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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나의 코로나 봉쇄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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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나의 코로나 봉쇄 작전
  • 성태숙 시민기자 (구로파랑새나눔터공부방 지역아동센터장)
  • 승인 2020.12.18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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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은 그냥 쓰러져 눕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먼저 글을 남긴다. 

일이 난 것은 어제부터인 것 같다.

아침부터 살살 목이 간지럽다는 생각이 들어 아마도 목감기가 오는가 싶었다.

가그린도 하고 가끔 따뜻한 물도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밤늦게 사무실에 남아 운영위원회 서류를 준비하면서 약간 한기가 들어 히터를 틀면서도 그저 공기가 많이 쌀쌀한가 싶었을 뿐이다.

조금 일찍 10시에 딱 맞춰 퇴근을 하면서 골목길 풍경에 '밤이 굉장히 깊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약간 이상 감각이 와서 사물이 전체적으로 더 어둡고 차갑게 느껴져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밤 10시 30분, 아파트 현관문 시계를 보았을 때 '평소보다 조금 이르다'는 생각을 하며 본 시각이다.

하루 종일 힘든 일에 내내 시달렸다는 지인과 한 시간 가량 통화를 하고 11시 반밖에 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면서 '와 오늘은 정말 시간이 조금씩 남는다'며 안도를 했었다. 

나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있는 형편이었지만, 하루 종일 고된 일로 시달린 그녀를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있는 기운을 다해 함께 같이 욕을 해주고 난 뒤 이제는 내 일을 좀 해보자며 다시 컴퓨터를 켰는데 그 때부터였다.

평소에도 늘 이 시간에는 일이 더 하긴 싫었지만 유독 좀 더 피곤한 것 같아서 전기담요를 켜고 그냥 자리에 누웠다.

작은 가습기를 켰지만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지 계속 목이 간지럽거나 긁히는 느낌이 들면서 마른기침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목이 불편하면서 온 몸도 나른해지고 심지어 미열이 약간 오르는 듯도 싶었다.

그것이 뜨듯한 전기담요 위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 쓴 탓일 수도 있지만 열이 나며 확실히 몸이 처지는 것이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핸드폰을 뒤져 코로나 증상을 확인해보니 분명 비슷한 지점이 있다.

감기도 이와 비슷하지만 콧물과 재채기가 감기 특유의 증세인 것 같은데, 나는 마침 알러지 비염으로 약을 복용 중이어서 콧물은 약기운에 말라버린 듯도 싶었다. 

12시가 넘은 시각.

코로나 증세를 확인하자 불안과 걱정이 커지기 시작해서 구로보건소에 전화를 했더니 젊은 상담원이 전화를 받아서 선별 진료소를 내일 가보라며 위로를 건넨다.

이런 몸으로 집중도 안 되고, 잠을 푹 자고 그냥 몸살이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확실히 목은 전날보다는 약간 호전이 된 듯도 싶었다.

하지만 증세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고, 대신 허리통증이 매우 심해져 움직일 때마다 아파오는 것이다.

밥을 먹으면 기운을 차릴까 싶었는데, 밥을 먹으며 이번에는 두통에 약간의 안압통까지 느껴져 점점 더 걱정스런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구청에 보고를 하고 선별 진료소를 가기로 했다.

혹시나 싶어 가까이 사시는 친정어머님께 이런 사실을 알리고 절대 집으로 오지 말라고 일러드린 뒤 선별 진료소를 찾았다.

몸 상태가 괜찮으면 걸어갔으면 싶었지만 도저히 걸을 힘도 없고, 자가용도 없으니 미안한 마음을 안고 버스를 타고 선별 진료소를 다녀왔다.

다른 사람과 부딪치지 않고 말을 섞지 않고, 최대한 멀리 떨어져 피해를 끼치지 않기를 바라며 행동을 조심하였다.

일단 버스를 탔지만 카드를 썼으니 나의 동선을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위로할 뿐이다.

진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계속 마음이 오락가락했다.

어제 몇 아이를 가까이 했던 것도 생각이 났다.

센터에는 소상히 상황과 상태를 일러두고 비슷한 증상이 아이들이나 다른 어른들에게 나타나는지 살펴봐달라고 했지만, 진료를 마치고 버스가 구청 근처에 다다랐을 때는 괜찮을 것 같은데 그냥 센터로 갈까 하는 마음에 잠시 망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온 몸이 천근만근으로 그저 눕고 싶은 생각뿐이다.

코로나는 아니어도 필시 몸살이라도 걸린 것이 틀림없기는 한 것 같다.

그래도 잠시 전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는 황당한 짓을 저질렀다.

그것은 다음 번 기회가 있으면 털어놓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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