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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3] 충북 청주 (사)일하는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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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3] 충북 청주 (사)일하는 공동체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2.11.12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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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읽고 주민과 함께"

 (사)일하는 공동체가 자리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산남동 산남메디프라자 건물 꼭대기에는 '하늘밭 텃밭'이라 부르는 옥상농원이 있다. 이곳의 도시농업추진단이 올해부터 마을주민들과 함께 가꾸기 시작한 소박한 텃밭이다.


 일하는 공동체(대표 박종효)는 산하 조직으로 도시농업추진단 외에 운영지원단 및 교육사업단, 지역아동센터 충북지원단, LH마을형 사회적기업단 등을 두고 있다. 여기에 기관 위탁을 받아 청원자활후견기관과 충북여성 새로 일하기 지원본부를 운영하는 등 일자리사업도 진행한다.


 현재 유일한 직접사업인 'LH마을형 사회적기업'에서는 임대세대가 많은 인근의 성화아파트단지에 지역아동센터와 마을도서관 등을 들이고 학부모 모임과 문화센터 등 주민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LH공사(토지주택공사) 사회공헌사업 일환으로 지난 2010년 9월부터 시작됐다. LH로부터 연간 1억3천만원의 재정지원이 약속됐지만 실제 돈을 받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일하는 공동체의 오늘은 지역주민의 욕구를 읽고 주민이 원하는 삶을 공동생활영역에 만들어 내기 위한 각종 마을사업을 활동의 중심에 두고 있다. 하지만 단체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갔을 때 이러한 활동은 불과 2~3년 전부터 시도된 새로운 움직임이다.

" 지역사회에 진짜 필요한 일을 읽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조직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라고 생각한다."

" 마을에서 뭐가 필요한지는 마을주민들과
 이야기해야 하는데 우리는 늘 아이템만
 앞서고 제도만 좇았다. "


 그간 이곳이 경험한 적잖은 부침들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지역 안에서 협동과 연대를 할 때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시사해 준다. 하늘밭 텃밭에서 만난 박종효 대표는 2시간 가까운 인터뷰 시간 내내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들려줬다.


 거슬러 올라갔을 때 (사)일하는 공동체의 시작은 1998년 10월말 '충북실업극복시민단체협의회'에서 출발했다. IMF가 터지고 실업문제가 국가적 사안으로 떠올랐을 때 충북지역의 경실련과 민주노총 등 45개 단체가 의기투합했다. 도내 웬만한 단체들은 다 묶였다. 일부 정치인들도 함께했다.


 정부 지원금 1억5,000만원을 받아 사무국을 꾸리고 약 2년간 실업자들에 대한 직접사업을 펼쳤다. 이후 실업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사그라들고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서 협력 단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남은 단체는 여성민우회와 민주노총, 자활단체, 복지관 등 7개 단체에 불과했다.


 활로를 모색하던 중 2001년부터 자활사업이 시작됐다. 그해 청원자활후견기관을 위탁받아 운영을 시작했고, 2002년부터 2005년 사이 가사관리사업단 '우렁각시', 실업극복국민재단 실업자종합지원단, 재가간병 도우미사업 등이 첫발을 뗐다. 새로운 사업단들이 꾸려지자 새로운 그릇이 필요해졌다. 2006년 3월 무렵 기존의 실업운동과 청원자활후견기관의 자활공동체 등으로 (사)일하는 공동체 실업극복연대를 창립했다.


 이듬해인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고 인증제도가 시작되자 자활공동체 등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시키는 '인큐베이팅' 사업들이 진행됐다. 그해 10월 충북 사회적기업 1호인 주식회사 미래이엔티(폐가전 전문 재활용 기업)을 시작으로, '삶과 환경', '미가건축', '미래상사' 등 6개 사회적기업이 이곳을 직간접적인 기반으로 탄생했다. 최고 번성기였던 2008년경 총 근로자 수만 300여명에 달했다. 단순 일자리창출사업을 넘어 지역사회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서 사회적경제 조직들의 본산으로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


 새로운 운영 틀을 갖고 독립돼 나간 사업단과 모법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다. 사회적기업 등으로 독립한 사업단들의 수익구조가 안정화되면서 모법인인 (사)일하는 공동체 실업극복연대의 할 일이 점차 줄어들었다. 지난 3년 동안은 사회적기업 인큐베이팅 사업 자체를 손 놓고 지냈다. 박종효 대표는 이를 두고 "길을 읽었다"라고 표현한다.


 "사회적기업이 여러 개 생기면 이들의 네트워크로 지역사회가 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다양한 조직과 관계를 맺어 왔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이 늘어나면 점일 뿐이지 선이나 면이 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인건비 지원이 중심이 되다보니 연결의 고리가 없었다. 물론 필요성도 못 느꼈다. 정부 주도로 가면서 민간역량이 줄어든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소위 길들여진 거다. 사회적기업이든 협동조합이든 계속해서 정부 지원을 좇고, 시장에 구걸하는 방식이면 지역사회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진짜 지역사회에 필요한 일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흐름에 편승한 단체 중심의 연대와 협동의 틀을 깨고 지역 속으로 오롯이 들어가기 위해 노력한 건 2~3년 전부터다. 지난 2010년에는 '실업극복연대'라는 이름을 떼고 (사)일하는 공동체로 단체명을 바꾸었다. 청주지역의 소위 주류시민운동진영이 관심 갖지 않았던 영역부터 파고들었다. 성화아파트단지는 어찌 보면 이들이 처음으로 만난 날것의 현장일 수 있다. 박종효 대표는 지역사회 현장의 가치를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미리 틀을 짜놓고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에 필요한 일, 지역주민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진짜 필요한 일을 읽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일하는 조직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마을에서 뭐가 필요한지는 마을주민들과 이야기해야 하는데 우리는 늘 아이템만 앞서고 제도만 좇았다. 지금은 협의회다, 연대다 이런 것들 보다 관심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천천히 가려고 한다. 굳이 성과 낼 생각도 없다. 지역사회에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동안 부족했던 고민을 하고 싶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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