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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현실 왜곡하는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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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현실 왜곡하는 언론보도
  • 구로타임즈
  • 승인 2003.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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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간지나 TV방송의 학교 관련 뉴스를 보면 한국의 교육현장은 사고와 갈등으로 얼룩져있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초등학교 축구부 기숙사 화재, 초등학교 교장 자살, 불결한 학교 급식, 대학 기숙사내 집단 발병, 전교조의 반전 교육 등 충격적인 소식들이 신문지면과 텔레비전 화면을 채웠다. 한국의 교육이 왜 이지경이 되었을까 탄식이 나올 정도이다. 과연 한국의 학교 교육이 언론에 비친 만큼 그렇게 문제 투성이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물론 한국의 교육제도는 많은 모순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학교교육이 한국사회를 지금만큼 성장시켰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 교육은 한국사회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고, 미래를 이끌고 나갈 견인차이다.

1960년대 이후 한국사회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산업발전을 한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학교교육이다. IMF위기를 극복하고 IT강국으로 부상한 것도 학교교육의 덕택이다. 작년 월드컵에서 세계인을 감탄케 한 한국인들의 성숙한 질서의식도 학교교육을 통해 다져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학교교육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보다는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 보인다. 왜 그럴까? 주요 언론의 그릇된 보도 관행도 원인 중의 하나이다. 이로 인해 학교 관련 뉴스는 학교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기보다는 왜곡하고 과장하는 경우가 많다.

공중파 방송이나 일간신문에서 학교 관련 뉴스는 대개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사회부 기자들이 담당한다. 즉 경찰서나 법원 등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일선학교에서 일어난 뉴스를 취재해 보도한다. 따라서 이들 기자가 주로 주목하는 뉴스의 소재들은 학교에서 발생한 사고나 범죄이다. 학교 관련 보도가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내용들로 채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론은 그 속성상 평범한 일상보다는 예외적이고 돌발적인 현상에 주목한다. 그래서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라는 말이 불변의 진리처럼 언론계에서 통용되고 있다.

학교 관련 뉴스도 다르지 않다. 열악한 교육 여건에서도 성실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들의 모습이나, 콩나물 교실에서도 힘들게 하루 하루를 버텨나가는 청소년들의 갸륵한 현실은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다.

더욱이 최근의 전교조 관련 뉴스에서 나타났듯이 일부 신문들은 학교교육문제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의도적으로 왜곡, 과장하길 서슴치않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정확한 보도를 해야할 언론이 오히려 학교 현실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학교교육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지속적으로 교육제도를 고쳐나가고, 미래지향적으로 교육여건을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교육개혁은 교육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막고 있는 것이 언론이다. 교육개혁이 실현되려면 언론의 학교관련 보도관행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학교 문제를 사고 위주나 갈등 위주로 보도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학교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려는 언론의 책임있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장호순교수는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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