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5 13:11 (목)
2010 다문화 기획 - 아홉색깔 구로 ③-1
상태바
2010 다문화 기획 - 아홉색깔 구로 ③-1
  • 송지현기자, 송희정기자
  • 승인 2010.10.25 12: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어교실 컴퓨터교육등 70여개 강좌

  결혼이주여성들이 지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들의 포용력과 더불어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내에서도 각 기관과 단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이 결혼이주여성들의 행복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들의 시각에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2010 다문화기획은 앞서 두 차례에 걸친 보도를 통해 구로 속 결혼이민여성들의 현황과 그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번 호 '함께 하는 다문화, 대안과 전망-구로지역 해결 과제'에서는 구로에서 진행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고, 현장의 소리를 통해 개선 과제를 도출해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글 게재 순서>

1. 구로 속 결혼이민여성 현황
2. 다문화, 안과 밖의 또 다른 시선
3. 함께하는 다문화, 대안과 전망
    ① 구로지역 해결 과제
    ② 대안과 전망
4. 전문가 좌담회   

 

구로지역내에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얼마나 될까. 본지 기획취재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관과 단체중 최소한 7곳에서 70여개의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한국어교실, 한국문화 이해, 상담 및 가족교육, 통번역 사업, 취·창업 교육, 컴퓨터 교육, 경제교육, 멘토링 사업, 요리 교실 등이다.


 지역별로는 구로구청을 제외한 6개 기관 중 고척2동에 있는 시립 고척도서관만 구로 갑(고척동, 개봉동, 오류동)에 위치해 있고, 나머지 5곳의 기관과 단체가 모두 구로동과 가리봉동, 신도림동이 있는 구로 을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는 결혼이민자의 85%가 구로을 지역에 몰려있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 발표, 2010년 지방자치단체 외국계주민현황 참조, 관련기사 구로타임즈 369호 10월 11일자 6면).
 
 ■ 한국어 교실 최다 개설 … 가장 많은 프로그램과 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은 구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구로3동 소재)로. 한국어교실을 포함한 개인 상담과 가족교육, 방문교육, 한국 문화 이해 및 적응교육 등 20여가지를 진행하고 있다.


 화원종합사회복지관(구로2동 소재)에서는 한국어교실과 손뜨개 교실, 다문화 강사 양성교육 등 9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척도서관, 구로여성인력개발센터를 비롯해 구로구에 소재한 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와 지구촌사랑나눔에서도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어 교실이 가장 많은 36개 가량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어 교실은 결혼이주여성들에게는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필수요소'로 기본 과정. 한국어교실은 기초반부터 고급반까지 수준별로 진행되고, 한국어능력시험대비반도 일부 운영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취업을 위한 중요자격으로 삼고 있는 컴퓨터교실도 구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 지구촌사랑나눔에서 열고 있다.


 부부교육 및 가족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사회 정착과 적응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가족관계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가족상담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성격유형 검사를 통한 부부간 이해력 높이기와 의사소통법은 물론 가족 캠프를 여는 곳도 있다.
 
 ■ TESOL, 다문화도서실 '눈길' … 구로구청에서 진행하는 원어민강사양성과정은 영어권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 지난해와 올해까지 2기 수강생을 배출한 원어민 강사양성과정은 성공회대와 협약을 맺고 TESOL(영어 교수법) 과정을 거친 40여명의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성공회대 총장 명의의 수료증을 수여했다.


 구로구청 교육지원과 신정옥 평생교육 주무관은 "영어권 결혼이주여성들이 영어강사로 나서고 있지만, 자격증이 없어 안정적인 취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전국 최초로 정식 자격증을 수여하는 과정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을 마친 결혼이주여성들은 도서관, 자원봉사센터 등과 연계해 원어민영어강사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역량을 키우고 있다. 구로구청이 운영하는 월드카페 등에서 원어민강사로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고척도서관의 다문화실은 국내 몇 안되는 다문화 도서실. 현재 약 4500여권에 달하는 다국어 자료들과 문학, 아동 도서들을 소장하고 있다. 고척도서관은 2008년부터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등에서 문학, 생활정보, 아동도서 등을 들여와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다문화가정과 주민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 기관 네트워크 부족 … 서울시에서 영등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결혼이주여성이 거주하는 구로구에서 이렇듯 여러 프로그램들이 선보여지고 있지만, 산적한 문제와 해결해야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고 현장에서는 말하고 있다.


 먼저 관련 기관 사이의 네트워크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네트워크를 통한 집중과 분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구로구청을 제외한 6개 기관에서 펼쳐지는 사업이 한글교실, 컴퓨터교실, 상담 및 멘토링 등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지만, 모든 다문화가정 관련 기관이 그 사업을 꼭 진행해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실적 위주의 사업이 가져온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필요에 따라 다른 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때가 있는데, 방문 결혼이주여성이 혹시 그쪽으로 옮겨갈까봐 속 끓이기도 하고, 요청 받은 기관도 난감해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수혜자인 결혼이주여성들이 어떤 면에서 '정보 소외'를 당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현장에서 만난 한 사회복지사는 털어놨다.


 이 복지사는 기관별 특성에 맞게 차별화한 프로그램 개발을 하는 것이 결혼이주여성들의 '선택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 욕구조사 등 자료 시급 … 구로의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제대로 된 요구조사와 DB가 없는 것도 현장에서는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척도서관 다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김진희 씨는 "다문화가정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참여가 많지 않다. 욕구를 알아야 제대로 기획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봤지만, 구로의 결혼이주여성이나 외국인들의 요구를 알 수 있는 자료는 없었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책 수립의 기본인 정책 대상에 대한 실태와 욕구분석 자료가 없는 상황이라 당장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 여성부 노동부 취업센터 '제각각'

구로구청 전담인력, 전담팀  부재

영등포구 다문화빌리지팀  시선집중'

 
 ■ 구민들 '피부색' 편견 … 구로의 결혼이주여성들 사이에서 요구가 높았던 일자리에 대한 개선책도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단 구로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구로의 결혼이주여성들은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장애물을 만나고 있다.


 구로주민들의 잘못된 시선, 구직을 위한 비효율적 시스템, 육아와 보육 시스템 부족이라는 장애물이 버티고 있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구로구청에서 추진한 원어민양성과정에서 TESOL 자격증을 따고 어린이집 강사로 나섰을 때는 '얼굴이 하얗지 않다'는 이유로 학부모들로부터 거부를 당하기도 했고, 월드카페에 오는 주민들도 처음엔 꺼리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구로구청 신정옥 주무관은 "하지만 계속 마주하고 음식을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가 아닌 서로 배우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고 전해 구로주민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일자리 창구 '각각' … 구직 활동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구로의 결혼이주여성들은 풍부한 구인 정보를 접할 수 있기를 원하지만 어디에서도 정보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 현재 여성가족부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서울시의 일자리플러스센터, 고용노동부의 고용지원센터가 통합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각개전투하고 있는 현실이 결혼이주여성들의 고충을 더하고 있다. 또한 국적 취득 여부에 따라 구직 등록이 어려운 기관조차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취업 준비도 다각적인 면에서 고민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구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 직업상담을 하고 있는 중계종합사회복지관 내 결혼이민자고용지원센터 최재경 직업상담사는 "결혼이민여성들이 요즘 다문화코디네이터, 통번역사 등으로 취업하길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일자리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하며 "취업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보다 자신의 조건에 맞는 실력과 자격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 교사역량에 맡겨진 다문화교육 … 결혼이주여성의 자녀 교육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체계적인 계획이 부재하다는 지적은 미래사회에 대한 우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등포, 금천, 구로를 관할하는 남부교육청에서는 현재 각 학교마다 다문화담당 교사 1명을 배치하고 있으나, 업무상 분장일 뿐 이들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활동 지원은 거의 없다. 교사 개인의 역량에 맡기고 있는 셈이다.


 어린이집과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강사 양성과정이 여러 곳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수요처는 많지 않다.


 교육청이 나서 유치부와 초등부에 정기적으로 다문화강사를 배치해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 안산시의 안산이주민센터 유성환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일회성 다문화강사 말고 정기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들이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의 의미뿐만이 아니라 다문화사회로 가는 시대에 교육적 측면에서 더욱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청의 적극적인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결혼이주여성들과 다문화 단체와 기관 현장에서는 구로구 내 다문화 기관들의 활동과 사업, 미래 세대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결혼이주여성들의 자녀교육 등이 제대로 가닥을 잡고 전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어 주민들의 생활근거지인 구로의 행정기관인 구로구청이 그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까지는 구로구청에는 전문인력 배치나 전담팀이 없는 상황으로 위탁체인 구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사업을 펼치고 있는 수준이다.


 인근 영등포구와는 다른 모습이다. 영등포는 2008년 9월경 국제지원과를 신설해 운영해왔으며, 이번 조직개편 때는 외국인지원팀과 다문화빌리지팀을 자치행정과에 배치했다. 이들 팀에서는 거주 외국인 지원시책 자문위원회 운영, 외국인 주민 실태조사 실시, 다문화이해교육 실시 등을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관련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구로구청 유귀열 보육지원과장은 "아직 결혼이민자의 숫자가 3천여명 정도로 전담팀을 구성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취약가정 지원책의 하나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아직 공무원의 전문성도 취약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위탁운영에 기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말하며 "그러나 앞으로는 다른 구의 사례도 살피고 여건을 보면서 전담팀 구성 등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전해 결혼이주여성과 가족들을 위한 구로구의 변화를 당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