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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코로나 시대 우리 동네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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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코로나 시대 우리 동네 어린이날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21.05.07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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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코로나가 없었던 때만 하더라도 오늘은 이렇게 집 안에 머무는 날이 아니었다. 나는 부스를 하거나, 공연을 하러 나가는 아이들 뒷바라지를 위해 아마도 어린이날 행사가 열리는 거리공원에 나가 있었을 터이다.

어떤 아이를 찾느라 허겁지겁하고, 연신 만나는 동네 사람들이나 학부모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목이 마른 아이나 배가 고픈 아이들을 위해 이것저것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파랑새는 작은 행사를 하고, 간식 선물을 나누는 것으로 조촐하게 어린이날 행사를 마쳤다. 아이들은 매일 쓰는 일기를 어린이날 기념으로 특별히 면제한 것에 대해 환호하였다. 그리고 내일은 파랑새는 열리지 않을 것이므로 각자 집에서 부모님과 좋은 시간을 가지도록 당부하였다. 5월1일 근로자의 날에도 쉬었는데,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쉴 수 있게 되다니 파랑새 교사로 일하면서 5월이 이렇게 숨차지 않아 보기는 정말 처음이다. 

몇몇 아이들은 내일 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환호를 하며 서로 함께 놀자는 약속을 잡기 바쁘다. 놀이터에서 같이 놀자는 약속을 정하는 것 같은데, 내일 나는 가족들과 놀러 나가서 함께 놀기 어렵다는 아이는 별로 없는 눈치다. 어디선가 모여서 신나게 놀 궁리를 하는 아이들의 모양새가 힘차고 어여쁘다. 

하지만 모두가 다 그런 형편은 아닌 모양이다. 몇몇 아이가 슬금슬금 옆으로 오더니 "선생님 내일 센터 문 안 열어요?"라고 물어온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래도 "파랑새에 오고 싶은데, 파랑새 문 열면 안돼요? 어디 갈 데도 없는데, 파랑새에 와서 놀고 싶어요."하고 간절한 눈빛을 발사한다. 나는 그렇게 파랑새를 찾는 마음이 고맙고 예쁘지만 내 일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면 단호히 거절한다. "미안하지만 안 돼. 내일은 파랑새 문 안 열어." 아이도 별 기대를 안 하고 물어본 것인지 금방 물러선다.

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 거리는 컴컴하다. 내일은 어린이날인데, 비가 쏟아지는 밤은 춥고 거리는 스산하다. 내일도 비가 오면 아이들은 밖으로 놀이는 못 나갈 수도 있을 텐데 슬며시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놀이터에 나가 놀지 못할까봐 하는 걱정은 얼마나 마음 편한 걱정인가? 정인이를 비롯해 올해 수많은 아이들이 좋지 못한 상황 속에서 학대와 사고로 고통 받고 죽어간 일을 생각하면 이런 걱정은 천만번도 더 하고 싶다. 다시는 어린이날을 함께 하지 못할 정인이와 많은 아이들이 어린이날을 맞아 서글피 울어대는 것처럼 그렇게 비가 내린다. 

그래도 가슴 따뜻한 동네 사람들은 어린이날을 맞아 동네 놀이터 곳곳에서 작은 어린이 잔치를 벌였다는 소식을 어린이날 뒤늦게 접했다.

힘들게 이 것 저 것 준비해서 하루 종일 아이들과 함께 놀아준 소식이 SNS를 타고 따뜻한 피처럼 흐른다. 이런 뜨뜻한 심정이 있어 아이들은 오늘 하루를 또 기쁘고 고맙게 잘 보냈을 것이다. 아마 내일 파랑새에 모이면 분명 이렇게 어른들이 마련한 자리에서 기쁘게 논 소식이 한보따리 풀릴 것이다. 

조용하지만 품격 있고, 활기차지만 충실한 우리 동네 어린이날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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