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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마을이야기1] 개발때문에 갈등? 천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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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마을이야기1] 개발때문에 갈등? 천만에요!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2.03.06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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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2주년특집기획> 인천 청학동마을공동체

 '개발이 진행되는 곳은 어김없이 마을이 해체된다'라는 말이 있다.
 마을의 해체는 단순 물리적 공간의 소멸뿐 아니라 오랜 세월 정서적 유대로 맺어진 공동체의 소멸을 뜻한다.


 또한 이는 개발을 둘러싼 마을 구성원 간의 갈등과 분열을 의미하기도 한다.


 청학동마을공동체는 이러한 통설을 완전히 뒤집는다. 재개발, 재건축, 재정비촉진 등 개발에 따른 갈등과 분열로 몸살을 앓는 구로마을에 청학동이야기는 오래 곱씹고 되뇔만한 사례가 된다.


 인천 문학산 자락에 깃든 청학동은 수령 500년 넘은 느티나무가 굽어보는 사람 내음 물씬 풍기는 마을이다. 고만고만한 다세대연립주택들이 처마를 맞대고 정겹게 살아가던 이 마을이 들썩인 건 IMF사태가 전국을 뒤흔들던 1998년 가을 무렵이었다.


 91년 시작된 '청학동토지구획정리사업'이 마무리 되어가던 때 돌연 개발분담금 형태의 청산금 문제가 불거졌다.


 70~90년대 도시개발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된 토지구획정리사업은 택지이용률을 높인다는 명분하에 본래 토지면적의 일부를 떼어내(감보) 공공용지로 쓰고, 이중 일부 땅(체비지)을 팔아 사업비를 충당하는 환지방식의 개발법이다.


 이곳 주민들은 IMF체제 하에서 가구당 평균 1,500만원의 청산금 폭탄(감보율 36.5%)을 맞았다. 당시 15평 빌라가격이 2,300만원 하던 때였다.


 '청학동주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되고 아스팔트투쟁이 시작됐다. 특이한 점은 철거민운동단체 등이 결합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주민들끼리 뭉쳐 싸웠다는 것이다.


 시위는 '물러가라'식의 구호 대신 주민택견시범 등 일종의 축제처럼 치러졌다. 참여인원 8,800여명의 대장정은 14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주민들에게는 49억원의 잉여금이 성과물로 남았다. 이 돈은 주민 전체의 합의로 개발이익에서 소외된 이웃들의 과도한 청산금을 탕감하는 데 사용됐다. 주민들이 확보한 체비지에는 마을공동체터전인 '나눔의교실'이 건립됐다.


 오랜 투쟁이 끝나고 한숨 돌릴 찰나 마을에는 또 한 번의 날벼락이 떨어졌다. 마을을 지상으로 가로지르는 철도청의 수인선 건설사업이 발표된 것이다.


 한차례 골리앗을 상대로 이겨봤던 마을은 99년 8월부터 2004년 1월까지 장장 54개월 동안 전개한 투쟁에서 수인선지중화는 물론 지상부지 복합문화센터 건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얻었다.


 청학동마을공동체 '마을과 이웃' 윤종만 대표는 "두 번의 투쟁을 통해 주민이 뭉치고 움직이면 뭔가 해낼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쌓였고, 마을은 그 과정에서 더욱 긴밀해지고 촘촘해졌다"며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이끄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자리에서 끝까지 포기 않고 헌신하는 삶의 모습을 통해 주민 간 믿음과 신뢰가 싹텄다"고 말했다.


 청학동마을공동체는 일 년 열두 달 활력이 넘친다. 나눔의교실에 자리한 '청학동방과후교실'에선 아이들을 위한 문·예·체프로그램이 쉼 없이 돌아가고, 마을사물놀이패와 동화구연, 역사문화유적탐방 등 주민동아리가 곳곳에서 활동한다.


 다양한 주제의 마을강좌와 학습발표회, 느티나무할아버지생일잔치, 골목길시낭송회 등이 시시때때로 열리고, 초복에는 경로당 앞마당에 가마솥을 걸고 어르신들께 삼계탕을 대접하는 이색행사도 펼쳐진다.


 지난해에는 결혼 50주년을 맞은 어르신부부를 모셔 전통혼례로 금혼식도 치렀다. 올해는 마을풍물단과 마을합창단 활동이 본격화된다.


 윤 대표는 "마을공동체의 질은 사업 규모나 가짓수가 아니라 나의 인격과 인품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며 "98년 시작부터 지금까지 공동의 선을 위해 일체의 대가없이도 닦듯 헌신해 온 마을형님들과 아우님들이 늘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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