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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년특집]서울형 마을공동체 향한 고민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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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년특집]서울형 마을공동체 향한 고민의 꽃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2.03.06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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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골목마다 물오르는 논의 … "개념 방향 못잡겠다" 혼란 여전

  구로 풀뿌리네트워크 수면 위로


 구로구의 마을공동체 활성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구로구의 마을공동체 활성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골목골목에 뿌리내린 각종 소모임과 문화예술동아리, 봉사단체, 마을공원과 놀이터에서 펼쳐지는 크고 작은 행사들, 시민사회단체들이 개설한 교육, 문화체험프로그램, 그리고 공동과제 해결을 위해 여는 주민자치위원회, 사회단체월례회, 시민단체연대회의 등 구로마을은 일 년 열두 달 쉼 없이 돌아간다.
 지난해와 올해는 구로마을공동체의 주목할 만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첫 행사를 치르고 올해 두 번째 행사를 개최한 '지역과 학교의 만남'과 그간 지역에서 교육복지사업을 펼쳐온 시민사회단체와 복지시설 등이 한데 뭉쳐 공식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구로구아동청소년네트워크' 등이 그것이다.


 각 단위 간 경계 허물기와 넘나들기는 사업 확장과 내실화를 위해 더 없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이로 인해 활력과 생기가 샘솟는 건 구로마을공동체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구로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네트워크모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첫 모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차례 모임을 진행한 구로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간담회는 초기 방향설정부터 논의를 함께하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 느티나무카페(구로5동)에서는 마을공동체에 관심 있는 주민들이 모여 마을공동체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놓고 수다모임을 갖고 있다.

 ■ 서울시 마을공동체 조례 제정
 서울시 움직임도 부산하다.
 지난 2월 27일 서울시의회에서 운영위원회(위원장 김명수)가 발의한 '서울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통과하면서 향후 사업 지원에 필요한 근거가 마련됐다.
 조례안에는 마을공동체 만들기의 기본원칙과 주민의 권리와 책무, 시장의 책무 그리고 행정협의회, 종합지원센터 설치 등이 명시됐다.
 시는 현재 시정개발연구원에 의뢰해 '마을공동체 만들기 기본계획수립 및 조합지원센터 설치 연구용역(2012.2~8)'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오는 5월경에는 일선 자치구에 마을공동체 만들기 관련 조례안과 기본계획안을 내려 보낼 예정이다.
 현재 시가 추진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이 과거와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풀뿌리활동가들의 제안을 일정부문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미산마을, 구로, 도봉, 은평 등의 풀뿌리활동가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한 마을집담회와 TFT활동 등에서 모아진 서울 마을공동체의 비전과 전략, 프로세스 등을 놓고 시와 수차례 협의테이블을 가졌다.

  권우정 시청 마을공동체담당관 주무관은 "올 상반기에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사업은 하반기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면서 "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사업부서 공무원들의 마인드 변화는 물론 역량 있는 마을일꾼들을 발굴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 또 마을 만들기?
 사람 중심, 호혜적 관계망, 공동체성 복원 등 최근 마을공동체를 설명할 때 등장하는 개념들은 손에 딱 잡히지 않는, 다분히 철학적 함의를 띄고 있다.
 때문에 정형화된 시스템과 매뉴얼에 길들어져 있는 기존의 마을일꾼들에게는 마치 '뜬 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당해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계획과 집행, 실적평가 등에 익숙해져 있는 공무원들에게는 당체 그려지지 않는 그림이다.
 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내놓은 마을공동체 관련 사업 가운데 우리 구와 관련된 내용들을 찾아가고 있는 중인데 사실 아직 개념파악도 안 되고 있다"며 "주민이 제안하고 참여하고 만든 사업이 연속성 있게 간다는데 그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감이 안 잡힌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활동해온 마을일꾼들 중에는 "또 무슨 마을?"이라며 피로감을 보이기도 한다.
 아동·청소년활동을 펼쳐온 한 주민(여, 40대)은 "이때까지 해 온 게 마을 만들기인데 또 마을 만들기를 하자고 하면 지금도 힘든데 새로운 사업하라는 뜻밖에는 안 된다"며 "기존에 어렵게 마을일을 해온 단체와 일꾼들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을 만들기에 대한 회의도 적잖다. 시민사회단체의 한 활동가는 "생활세계의 요구와 결합했을 때 한 사람의 운동가가 생활인으로 전락해버리는 일이 간혹 있었다"며 "마포 성미산마을처럼 중심과 리더 없이 진행되는 게 과연 운동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마을공동체풀뿌리TFT에 함께하고 있는 백해영 구로시민센터 운영위원은 "지위상승, 부의 창출 등 경쟁적 수직시스템에서 오는 피로감과 위기감이 수평적 관계 맺기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낳고 있다"며 "박원순 시장은 시대를 앞서간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시대의 보편적 욕구와 흐름을 잘 읽어낸 사람일뿐이다"고 말했다.
 백 위원은 이어 "마을공동체를 위해 뭘 해야 하느냐고 물어오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상대에게 물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던져야할 질문"이라며 "마을공동체 활성화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들여다보고 비슷한 욕구를 가진 사람이 모여서 떠들고 상상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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