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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5]스웨덴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 바스타(BA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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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5]스웨덴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 바스타(BASTA)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2.11.26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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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중독자에 재활의 꿈 주며 흑자행진
울창한 전나무 숲속에 안긴 바스타는 사무공간이기보다 일종의 '마을' 형태를 띠고 있다. 노랑 빨강 색색의 나무집들과 공동식장, 사무실, 목장 등이 옹기종기 들어앉았고, 그 사이사이에 이곳 수혜자들의 일터인 목공소와 애견호텔 등이 자리한다.

  스웨덴의 완전고용과 보편적 복지의 틀은 적어도 1980년대까지는 건재했다.
 그러나 보수당 정권시기인 1991년부터 1994년에 추진된 급진적인 민영화와 그 뒤를 이은 사민당 정부의 긴축재정, 그리고 이와 맞물린 나라 안팎의 경제위기상황과 EU가입 등은 복지국가 스웨덴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했다.   1980년대 2~3%대에 머물던 실업률은 1990년대 경제위기에 직면하면서 1995년 9.2%까지 증가했다. 스웨덴의 사회적 기업들은 이후 20년간 양산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 등을 제공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스웨덴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에는 삼할(Samhall)과 바스타(Basta) 등이 있다.
 1980년 스웨덴 정부가 출자해서 설립한 삼할이 장애인고용 중심의 노동통합형 사회적기업이라면 바스타는 정부와 지자체의 공적자금과 민간자본이 혼합된 알코올·약물중독자들을 위한 노동통합형 사회적 기업이다. 바스타는 사회적 기업가들의 가장 큰 고민인 '사회적 목적'과 '재정자립' 사이에서 확고한 철학과 운영원칙을 통해 두 마리 토끼를 다잡았다고 평가받는다.
 북유럽의 차가운 겨울비가 흩뿌리는 날 바스타를 찾았다.  <편집자 주>

 ■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1. 우리안의 시도들

  구로의 고민과 희망

2. 우리밖의 시도들 1

평택과 부산을 가다

3.우리밖의 시도들 Ⅱ

 청주를 가다

4. 나라밖의 사례들 1

  스웨덴 HSB 쿰파니언

 5. 나라밖의 사례들 Ⅱ

      스웨덴 BASTA

 6. 나라밖의 사례들 Ⅲ

     핀란드 사회적 경제

     재활인들의 마을 바스타
 스톡홀름에서 서남쪽으로 약 50㎞ 떨어진 인구 1만 명 안팎의 작은 도시 뉘크바른(Nykvarn).
 스웨덴 노동통합형 사회적 기업 바스타(Basta)는 뉘크바른 외곽 약 54헥타르에 이르는 너른 대지 위에 자리하고 있다.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발하는 울창한 전나무 숲속에 안긴 바스타는 사무공간이기보다는 일종의 '마을'의 형태를 띠고 있다. 노랑 빨강 색색의 나무집들과 공동식당, 사무실, 목장 등이 옹기종기 들어앉았고, 그 사이사이에 이곳 수혜자들의 일터인 목공소와 애견호텔 등이 자리한다.


 인근 호숫가에는 수혜자들이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낼 수 있는 쉼터도 있다. 기업명이 적힌 표지판이 없었더라면 숲속 한적한 산골마을로 착각하고 그냥 지나치기 쉽다.


 현재 바스타에는 100여명의 직원이 고용돼 있다. 고용규모로만 따지면 뉘크바른에서 세 번째로 큰 기업이다. 다른 기업과 다른 점이라면 이들의 90%는 바스타의 이용자 즉 수혜자라는 것에 있다. 이들은 보통 약 20년간 알코올과 약물에 찌든 중독자이거나 약 5년간 감옥에 수감됐던 범죄자들이다.

 

바스타 사무실. 주변으로 작업장과 숙소로 사용되는 여러 동의 목조주택들이 눈에 띈다.

 

 "우리는 판매한다"
 스웨덴 정부와 지자체는 알코올·약물 중독자와 범죄자들이 재활과 사회복귀 등을 강하게 원할 때 이들에게 자신들을 대신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바스타의 프로그램을 '구매한다'.


 이곳의 라스 스베딘(Lars Svedin)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가 바스타를 '지원한다'가 아니라 바스타의 프로그램을 '구매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


 "우리는 정부든 지자체든 합당한 가격, 동등한 입장에서 계약한다. '자립(Independence)', 이것이 바스타가 유지되는 이유다. 우리는 누군가 1만 유로를 기부하겠다고 하면 단호하게 NO라고 말한다. 대신 우리의 물건을 사라고 한다. 그것이 바스타의 수혜자들에게 '진짜 일'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을 중독에서 이겨내게 하고 재활에 성공하게 한다."


 범죄자와 중독자의 재활이라는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작년 한해 40만 유로(한화 약 5억6천만원)의 순이익을 창출해낸 이곳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바스타의 운영철학을 소개하고 있는 라스대표

 

 바스타의 6개 운영철학
 바스타는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 알코올●약물 중독자들의 실업과 범죄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을 때 이들에 대한 새로운 대안솔루션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전문가그룹과 정치인, 지자체 공무원들이 함께 이탈리아 사회적 협동조합인 '상 파트리아노(San Patrignano)'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1천여명에 달하는 알코올, 헤로인 중독자들이 말을 사육하고 미술작품을 복원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당시 스웨덴의 재활작업장에서는 볼펜 부품을 끼우는 등의 단순 노동이 대부분이었다.


 20년 동안 헤로인에 찌들어 살았던 한 중독자가 '진짜 일'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 온 그들은 스웨덴으로 돌아와 그곳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6개 운영철학으로 정리했다.


 1. Work(진짜 일) 2. Quality(상품의 질) 3. Ecology(친환경) 4. Solidarity(연대성, 관계성) 5. Independence(재정자립) 6. The good example(어려움을 잘 극복해낸 이들의 좋은 사례)가 그것이다.


 1994년에 설립된 바스타는 18년이 흐른 지금도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내릴 때 이 여섯 가지 운영철학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권력은 수혜자들로부터
 바스타는 여기에 더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엄격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첫째는 재활을 통한 사회적 통합이라는 사회적 목적이 분명해야하고, 둘째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이다. 셋째는 이익의 재투자이며, 마지막은 기업을 움직이는 힘, 즉 권력은 수혜자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바스타의 의사결정구조의 특징은 이중 마지막 정의에 따라 수혜자들의 이사회 참여를 원칙적으로 권장한다는 데 있다.

  의사결정권자의 절반 이상은 수혜자로
 이곳은 1년에 한 번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사람 20명을 뽑는다. 이 20명 중 수혜자비율이 67%이상으로 못 박혀 있다.


 이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20명 안에서 3~9명의 이사진이 선출되는데 절반 이상은 무조건 수혜자로 구성돼야 한다. 공동대표도 다르지 않다. 3~5명의 공동대표의 절반 이상은 수혜자여야 한다. 이러한 원칙과 철학은 단체를 소개하는 팸플릿에도 또렷이 적시돼 있다.


 '바스타는 이용자(수혜자)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것은 이론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의 실천된다. 우리는 약물중독으로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에게 좀 더 특별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바스타의 주요 요직과 운영에 관계된 자리가 그것이다. 바스타에서 일하는 사람 95%는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 바스타는 이용자 중심의 이용자가 운영하는 기업이다.'

 "먼저 기업가가 되세요"
 바스타는 사회적 기업의 '사회적 목적'과 '재정자립(수익)'이라는 두 개의 미션 사이에서 '재정자립'을 좀 더 중요한 목표로 두고 있다. 수익 창출이 안 되면 자신들의 노동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수혜자들이 자존감을 잃게 되고, 이는 기업운영과 상품의 질에도 영향을 미쳐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사회적 목적'에 치중하게 되면 취약한 재정구조로 인해 결국 정부에 예속된 비독립적 조직이 된다는 것이 라스 대표의 설명이다. 그들의 또렷한 지향은 결실을 이뤄 작년 한해 총 매출의 40%가 수혜자들이 생산한 물품과 서비스 판매를 통해 달성한 것이다. 나머지 60%는 바스타가 정부와 지자체에 판매한 공공서비스(재활프로그램) 수익금이다. 바스타 18년 역사에서 적자를 낸 시기는 초기 단 2년뿐이다. 흑자 행진은 16년간 지속됐다. 라스 대표는 "스웨덴 인구 100명 가운데 2~3명은 사회적 기업가라고 볼 정도로 수가 늘고 있지만 그들이 진정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며 "나는 만일 당신이 사회적 기업가가 되고 싶다면 먼저 진정한 기업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수익창출이 중요한 이유?
 바스타를 거친 이들이 모두 재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바스타에 들어온 사람들 가운데 50%는 3개월 안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경우다. 그 나머지 50% 가운데 절반정도가 1년을 버티고, 절반은 1년 이상 이곳에 머무른다.


 사실 정부와 지자체가 바스타로부터 사들이는 재활프로그램은 1년이 기한이다. 하지만 바스타는 더 오래 일하길 원하는 수혜자들에게 원하는 기간만큼 일자리를 제공해준다.


 그리고 정부가 돈을 내지 않는 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물건을 팔고, 더 열심히 수익을 낸다. 이곳의 EU프로젝트 매니저인 크리스티나 블릭스트(Kristina Blixt) 씨는 더 열심히 수익을 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수혜자는 1년 동안 정부지원을 받지만 1년이 지나도 본인이 원하면 더 머물 수 있다. 1년 후는 바스타가 지원한다. 보통 20년 이상 마약을 한 사람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바스타의 수혜자들은 보통 4년 정도 머무는데 그 정도면 전문능력을 갖추고 이곳의 작업장 책임자가 되기도 한다. 혹은 바스타 이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인터뷰]  바스타에서 만난 탐 달백 ((Tom Dahlbeck) 

" 중독자에서 목수로 "

 

   목공소에서 일하는 탐(32) 씨는 바스타에 온 지 10개월이 됐다.
 목수가 꿈인 그는 이곳에서 가구에 무늬를 새겨 넣고, 표면을 다듬는 정교한 작업을 해내고 있다. 급여는 정부지원을 받는 1년 동안은 4,000크로나(한화 약 65만원)를 받는다. 숙식은 이곳에서 모두 무상으로 제공받는다. 1년 후 바스타에 정식직원으로 고용되면 일반 노동자와 같은 급여를 받게 된다.
 그는 "처음 바스타에 올 때는 빨리 사회에 나가서 나만의 아파트를 얻어 살아야겠다는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여기서 계속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탐 씨는 17년 동안 마약을 하고 범죄를 저질렀다. 3년 전 형을 선고받고서 작년 8월 12일에 출소했다. 많은 고민을 하다가 사회에서 어울리던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또 그 생활에 빠질 것만 같아 선택한 길이었다. 그는 "이전에도 마약을 끊으려 노력한 적이 있지만 결국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곤 했다"며 "바스타를 참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오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기에, 이제 다시는 예전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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