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18 10:54 (목)
[육아일기 97] 어른 되어가는 여섯살 미루
상태바
[육아일기 97] 어른 되어가는 여섯살 미루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11.07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루가 점점 어른이 돼 가고 있습니다. 일단 키가 정말 큽니다. 어린이집 자기 반에서 1등입니다. 나중에 훤칠하겠다고 부러워하는 분들이 계신데, 모르는 소립니다. 원래 저희 집안은 어릴 때 키가 컸다가 중학교 이후에 안 크는데 미루가 꼭 그럴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커 놓으니까 엄마 아빠 허리가 안 좋습니다. 지금도 "아빠 안아줘" 하면 안아주는 데 예전 어릴 때 안던 그 맛이 안 납니다. 작게 나아서 크게 키우면 되지만, 너무 일찍부터 큰 것보다는 좀 나중에 크는 게 좋습니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도 부쩍 크고 있습니다. "아빠, 미안해." 자려고 불 끄고 누웠는데 뜬금없이 미안하다고 합니다. "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아까 내가 아빠한테 너무 화를 많이 낸 것 같애." 짜증을 좀 낸 일은 있었는데 그게 화를 낸 거였나 봅니다. "그래? 아빤 괜찮은데."


 말 하는 게 꼭 어른 같습니다. 아이 때의 귀염성도 좋고, 지금처럼 웬만큼 컸을 때도 이쁘긴 하지만, '아기 미루'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느낌이어서 좀 아쉽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 요즘 엄마와 아빠가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아침마다 전쟁이 따로 없습니다. 미루 엄마가 "아빠, 요즘 미루가 엄마 아빠 바쁘다니까 말하지 않아도 집에 와서 혼자 씻고, 책도 보고, 밥도 혼자 잘 먹고··· 얼마나 잘 하는지 몰라요." 어제 밤에는 저한테 씻겨달라, 밥 먹여 달라 난리도 아니었는데 엄마 앞에서는 그러나 봅니다. "그래? 미루 대단한대!" 그러자 미루가 엄마한테 이럽니다. "어젯밤에 아빠한테 책도 안 읽어도 된다고 했어."


 잘 때마다 세 권씩 읽어달라고 비타협적으로 주장하는 미루가 안 그래도 어젯밤에는 느닷없이 책 안 읽어도 된다면서 그냥 침대에 누웠는데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갑자기 또 한 번 미루가 부쩍 큰 것 같기도 하고, 아빠 엄마가 바빠서 힘들텐데, 잘 견뎌주는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합니다.


 미루를 꼭 안아주면서 말했습니다. "미루야, 아무리 바빠도 책은 꼭 읽어줄테니까 그것까지 미루가 양보하지 않아도 돼. 알았지?" 귀엽고 가끔 투정부리는 아이는 어디가고, 아빠 엄마 걱정해주는 어린이 한 명이 생겼습니다. 대견하고 기특하면서 한편으로는 또 아쉽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어젯밤엔 책 안 읽어도 된다면서 눕더니, 요즘 자기 전에 맨날 서로 얼굴에 바람 불기 싸움을 하는데 그것도 안 했습니다.


 제가 그거 열 번만 하자고 했는데 미루가 이랬습니다. "아빠, 나 너무 피곤해. 그냥 푹 쉬는 게 낫겠어." 그럼 그렇게 말한 것도 피곤하다고, 빨리 자고 싶다고 말한 저를 배려한 건가 싶습니다. 6살밖에 안 먹은 녀석이 정말 어른이 다 된 것 같습니다. 기쁘고 서운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