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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윩아일기 100]"아빠 찜질방 문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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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윩아일기 100]"아빠 찜질방 문닫겠다"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12.05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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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입니다.
 "미루야, 내일은 우리 찜질방 갈까?"
 "그래애~~~"


 요즘 계속 너무 바빠서 아이하고 잘 못 놀았는데, 오랜만에 쉴 수 있게 됐습니다.
 어디 가서 재밌게 놀까 생각하다가 찜질방에 가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얘기를 꺼내봤는데, 너무 좋아합니다.


 다음날. 한 달간 너무 바빠서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잠에서 깼는데 11시가 다 됐습니다. 미루는 좀 일찍 일어났다가 아빠 엄마가 다 자고 있으니 옆에서 그냥 책도 보고 장난감도 가지고 놀면서 시간을 때운 것 같습니다. 불쌍합니다.


 점심을 챙겨 먹고, 이제 찜질방에 가볼까 생각하는데 미루 엄마가 그럽니다.
 "우리 집 청소 해 놓고 나가자." "그...래..."
 청소 시작. 응접실을 진공청소기로 청소하고, 걸레로 닦습니다. 안방도 똑같은 공정을 거칩니다. 미루는 청소를 도와주다가 혼자 놀다가 하면서 "아빠, 청소 끝나면 찜질방 가는 거지?" 묻습니다.


 청소를 하는 중에 미루 엄마가 미루한테 "미루야, 너 그동안 저금해 놓은 돈으로 오늘 뭐 사기로 하지 않았어?"
 무슨 로봇 장난감을 사기로 한 날도 오늘이랍니다. 장난감 가게에 들렀다가 찜질방에 가기로 다시 일정이 조정됐습니다.


 사실 일요일 저녁때 식사 약속이 있어서 미루와 함께 찜질방에 갔다가 식사 약속에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찜질방 가는 시간이 애매해집니다. 서둘렀습니다.


 "미루야! 빨리 가자!" 마트에 딸린 장난감 코너에 갔는데 거기서 무슨 행사를 합니다. 미루는 거기서 나눠주는 파워레인저 스티커와 풍선에 정신이 팔려서 도대체 움직일 생각을 안합니다.
 "미루야, 빨리 가자. 응?" 미루를 달래는 데 겨우 성공했으나 시간은 벌써 5시. 찜질방을 포기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미루야, 아빠가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는데 거기 갔다가 찜질방 가자."
  "응, 그래."
 미루는 저녁 식사 내내 옆에서 밥을 먹다 말고 한 마디씩 합니다. "아빠 우리 찜질방 언제 갈 거야?"
 "아빠, 너무 늦은 것 같은데 우리 찜질방 가야지."


 술이 한잔씩 돕니다. 식사자리. 길게 갈 분위기입니다. 슬슬 이대로 조금만 버티면 미루가 잠들테니까 그러고 나면 그냥 집에 가서 재우면 되겠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아빠아! 찜질방 가자!"
 "그래, 미루야. 조금만 더 기다려줘." 시간을 조금만 더 끌면 될 것 같습니다. 식사 시작한 지 2시간 반이 넘어갔습니다. 피곤할 법도 한 미루가 인상을 확 쓰더니 말합니다.


 "아빠, 이러다 찜질방 문 닫겠다."
 "아니야, 미루야. 찜질방은 문 안 닫아." 5분 쯤 지났을까. "아빠, 미워. 왜 약속 안 지키는 거야!" 눈물을 흘리기 직전입니다.


 결국 우리는 일요일 저녁 9시 넘어서 찜질방에 갔고, 12시 넘어서 나왔습니다.
 미루는 그 3시간 동안 미친 듯이 뛰어다녔는데 주로 저하고 찜질방 안에서 숨바꼭질을 하면서 놀았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6살이 되니까 아이가 이제는 약속한 걸 절대 안 잊습니다. 약속을 꼭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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