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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다문화 기획 2] 다문화, 안과 밖의 또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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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다문화 기획 2] 다문화, 안과 밖의 또 다른 시선
  • 송지현기자 송희정기자
  • 승인 2010.10.19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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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같은 '구로'... 언어소통 취업 자녀학업지도로 '시름'
▲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어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자녀 교육과 학습지도 등에서 많은 고민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화원종합사회복지관 내 다문화가정 영유아보육센터에서 중국어 수업 후 환하게 웃고 있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

  다문화가정, 특히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는 이들에 대한 각종 지원 필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사업과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실질적으로 결혼이주여성들은 아내, 엄마,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 사회 중요한 구성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노동자, 여성으로서 당당한 권리를 누려야 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언어,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소외감, 차별도 감내해야 하는 중층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는 존재들이다. 여기에 이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까지 더해지고 있다는 현실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호 '구로 속 결혼이민여성 현황'을 통해 구로 결혼이민여성의 통계와 다문화가정 실태를 살펴본 바 있다. 이어 이번에는 구로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을 직접 만나 구로주민으로서의 삶과 생활에 대해 귀를 기울여보았다.  


 이번  '다문화, 안과 밖의 또 다른 시선'을 위해 구로타임즈는 본지 기획팀 기자들과 10명의 조사원들이 나서 중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22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겉모습은  달라도 구로주민으로서 닮은꼴의 하루를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고 나누면서 새로운 구로다문화공동체를 향한 한걸음에 함께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구로에는 친구가 많아요. 그래서 반가운 친구도 만날 수 있어요. 저 같은 사람이 많으니 주변에 상점도 많잖아요, 아무래도 생활이 다른 동네보다 편리하다고 볼 수 있죠."


 중국 출신의 왕산아(36, 오류동) 씨는 구로에 사는 가장 큰 매력으로 결혼이주여성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다문화강사로도 일하고 있는 그녀는 중국에서 남편을 만나 연애결혼을 했다. 한국에 들어와 시누이가 오류동에서 살고 있어 그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오류동은 산이 있어 공기도 좋고, 조용한 것도 맘에 들어요"라며 자연과 친밀한 구로에 점수를 후하게 줬다.
 "저는 구로시장이 가깝게 있는 게 제일 좋아요. 무엇보다 저렴하잖아요."
 

소박하고 사람 사는 정이 있는 구로가 좋은 것은 결혼이주여성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이케다 메그미(44, 구로2동) 씨는 대형 시장이 있어 싸고 질좋은 상품이 많아 구로가 좋다고 말한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결혼이주여성이 많고, 외국인노동자도 22,126명으로 영등포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거주하고 있는 구로구. 이런 속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불편함과 거부감을 갖고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앞서 자연과 가까운 구로가 좋다고 말했던 왕산아 씨도 솔직히 불편할 부분도 있다고 말한다.
 

"가리봉동이나 대림동 쪽에는 중국사람들이 많은데, 좋지 않은 얘기가 많이 나와서 안 좋은 느낌이 있어요. 지저분하고 쓰레기도 마음대로 버린다 하네요."
 

이런 분위기다 보니 괜히 같은 중국인이라고 무시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구로동에 7년 동안 살면서 무역회사에 다니고 있는 중국에서 온 김순자(40, 구로4동) 씨는 "구로동에 사는 것이 창피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주변이 시끄럽고 길에서 누워서 자고, 낮에도 만취한 사람들 많아요. 이해할 수 없어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상황은 그녀의 자녀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 "초등학교 4, 6학년인 아이들이 동네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봐서인지 오히려 중국인에 대한 편견이 생겨서 엄마나라인 중국에 가지 않으려 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구로만의 풍경 속에서 구로 결혼이주여성의 삶은 그들의 눈으로 재해석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삶도 다른 구로주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툰 발음이 아이들에게 영향줄까 봐"
 결혼이주여성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한국어였다.

 인터뷰에 응한 구로의 결혼이주여성들 대부분은 한국 거주년도나 국적에 상관없이 한국어에 대한 걱정을 갖고 있었다.

 한국어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는 생존이나 다름없다. 의사소통의 기본이자 생활정보, 자녀교육, 취업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어에 대한 걱정은 어머니들의 최대관심사인 교육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한국 어머니들과 다르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한국어 사용이 서툴러 자녀의 학습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자신들의 서툰 발음으로 자녀의 한국어 습득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것과 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글 정도는 알고 들어가는 요즘 분위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걱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베트남 출신으로 한국국적을 가진 장윤미(27) 씨는 한국에서 생활한 지 7년째 접어들었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내년에 아이가 학교에 가는데,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어요. 말은 해도 읽고 쓰는 게 어려워 한글 가르치기가 두려워요."
 

구로의 결혼이주여성들은 자녀가 학교에 들어가서도 걱정이 끝나지 않는다. 알림장과 학습 지도가 힘들다는 점도 토로한다.

필리핀 출신의 레베카(41, 구로4동)은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딸을 두고 있다. "알림장을 못 읽어서 못 챙겨준 게 한두 번이 아녜요. 다문화가정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학교에서 영어로라도 알림장을 만들 줬으면 해요"라며 나름 대안도 내놓았다.

 외모의 다름으로 인한 집단 따돌림도 이들이 만나고 있는 현실. 중국, 일본 등과 같이 한국인들과 외모상 구별이 쉽지 않은 경우는 그나마 낫다.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의 자녀들은 홍역처럼 맞을 수밖에 없다고.
 

레베카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큰 딸 친구들이 '네 엄마 캄캄해, 못생겼어'라면서 놀리더래요. 마음이 아파요. 그래서 아이에게 말했어요. '그래, 우리 엄마 캄캄해! 근데 우리 엄마 영어 잘해, 너네 엄마 영어 잘해?'라고 하라고요. 네 엄마는 못 생기고 캄캄하지만 영어는 누구보다 잘한다."
 그 이후 아이들의 놀림이 사라졌다며, 레베카 씨는 엄마에 대한 자긍심을 일깨워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구로의 결혼이주여성들은 취업과 일자리에도 상당히 많은 관심과 요구를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 온 지 14년째인 일본인 고지마 게이꼬(40, 구로4동)는 12살짜리 딸부터 3살짜리 막내딸까지 1남 4녀를 둔 다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녀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공장에 취직해요"라며 주체적인 일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교수, 교사, 회사원이었던 이들이 한국에 들어와서는 취업하기가 쉽지 않거나 구로 안팎의 공장, 식당으로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중국 조선족 김홍화(39, 구로동) 씨도 "본국에서 가졌던 직업(교사)을 연계해서 한국에서 취업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보였다.

 필리핀 한 대학에서 생체학을 가르쳤던 레베카 씨도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영어강사. 그나마 차별의 서러움을 당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에서 온 사람들은 월급 많아요. 나는 영어를 잘하고 영어를 배운 사람이에요. 어떻게 배우는지 알기 때문에 잘 가르칠 수 있어요. 그런데 가르치는 시간도 갖고 더 잘하는데 받는 돈은 훨씬 적어요."  
 

세련된 발음에 유창한 실력이지만, 단지 피부색이 우리보다 검다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 대만에서 중의사(한국식 한의사)로 일했던 소령(43, 오류1동) 씨는 "주로 영어권은 일자리가 많은 것 같은데, 중국이나 동남아쪽은 별로 없는 것 같다"며 "그래도 일자리가 모여 있는 일원화한 전문창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화원종합사회복지관 김난수 사회복지사는 "결혼이주여성들은 남편 월급으로 생활해야 하는 생활비 외에 친정으로 보내야 하는 일정금액이 있는 경우가 많고, 2~3년에 한번씩 친정 방문을 위한 여비 마련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동남아시아 및 중국은 나라의 특성상 여성들의 생활력이 강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아니더라도 본인의 역량 강화와 사회성을 충족시키려는 욕구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보육 위해 한글교육,취업 엄두 못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데에는 보육환경에도 문제가 있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결혼이주여성의 특성상 가족이 함께 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다는 것이다. 시어머니가 계시는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에 해당한다. 보육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구로구다문화가족센터도 공간이 협소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곳에서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는 엽숙영(29, 구로2동, 중국 한족) 씨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고 결혼이주여성 자조모임 등 새롭게 시도하는 것도 있어 좋다. 하지만 결혼이주여성들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육아시설이 너무 필요하다. 아이들 때문에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못할 정도다. 용기를 내서 신청을 해도 수업을 들을 동안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불안에 떨고 있다. 센터 직원들이 짬날 때마다 돌봐주지만, 바쁠 때는 너무 힘들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전문보육시설은 화원종합사회복지관 내 4층에 있는 '다문화가정 영유아보육센터'가 전국 유일하다. 그나마 구로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들에게는 행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25명이 정원인 이곳이 결혼이주여성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은 자명해보인다.
 

영유아보육센터 최미선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을 이용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자녀가 대부분이고, 맞벌이 부부 자녀도 있다. 문의전화는 계속 오지만 정원이 찬 상태라 더 이상 아이들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다문화가정영유아보육센터는 센터 안에 있는 결혼이주여성 교육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사무실과 합쳐 놀이방을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남성 중심 가부장 문화 '갈등요인'  
 이들이 겪는 문화적 차이 해소도 시급한 과제로 드러났다. 구로의 결혼이주여성들은 구로주민들과 시댁식구들이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고 털어놓는다.
 

특히 제사와 명절, 대가족 중심의 분위기는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
 중국 한족 출신의 이유(25, 개봉2동) 씨는 "중국에서는 여자가 남자 모시는 거 안해요. 그래서 결혼 초에 많이 싸웠어요. 또 명절이 노동절이라면서요. 우리는 큰집이 아니라 스트레스 없지만 큰집은 힘들다고 하네요."
 

또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분위기도 구로의 결혼이주여성들이 힘들어하는 지점. 중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들이 '레이디퍼스트'인데 한국은 '장남. 남성'이 우대받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들도 속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털어놨다.
 캄보디아에서 온 해앙팔리카(23) 씨는 가장 듣기 싫은 소리중 하나가 "얼굴은 예쁜데 키가 왜그래"라는 것.
 

또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고, 남편이 나이가 많다고 하면서 걱정하거나 약간의 비아냥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해앙팔리카 씨는 캄보디아의 조혼 문화를 한국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소한 문화적 차이에 대한 배려도 결혼이주여성들은 기대했다.
 

김순자 씨는 "다문화사회라고 하는데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는 기본이죠. 중국에서는 과일 살 때 개수 아닌 무게로 가격 정해요"라며 이게 합리적이지 않냐고 웃어보였다.

 구로의 결혼이주여성들은 대체로 이웃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웃들의 따뜻한 관심이 구로에 살만한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일부 구로 이웃들의 곱지 않은 시선도 느끼고 있다고 구로의 결혼이주여성들은 말했다.
 

중국인 조준화(36, 구로3동) 씨는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있으면 중국인이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봤는데 기분이 나빴어요. 또 대놓고 남의 나라에 와서 무례하다고 말해요"라며 진짜 예의는 서로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10년전쯤 한국에 와 구로에는 5년 전에 구로에 정착한 최금화(38, 구로동) 씨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였다며 정착 초반에 힘들었던 기억을 다시 꺼내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내친 김에 한국국적까지 취득한 최 씨는 "서로에 대한 문화적 존중과 배려, 시댁의 며느리나라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며 기관 등에서 며느리나라 체험하기 프로그램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로의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은 가족단위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레베카 씨는 "서로 다른 문화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사람들이 만나서 사는데, 힘들지 않겠어요? 문화상담, 사랑상담 모두 필요하고, 결혼이주여성만이 아닌 배우자, 자녀들이 함께 움직이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며 힘주어 말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쉼터였다.
 중국 조선족인 김홍화(39, 구로동) 씨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쉼터나 상담센터가 필요해요. 잠시 머무를 수 있는 보호시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 또 "편안한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고, 아이도 맡기고 시장도 볼 수 있는 곳이 절실하다"고 고지마 게이꼬 씨도 거들었다. 


 늘 겉돌기만 할 것 같은 결혼이주여성들도 지역공동체로 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구로 이웃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레베카 씨는 쓰레기봉투 문제로 이웃인 중국사람들과 종종 말다툼을 한다고. 중국사람들이 "너도 외국인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면 레베카씨는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상관있어요. 우리 아이가 지나가는데 냄새나고 지저분해요."


 두 딸아이에게도 동네 사람들에게 이모, 할머니 하고 인사를 시켰다. "처음에는 눈을 이상하게 뜨고 쳐다봤지만, 먼저 손 내밀고 인사하니 지금은 좋아해요, 그래서 저는 구로에서 이사 안가요."
 레베카의 말과 행동 속에 구로 다문화공동체의 답이 보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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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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