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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년 특집_기고]서울시 마을만들기에 대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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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년 특집_기고]서울시 마을만들기에 대한 기대와 우려
  • 유창복(마을지원센터 준비단장, 성미산마을극장 대표)
  • 승인 2012.03.06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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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마을공동체 지원조례가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10.26 서울시 보궐선거 이후 3개월여에 걸친, 서울 전역의 풀뿌리 주민들과 활동가들의 준비가 한 단락을 짓는 순간이었다.


 이 조례에 근거해 올 상반기 중에는 서울의 마을사업을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타(이하 마을지원센타)'가 설립될 예정이다.
 
 단기사업 성과 위주 '우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정의 중요한 방향으로 마을공동체 복원을 천명한 후, 두 가지의 상반된 반응이 있었다. 기대와 우려이다. 그동안 척박한 환경 속에서 10여년 터를 닦아온 풀뿌리활동이 탄력을 받아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기대했다.


 한편 시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할 때, 지역 풀뿌리 특유의 소통방식과 속도를 압도해 부작용이 두드러지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었다. 충분히 공감되는 걱정이라고 여겨진다.


 풀뿌리는 목표를 앞세워 조직하기 보다는, 함께 살아가며 이웃들과 함께 필요한 것을 도모하고, 그 과정에서 호혜적인 생활관계망을 짜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풀뿌리 나름의 생활리듬과 감수성이 엄연한 것이라, 목적의식이 앞설 때 그 삶의 흐름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의 여러 실국이 각기 나름의 마을만들기를 한다고 나서는 경우다. 관료사회의 전형적인 칸막이 행정의 관행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른바 각개약진이다. 실제 마을에서는 교육과 문화, 경제, 복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실국별로 각자의 마을사업을 경쟁적으로 전개하면 사실 마을 입장에서는 무척 혼란스럽다.


 둘째, 정부가 미리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공모해 기관과 단체를 선정하여 자원을 지원한 후 곧바로 성과를 증명하라고 하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은 실제로는 5~6개월 정도의 사업집행 기간만을 허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을은 10년 주기로 호흡한다. 정부의 1년 단위 사업은 참으로 숨 가쁘다.


 눈에 보이는 수량적인 형식상의 성과 만들기에 급급하다. 나중에는 이걸 왜 하는지, 누굴 위해서 하는지 조차 헷갈리게 만든다.
 
 마을의 핵심은 사람
 최소한 각부서의 정책이 종합적으로 검토되고 배치되는 정책조정과정이 필수적이다. 각 실국이 따로 정책을 입안하더라도, 이것들이 깔때기처럼 한 군데로 모아지도록 해야 한다.


 그 깔때기는 마을과 동네로 연결되어야 한다. 마을사업은 마스터플랜으로 가는 사업이 아니다. 골목과 골목, 이웃들 간의 만남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커뮤니티플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진정한 거버넌스는 의제설정 단계부터 시작된다. 계획은 정부가 세우고 주민은 단지 말단 행정전달체계에 동참하는 것은 거버넌스가 아니다. 함께 필요를 도출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집행의 방법과 절차를 공유하는 것이 진정한 거버넌스다.


 그래서 사업계획 수립부터 주민의 '필요와 욕구'를 담아야 하는 것이다. 또 그래야 그 사업의 지속성도 생긴다. 일방적인 정부지원으로 시작된 사업도 지원이 끊기면 사업이 유야무야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과란, 사람의 성장이다. 지역에서 골목에서 주민들이 함께 살아갈 궁리를 나누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함께 도모하며, 그 과정에서 중심적인 활동가들도 배출하는 것이다. 한번 협동의 경험을 하고 나면, 그 사람들이 다른 일을 또 벌이게 된다. 그래서 마을사업은 사람이 핵심이다. 마을일꾼의 발굴과 성장이 성과의 지표이다.
 
 마을은 '살아가는 것'
 마을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가 만들고, 계획을 짜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닥친 생활의 문제를 하소연하고 방법을 궁리하고 함께 협동하여 해결해보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생활관계망이 바로 마을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언제라도 원하는 생활자원을 얻을 수 있다.


 이 사회는 돈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편리하게 조직되어 돌아가기 때문이다. 권력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겐 조직이 있어서 필요한 생활자원을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없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제 몸뚱이 하나가 생활자원의 전부다. 그래서 없는 사람들은 각자가 가진 재능을 서로 나누어야 살아갈 수 있다. 이게 마을이다. 호혜적 생활관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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