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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풍경 하나, 가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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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풍경 하나, 가리봉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7.05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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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사라지는 풍경에 대한 그리움
- 두번째 이야기


구로구 가리봉동

하늘 아래, 사람이 사는 마을 어귀

옛날, 구로공단에 밀려드는 노동자들의 꿈이

기억이 얽히고 섥힌 꿈의 미로

굽은 등과

노상방뇨같은 낙서가

언덕을 가로지르는 골목들이 혈관처럼 자리한 곳

환하게 빛나던 가로등은 지고

섣부른 판단으로 구분된 경계의 땅

건너편 디지털단지에는 높은 빌딩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어선다

낡고 쓰라린 기억이 용광로처럼 부글거리는

모두가 일터로 떠난 언덕 너머

정적과 시멘트 담을 경계로 재개발을 앞둔

가리봉동의 현재가 섬처럼 존재한다

모든 사물들은 제자리에 아직 남아있다

버려지고 닳아버린 의자와 깃발 또한

붉은 벽돌에 바른 페인트도 시간의 때를 먹는

그 곳, 가리봉 언덕길

오래 묵은 나무와 전단, 인력모집, 헌 의류함,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생경함

애타게 강아지를 찾는 벽보, 철조망

남루하게 보이는 무질서의 질서, 골목길

오늘, 저 헬멧을 쓴 노동자가 오르는

언덕 속의 골목,

골목 속의 계단과 계단이

서로를 껴안고 있다

자신이 딛은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지

낡고 오래된 풍경

가족을 위해 굽은 등과 무릎을 굴리는

사람들의 강 어귀, 가리봉

오늘도 가로등이 훤하다


취재 편집 = 김희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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