지를 두고 요즘은 쓰레기 버릴 곳이 더 필요하니 그냥 여기는 쓰레기나 버리는 곳으로 쓰면 어떠냐고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이미 벌써 몰래 쓰레기를 버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유지만 비극을 맞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공유지를 마련하고 그걸 잘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비극을 맞는 순간이다.

이런 어려운 공유지를 마련하고 그것을 가꾸고자 하는 마음을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이웃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함께 잘 살고 싶은 마음, 그 안에서 기여하고 인정받으며 살고 싶은 마음에서 누군가는 공유지를 가꾸는 사람이 되고 싶어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런 사람들을 잘 품어왔는가 하는 점이다.

19년을 함께 잘 살아낸 우리 모두를 생각하면 우린 공유지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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