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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년기획_살아있는 마을이야기2]벽 허물고 넘나드니 마을에 정감 풀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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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년기획_살아있는 마을이야기2]벽 허물고 넘나드니 마을에 정감 풀풀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2.03.06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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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2주년특집> 종로구 서촌 '마을공동체 품애'

 종로구 서촌의 '마을공동체 품애'를 일반적인 단체의 속성으로 이해하면 절대 이곳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없다.


 서촌에 자리한 맹학교와 농학교,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지역교회, 종로구청등이 짝을 이룬 '함께 걷는 우리길(장애우와 비장애인의 산행)', 청운효자동주민자치위원회와 경복고, 상명여고, 배화여고, 상명대, 동국대, 31명의 지역거주 전문강사와 8인의 자원활동가 등이 함께하는 '샘맑은 공부방(마을학교)', 통인시장상인회와 서촌공방, 지역거주 작가들, 광장사람들, 지역카페 등이 의기투합해서 펼치는 '시장해(우리동네 벼룩시장)', 지역교회와 지역영화사, 서촌공방, 동주민센터, 지역상인회, 장애우어머니회 등이 함께 꾸려가는 '영화해(농·맹학교 친구들과 함께하는 영화관람)'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숨찬 마을구성원들이 각각의 '마을일'들로 네트워크를 이룬 지역연합체가 바로 '마을공동체 품애(이하 품애)'다.


 앞서 언급한 함께 걷는 우리길과 샘맑은 공부방, 시장해 등을 묶어 일명 '효자동프로젝트'라 부른다. 품애는 이 같은 큰 프로젝트를 현재 8개(착한잔치·문화놀이·아기와엄마·마을상품·방방·컨센서스 등)나 진행하고 있다.


 품애의 시작 또한 알아내기 쉽지 않다. 김정찬 이사의 말마따나 "여러 사람의 인생줄기를 모두 거슬러 올라가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품애는 리더십을 갖춘 특정 인물이 제안하고 조직해서 탄생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구성원 한 명 한명의 상상력과 바람, 헌신과 노력이 만들어낸 공동의 합작품이다.


 다만 출발에 작은 단초를 제공했던 인물은 있는데 바로 현재 품애 대표직과 운영책임자를 각각 맡고 있는 변민숙(여)·배인용 부부다. 서촌토박이 배인용 씨와 결혼한 변민숙 대표는 4년 전 마을 골목어귀에다 천연화장품, 양초공예 등을 제작 판매하는 작은 공방을 차렸다.


 평소 마을의 장애우들과 함께하는 활동에 열심이었던 남편과 함께한 장애우와 비장애인의 산행 '함께 걷는 우리길'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 사이 변 대표는 공방을 차리면서부터 꿈꿨던 작은 소망을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동료작가들을 하나둘 마을로 불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냥 놀러오는 차원이 아니라 아예 살러오게끔 분위기를 띄웠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촌의 매력과 지인의 살가운 부름에 불과 2년 사이 20여개에 이르는 공방들이 마을에 자리를 잡았고, 일터와 삶터가 같아진 작가들을 중심으로 '서촌공방'이라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후 서촌마을의 마당발인 배인용 씨와 서촌공방의 마당발인 변민숙 씨의 지인과 동료들 사이에서 화제로 떠오른 "해보면 재미날 것 같은 마을일"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뚝딱뚝딱 실행됐다.


 변민숙 대표는 "누가 만들고 누가 계획하고 장기적 비전이 무엇이고…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았다"며 "내가 좋아서 한 일이고, 함께해서 즐거웠고, 하면할수록 하고 싶은 게 더 많아져서 그것이 우리를 늘 연구하고 움직이게 했다"고 말했다.


 품애는 '우리들만의 공동체'를 경계한다. 이곳 일꾼들의 가장 큰 미덕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촌에 존재했던 원주민공동체를 존중하고 그 속에 옴팍 깃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품애가 펼쳐나가는 8개 프로젝트에는 마을 주민자치위원회와 새마을운동단체, 종교기관, 노인회, 상인회, 청년회, 방범대, 마을문고, 부녀회, 통반장 등 원주민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한다.


 수많은 단체와 개인이 고유의 특성과 이해를 오롯이 지닌 채로 마을의 문제해결에 동참하고 공동체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변민숙 대표는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에는 나름의 공동체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은 이미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조율하고 있다"며 "마을공동체는 없던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서로 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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