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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4] 스웨덴 HSB "아이 탄생 선물은 주거협동조합 가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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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4] 스웨덴 HSB "아이 탄생 선물은 주거협동조합 가입으로"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2.11.19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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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볼로냐, 캐나다의 퀘벡. 최근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를 말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해외사례들이다. 이에 반해 스웨덴과 핀란드는 사회적경제분야 보다는 각각 '복지천국'과 '교육강국'을 이룬 북유럽국가의 사례로 많이 소개됐다. 하지만 그들 나라에서 그것을 가능하게 한 배경을 탐색해 보면 상당한 수준으로 무르익은 사회적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종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태동과 성장, 연대하고 있는 두 국가의 오늘을 들여다봤다. 11월 1일부터 9박10일간 진행된 해외 현지취재는 총 3회에 걸쳐 보도된다. 이번호에는 스웨덴의 전통적 협동조합체로 불리는 주거협동조합 호에스베(HSB)와 스웨덴 협동조합지원조직인 쿰파니언(Coompanion)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①우리 안의 시도들_
 구로의 고민과 희망
 
②우리 밖의 시도들Ⅰ
 평택과 부산을 가다

③우리 밖의 시도들Ⅱ
 청주를 가다

 ④나라 밖의 사례들Ⅰ
 스웨덴 HSB 쿰파니언

⑤나라 밖의 사례들Ⅱ
 스웨덴 BASTA
 
⑥나라 밖의 사례들Ⅲ
 핀란드 사회적 경

 

 


 

   경찰관보다 이웃이 더 든든
 지은 지 65년 된 군부리트 씨의 집은 거실과 부엌, 4개의 방 구조로 이뤄진 30평 남짓한 중소형주택이다. 18년 전 주방가구를 교체한 것 외에는 일체 손을 대지 않은 원형그대로의 협동조합주택이다. 은퇴 후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부부는 단지 내 이웃들과도 다양한 취미활동을 함께한다. 더불어 식사와 사우나를 즐기고, 합창반과 사진모임 등을 꾸려 활동한다.


 이는 협동조합주택과 일반주택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군부리트 씨는 "이 섬에 있는 주택단지 5~6곳이 모두 협동조합에서 지은 것인데 입주민들 간의 다양한 활동들이 바로 HSB에 의해 조직화돼 있다"며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단지 내 필요한 사항을 함께 의논해서 결정하다보니 협동조합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옆집에 경찰관이 사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고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주택 입주 순위는 '적립기간'
 협동의 정신은 입주민들 사이의 관계는 물론 집을 마련하는 방식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1924년 창설한 HSB에는 현재 스웨덴 전역의 크고 작은 주택조합 4천여 개가 가입돼 있다. 31개 HSB 지부들이 관리하는 이들 조합의 정회원 수만 55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0만5천여명은 지금도 내 집 장만을 목표로 일종의 '저축'을 붓고 있다.


 HSB의 조합원이 되려면 매달 최소 300크로나(Krona, 한화 약 4만8천원) 이상의 회비를 내야 한다. 협동조합주택이 아름답고, 튼튼하고, 살기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일시에 목돈을 적립하려한 부자들도 있었지만 이는 아무 소용이 없다. 협동조합주택의 입주 우선순위는 돈의 액수가 아닌 돈의 적립 기간에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볼보 회장도 일정기간 꾸준히 저축한 뒤에야 입주권이 주어졌다.


 최근에는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집값이 많이 올라 30년 이상은 저축을 해야 집을 장만할 수 있다. 지방의 중소도시의 경우에는 몇 년 만 납입해도 가능하다. 군부리트 씨의 딸도 30년간 조합비를 낸 후에야 스톡홀름 안에 아주 좋은 주택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스웨덴 국민들이 아이의 탄생이나 세례식 때부터 조합가입을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HSB의 등장, 주택시장 새바람
 HSB는 스웨덴 주택시장 흐름 자체를 바꿔놓기도 했다. 지난 1930~40년대 HSB가 소위 잘나가자 민간건설업체들이 건축자재공장을 압박해 자재공급을 차단시켜버렸다. 당시 HSB는 무릎 꿇는 대신 아예 자체 자재공장을 세워버렸다. 지금은 자재공장들이 너도나도 HSB에 물품을 공급하려 줄을 서고 있다.


 

10년 전에는 주택보험사들이 보험료를 계속해서 올려 받았다. HSB는 이때 역시 주택보험회사를 차려 버렸다. 그 덕에 일반 보험료까지 덩달아 반값으로 내려앉았다.

 

조합원, 즉 주택이용자 중심의 주택설계 또한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HSB는 불과 1920년대에 가난한 노동자들을 위한 집을 설계하면서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휴식과 회복이라는 생활의 질적 요소를 곳곳에 도입했다.

 노동자들은 굳이 매일 매일 씻을 필요가 없다는 사회통념을 깨고 집 안에 욕조와 욕실을 앉힌 것은 당시만 해도 파격이었다. 집안에 미술작품을 들이고, 주방을 실용적으로 꾸미고, 복도에 쓰레기통로를 설치한 것도 HSB가 스웨덴 건축디자인을 선도한 부문이었다.
 
 25%는 공공임대주택으로
 HSB는 88년의 오랜 역사와 스웨덴 내에서 무시 못 할 조직규모를 갖췄음에도 지금까지 비교적 초심을 잃지 않고 창설이념을 견지하고 있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1924년부터 지금껏 지은 50만 가구 가운데 12만 가구는 돈이 없어 집을 살 수 없거나 조합주택을 받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리는 이들을 위한 공공주택(일종의 공공임대주택)이다. 때문에 HSB는 최근 공공이 맡고 있던 주택시장 일부를 영리회사에 떠넘기려 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서 강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다.

 군부리트 씨는 "오랜 세월 HSB가 지속돼 오면서 스웨덴 사회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고, 주택부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지만 최근 20~25년 사이 공공이 관리하던 주택부문을 시장에 맡기려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어 우리는 이것을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HSB는 여전히 젊은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해서 집을 짓고 있으며, HSB의 가장 큰 장점 또한 아래의 민중들로부터 의견을 구하고 이것을 십분 반영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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