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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레더누리, 학부모 7명의 '브라보 마이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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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레더누리, 학부모 7명의 '브라보 마이라이프'
  • 윤용훈 기자
  • 승인 2022.06.17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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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이자영 · 총무: 이현진  · 기획: 윤석현  ·회원: 양미경, 송명희   정선영, 정수진
회장: 이자영 · 총무: 이현진  · 기획: 윤석현  ·회원: 양미경, 송명희   정선영, 정수진

 

소낙비가 오락가락하던 지난 15일(수) 오후 신도림중학교 본관 뒤 1층에 마련된 학부모카페. 은은한 커피향이 아닌 가죽원단에서 풍기는 특유의 냄새와 본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4050대 여성 7명이 직사각형 모양의 대형책상에 둘러 앉아 수작업으로 가죽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자영 회장(신도림동)은 "매주 수요일 오후는 레더누리(가죽공예를 즐기는 세상) 동아리 회원 7명이 한데 모여 작업하는 날인데 이번에는 가죽 손지갑이나 카드지갑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대형책상 위로 가죽원단, 가죽제품을 다루는 각종 도구 및 액세서리 등이 널려있는 가운데 회원 모두 각기 익숙한 손놀림으로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모두 신도림중의 학부모이거나 (전) 학부모들이다. 

이들이 가죽공예를 하게 된 것은 학교와 학부모회가 협력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학부모 평생교육사업 중 가죽공예수업에 참여했던 4기 학부모들이다. 처음 가죽공예 수업을 듣고 매력에 빠져 2019년 9월 동아리를 결성해 지금껏 유지하고 있는 것. 

동아리 결성 당시만해도 15명에 달했던 회원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절반 정도 빠져나가, 현재는 마음 맞는 학부모 7명이 남아 동아리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윤석현 회원은 "2017년경 학부모회장을 맡으면서 학교에서 진행하는 평생학습 프로그램 중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많은 학부모들이 가죽공예를 선호해 시작한 것이 동호회까지 결성해 매년 진행하는 학교평생학습 프로그램 중 유일하게 지속하고 있고, 배운 재능을 다른 사람들에게 기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회원들은 벌써 4년 이상 가죽을 다루고 있다. 이제는 솜씨와 기술이 숙달돼 웬만한 생활소품을 수작업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지갑, 가방, 열쇠고리, 밸트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자기만의 개성이 담은 소품이나 물건들을 사지 않고 손수 만들어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나 친지들에게 선물까지 한다고. 

 

이 회장은 "가족공예를 접한 후 가방을 사본 적이 없다"며 회원들이 손수 만든 여러 가방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가방에 버금가 팔아도 될 수준의 수작이다. 가죽 장인이 명품가방을 만드는 것처럼 회원들도 한 땀 한 땀 코를 끼고 바느질하면서 만든 다양한 가죽공예품을 애지중지하고 있다고 한다.

"가죽원단을 구입해와 제품 디자인 콘셉트, 도면그리기, 재단, 손바느질, 액세서리 달기, 마무리 등 쉽지 않는 일련의 제작과정을 며칠간 집중해 만든 완성품을 보면 그 성취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고, 재밌다"며 "만드는 과정에 실수나 시행착오도 수 없이 겪으면서 한 단계 한 단계 발전하고 있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더욱이 오랜 기간 한데 모여서 긴 시간 작업을 하면서 소통하고, 사춘기 아이들 얘기를 하다보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회원 간 더욱 친밀해져 이제는 친구 나아가 한 가족이 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재능기부를 할 땐 보람을 느낀다고. 신도림 내 어르신들에게 동전카드지갑을 만들어 기부하고, 지역아동 및 청소년들과 필통 만들기 체험수업 재능기부, 신도림동 경찰 및 소방대원에게 마우스 패드 및 카드지갑을 만들어 기부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신도림중 교사들과 안경집 만들기 체험수업을 갖기도. 

2020년 구로구평생학습관 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어려움도 따랐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카페가 문을 닫거나 인원제한 등으로 만나지 못해 가정에서 작업을 하고 온라인으로 소통도 했다. 

또 신도림동의 한 공동체에서 작업공간을 빌려 작업 활동을하기도 했다. 다행히 올 들어 사회적거리가 완화 해제되면서 마음 놓고 학교카페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됐다며 작업공간을 마련해준 학교장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전했다.

회원들은 "동아리 활동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작업공간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며 "앞으로 더욱 역량을 강화해 다양한 곳에 재능기부하고 한편으로 브랜드화한 가죽작품들을 선보일 생각"이라며 동아리 회원들이 심사숙고해 만든 자체 브랜드 로고 'L.nuri'를 보여주었다. 'L.nuri'로고가 새겨진 명품 가죽공예 작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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