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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87] 공부는 성취감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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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87] 공부는 성취감부터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8.16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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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가 요즘 숫자세기와 한글 읽기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미루야 아~해봐" 잠자리에 들 시간, 욕조에 세워놓고 양치질을 해줍니다. 그런데 미루는 입은 안 벌리고 숫자를 세기 시작합니다. "사십일, 사십이, 사십삼....백 이십일, 백 이십이.." 이대로 가다간 천 까지도 갈 기세입니다. "미루야, 숫자 세는 거 재밌어?" "응"


 한글도 곧잘 읽어댑니다. "아빠, 이건 대우아파트야?" "응, 맞아." "저건 노래방이네." "맞아 맞아. 미루 너 글씨 되게 잘 읽네."


 일부러 숫자나 한글을 가르친 건 아니고 또 그럴 필요도 전혀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흥미를 가지면 옆에서 응원해주고 호응해주는 건 괜찮은 일입니다. 옆에서 계속 잘 한다고 해줘서 그런지 지난주까지만 해도 숫자는 100을 넘어가면 헷갈려 하더니 이제는 안 그렇습니다.


 어린이집에서 학습지를 사서 보내달라고 해서 서점에서 수학책과 국어책을 샀습니다. 수학 학습지를 펴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숫자세기입니다.


 "미루야, 이건 몇 개야?" "그거? 다섯 개" 아주 쉽습니다. 미루가 하기엔 너무 쉬운 게 아닌가 싶어서 "이거 너무 쉽네. 다 아는 걸 해서 뭐하지?"하고 혼잣말을 했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미루 엄마가 이럽니다. "애가 쉽게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도 좋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 동기유발이 더 된다고 하더라고."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공부시키는 걸 반대하는 저조차도 막상 학습지를 보니까 애 수준보다 낮으니 좀 더 높은 수준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는데 그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됐습니다.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데 미루는 소파 위에다 학습지를 펴 놓고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있습니다. "미루야, 어린이집 가자. 서둘러줘. 아빠가 좀 늦었어." "아빠, 조금만. 나 지금 공부책 보고 있거든." "그거 그냥 어린이집에 가서 보면 안돼?" "재밌단 말야, 조금만 보고."


 어린이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미루는 내내 '공부책'을 봤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페이지를 넘겨가며 거기 있는 그림을 꼼꼼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림에 나와 있는 동물들끼리 서로 대화를 하는 것처럼 혼자서 역할극을 하기도 합니다. 숫자 세기를 다 해 놓고 나니까 자기 나름대로 책 속에 있는 다른 요소들을 활용해서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수준에 맞는 학습지, 수준을 높이는 학습지. 뭐 그런 것도 좋지만 아이에게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책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는 세상 무엇을 주든지 그것에서 스스로 뭔가를 배우고 익히는 능력을 갖춰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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