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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96] 아이의 돈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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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96] 아이의 돈벌기
  • 강사구 시민기자
  • 승인 2011.10.24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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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는 아직 돈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과 모임이 있던 날 어떤 아저씨가 미루에게 용돈 천 원을 줬습니다. 또 한 아저씨는 용돈 만 원을 줬습니다. "미루야, 고맙습니다 해야지." 미루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고맙습니다"라고 하긴 했는데 그 돈이 얼마나 큰 지 잘 모릅니다. 돈을 대충 꾸깃꾸깃 접어서 자기 호주머니에 넣습니다. "아빠가 갖고 있을까?" 만 원짜리의 가치를 잘 모르는 미루가 돈을 갖는 것보다 제가 갖는 것이 훨씬 좋을 것 같아서 살짝 얘기해봅니다. 그 전에는 미루가 늘 "응"하고 선뜻 저에게 돈을 건넸는데, 이번에는 "아니. 내가 갖고 있을래" 합니다. 예전과 좀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미루는 방에서 다른 친구들과 한참 놀다가 돈을 떨어뜨렸습니다. 만 원짜리 한 장이 뒹굽니다. 얼른 집어서 제 호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미루야, 너 만 원짜리 어딨어?" 이렇게 물어본 건 미루 엄마였습니다. 결국 저는 돈 만 원을 가져간 걸 실토하고 미루에게 다시 그 돈을 줬습니다.


 "나 장난감 살래." 지난번에 큰 맘 먹고 비싼 로봇을 사주면서 올해에는 더 이상 장난감 사주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근데 또 장난감 타령입니다. "미루야, 장난감 내년에 사자." "알았어. 내년에." 저한테는 이렇게 얘기해놓고 엄마한테 다시 장난감 사고 싶다고 얘기한 모양입니다. 엄마는 "니가 돈 벌어서 사." 이랬답니다. "집에서 엄마 도와주면 엄마가 돈을 줄게. 그 돈 모아서 사." 아이들에게 돈 개념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이런 방법이 나쁘지 않습니다. 그냥 냅다 용돈을 주는 게 아니라 일을 하고 그 대가로 받게 해야 아이가 돈의 중요성도 알고, 돈을 아껴 쓰는 법도 배우게 됩니다.


 미루 엄마는 미루와 의논해서 미루가 밥을 깨끗이 먹은 다음에 그릇을 싱크대에 갖다 놓으면 200원, 가지고 논 장난감을 잘 치워서 엄마 힘들지 않게 하면 100원, 신발을 정리하면 200원 하는 식으로 노동의 대가를 정했답니다. 미루는 그 일을 다 하고 총 500원을 벌었습니다.


 미루가 물었답니다. "이제 내일 쯤 장난감을 살 수 있을까?" 미루가 얘기했던 장난감은 아주 비쌉니다. 미루 엄마는 "500원이 100개 있어야 그 장난감 살 수 있어"라고 했답니다. "히잉. 그럼 언제 살 수 있다는 거야?" 돈 버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미루는 단 하루만에 알게 됐습니다. 3개월 넘게 매일 매일 일을 해야 사고 싶은 장난감을 살 수 있습니다. 미루는 시간 계산은 못하겠지만 어쨌든 앞으로도 한참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는지 갑자기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더랍니다. 집안 구석구석에 떨어진 돈을 주워 와서 엄마에게 "엄마 나 이 돈 가져도 돼? 이 돈은?" 엄마는 "그거 엄마 돈이야" 이러면서 자기가 다 챙겼다고 합니다. 미루의 돈 벌기. 아직 험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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