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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96] 가위 바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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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96] 가위 바위 보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10.31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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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야 자자" "응"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습니다. 근데 안방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아빠 방문 좀 닫아줘." "니가 닫아." "......" 사실 미루한테, 캄캄한데 혼자 가서 방문 닫는 건 좀 무서운 일입니다. "가위 바위 보 할까?" "응, 그래."


 "근데 이긴 사람? 진 사람?" 잠깐 생각하는 듯 하더니 미루는 "진 사람. 아니 이긴 사람." 이럽니다. 가위바위보해서 이긴 사람이 방문을 닫고 오기로 했습니다.


 "좋아. 그럼, 가위. 바위. 보!" 힘차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저는 보, 미루도 보를 냈습니다. "다시 한 번. 가위. 바위. 보!" 저는 바위를 냈는데 미루는 또 보를 냈습니다. "이야~!! 내가 졌다!!!" 미루는 보를 자주 내기 때문에 미루한테 지는 건 좀 쉽습니다. "미루야, 가서 방문 닫고 와." "......" "왜? 어서 가서 닫고 와." "아빠가 닫으면 안 돼?" "아니, 이긴 사람이 가서 닫고 오자면서? 니가 이겼잖아." "그래도......"


 문득 며칠 전 생각이 났습니다. 다른 일로 가위바위보를 하는 데 미루가 자꾸 저한테 졌습니다. 저는 아이하고 하더라도 게임은 정정당당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뭐든 좀 열심히 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미루한테 자꾸 이기게 됐습니다. 미루 얼굴이 울상이 됩니다. "미루야! 아빠가 이겼으니까 아빠가 하자는 대로 해야지." 미루 얼굴이 더 울상이 됩니다. "그렇게 할 거면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하지 말든가."


 이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이 엄마가 저한테 조용히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은 경쟁심이 많을 때라서 자기가 이기고 싶어 할 땐데 그렇게 자꾸 당신이 이겨버리면 어떡해." "......" "그리고, 이기고 싶은 마음 때문에 얼굴이 울상이 된 건데, 규칙만 지키라는 식으로 하지 말고 마음을 좀 달래줘." 육아의 원칙과 관련해서는 저도 늘 신경을 쓰는데 방심했습니다. 무심결에 행동했다 아이 엄마한테 제대로 지적 받았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 다시 가위바위보할까?" 아이가 문을 닫고 오는 게 무서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어쨌든 게임에 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위바위보를 다시 하자고 했습니다.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휴, 드디어 제가 문을 닫고 오게 됐습니다.


 다시 침대에 누워 미루와 얘기를 좀 해보았습니다.


 "미루야, 방문 닫고 오는 게 무서웠어?" "아니, 무서운 것도 있지만... 가위바위보를 계속 하고 싶어서..." 아이 엄마 말대로 미루는 게임에서 이기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 가위바위보 조금만 더 하다 잘까?" "응, 그래." "누가 몇 번 이기는 지 세어 보자."


 이렇게 해서 저는 잠자기 전에 몇 번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한참 동안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미루는 기분이 풀려서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저녁, 미루가 또 방문 닫기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합니다. "또 하자고?" 제가 약간 머뭇거리자 미루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엔 내가 규칙 잘 지킬게."


 미루는 마음이 풀리자 자기가 알아서 규칙 얘기를 먼저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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