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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1_다문화구로의 행복공존] "다문화 차별, 어른들 편견이 더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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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1_다문화구로의 행복공존] "다문화 차별, 어른들 편견이 더 큰 문제"
  • 정세화 기자
  • 승인 2021.09.18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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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인식개선 프로그램인 '다시(다양한 시각) 프로젝트'에 모인 구로중학교 3학년들. 한국 학생들과 중국서 중도입국한  학생들은  함께  '다문화 차별' 문화를 파악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다문화 인식개선 프로그램인 '다시(다양한 시각) 프로젝트'에 모인 구로중학교 3학년들. 한국 학생들과 중국서 중도입국한 학생들은 함께 '다문화 차별' 문화를 파악하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성장하는  청소년  시선들  
"여러분은 10년 뒤에 구로에서 살고 있을 것 같나요? 10년 뒤의 구로는 어떨까요?"

"10년 뒤... 아직은 확신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구로에 살고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그땐 저희와 같은 외국인 친구들은 더 늘어나 있겠죠? 지금보다 10년 뒤의 구로엔 작은 차별이 많이 사라져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구로에 살고 싶어요."

지난 13일(월) 구로중학교의 한 교실로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들어오는 이들은 구로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신디(한국), 김홍란(중국), 박지호(한국), 서유진(중국), 이광욱(중국), 정은서(중국) 학생.

한국 아이들과 중국 아이들이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날 아이들은 약 한 시간 동안 '구로와 다문화 학생'이라는 주제로 아이들이 바라본 '다문화 구로'에 대한 생각들을 비교적 솔직하게 전해주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2018년이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에 왔는데, 그땐 정말 한국어를 하나도 하지 못해서 두 달 정도는 친구들과 단 한마디의 대화도 못했어요. 그래도 학교에 가야 하니까 한국어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들리더라고요. 들리니까 점점 말도 하게 됐고, 이제는 어려움 없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2018년, 한국에서 일하시는 부모님의 부름에 한국에 오게 됐다는 이광욱 학생에게 한국은 그야말로 낯선 타국이었다. 입국 전 한국어 교육을 받지 않았던 터라 광욱 군의 한국 적응은 쉽지 않았다고.
 
  "중도입국, 한국어 교육 아쉬워"
"저는 한국어 공부를 조금은 하고 왔지만... 그래도 (한국어가) 여전히 어려워요. 말도 되고, 듣는 것도 들리는데 오히려 쓰는 게 어려워서 지난 학기까지 한국어교실을 이용하기도 했어요. 사실 친구를 사귀는 건 어느 정도만 말이 통해도 가능하거든요. 근데 한국에서 공부를 해야하니까, 한국어 쓰기라든지 언어적 어려움이 있어요."

2019년 구로중학교에 중도입국한 김홍란 학생 또한 한국어 교육의 어려움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 입국 전 떨어져 계신 부모님을 대신해 중국에서 할머니와 살며 한국어 공부를 했지만, 홍란 학생에게 한국어는 '여전히 어려운 존재'며 "한국 입국 전 체계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이들에게 '한국에 와서 차별받아본 경험이 있거나, 차별이 이뤄지는 현장을 본 적 있는지'를 묻자, 아이들은 제각각 멋쩍은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중국교포인 이광욱 학생은 "처음 한국에 와서는 한국말을 모르니까, 저게 차별인지 아닌지도 몰랐다"며 "하지만 학교에 다니고 구로중학교에서는 다문화 교육이 수없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가끔 '너 중국인이지?'라고 묻거나, '짱깨'라는 중국인 혐오 표현을 쓰면 우리도 한국에서 살아가는 주민인데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 또한 "구로중학교에서는 다문화 교육이 입학 때부터 수없이 이뤄지고, 이제 반 친구들 중 대다수가 중국 국적의 친구들이라 사실 '저들이 우리와 다르다'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며 "하지만 구로중학교가 아닌 인근 다른 중학교에서는, 코로나 이전에도 중국 학생들을 향한 한국 학생들의 차별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페이스북과 친구들로부터 (지역내) 한 중학교 교실에서, '중국인과 놀지 마라', '짱깨는 중국으로 돌아가라'라는 발언과 함께 중국 친구에게 필통을 던지는 등의 혐오적 표현들이 나타나며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로중학교의 경우 다문화 차별이 적지만, 지역 내에서는 이런 차별적 상황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아닌  나의  친구들"

이에 대해 김신디, 정유진 학생은 " 인근 학교들에서 저런 다문화 차별사건이 나타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국인이지만 화가 난다"며 "여기 있는 홍란이처럼 이 (다문화) 친구들은 '중국인'이 아닌 그저 나의 '친구'일 뿐인데,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국적이 다르다고 마치 나보다 못한 사람처럼 대하는 건 '상대방의 국적'이 문제가 아니라 '차별한는 사람의 인성'의 문제"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외에도 구로타임즈가 만난 지역사회내 다양한 다문화 단체들과 구로지역 내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입을 모아 "10년 뒤 구로에서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향한 차별'부터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일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은정 학생(19, 구로5동)은 "영림중학교에 다니며 다문화 아이들과 처음 어울리게 됐다"며 "다문화 친구라곤 하지만 사실 그들 모두 한국어를 사용하고 우리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대한민국 청소년임을 모두가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은정 양은 "구로에서 나고 자라 19년째 살다 보니, 나 또한 한국인이지만 '다문화 주민'을 향한 한국 사람들의 시선이 생각보다 날카롭다고 느낄 때가 많다"며 "학교에서는 '쟤 중국인인라는데 왜 같이 놀아?'라는 질문을 받아보기도 했고, 어른들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중국인은 시끄럽다', '중국인이 있어 집값이 안 오른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온갖 범죄행위를 저지른다'"라며 근거없는, 때로는 편견 어린 말들을 쉽게 내뱉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은정 학생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흑인과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인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차별조장 하는  어른들 인식  문제"
그녀는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하는 한국 사람들은 사실 '본인이 해외에 나가면 힘없는 소수가 되고, 언제나 차별받을 수 있는 약자가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지역에, 같은 반에 사는 중국교포를 차별한다는 건 너무나 이기적이고 '양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구로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양(17, 구로3동) 또한 "구로구만 봐도 각종 다문화 행사를 할 때는 마치 구로구에 사는 사람 모두가 외국인과 함께 더불어 사는 '글로벌 세계 시민 구로구'임을 자랑하는 것 같지만, 어른들에게 구로의 다문화는 '숨기고 싶어하는 존재'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고등학교 선택을 앞두고, 나뿐 아니라 많은 친구들의 부모님이 '구로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했다"며 "'여긴 다문화 애들이 많으니까 다른 학교를 갔으면 좋겠다', '구로에는 중국인 애들이 많아 문제다'라는 이야기를 쉽게 하는 모습을 보며 민망할 정도로 부끄러웠다"고.

A양은 "오히려 학교를 다니는 건 우리 학생들이고, 우리는 문제 없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잘 생활하고 있는데 이런 어른들의 인식이 '차별'을 조장하게 되는 것"이라 비판했다.

그녀는 "사회는 장애인과 여성, 성소수자 모두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교육하지만, 아직 '이주민' 차별에 대한 교육은 부족한 듯 하다"며 "앞으로는 더욱 많은 이주민들이 대한민국에 늘어날 것이고 우리 청소년들은 이주민과 함께 생활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데,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차별'과 '혐오'가 우리에게도 일상이 되지 않도록, 구로구민이라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이주민 인식개선 교육'이 제공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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