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층 컴퓨터열기 '후끈후끈'

2001-11-02     정경미
구로의 주부들이 컴퓨터 앞으로 몰리고 있다.

구로구청에서 컴퓨터 교육을 담당하고 조용일 씨는 “올해부터 유료로 실시하고 있어 작년 만큼의 분위기는 아니지만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며 “컴퓨터 교실을 이용하려는 주부들로 한 달 평균 96건이 접수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복지관에서 인근 주민들을 위해 컴퓨터 교실을 열고 있는 개봉3동복지관의 박현정 씨도 “인근 주민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아 기초반 같은 경우 접수받고 얼마 뒤에 다 차버려 대기자 명단으로 넘어갈 정도”라며 “오전반의 70~80% 정도가 주부들”이라고 얘기했다.

컴퓨터 활용이 방대해진 요즘, 컴퓨터를 실생활에 이용하려는 주부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 이는 주부들의 자아실현에도 큰 만족을 주고 있어 그 여파가 가정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로3동의 김성자(37)씨는 영서중학교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인근 컴퓨터학원에서 실시한 컴퓨터 교실에 가입하면서 처음 컴퓨터와 연을 맺었다. 컴맹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아이와의 원활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시작한 컴퓨터가 이제는 삶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김 씨는 “요즘 친구들과 남편, 고1 된 딸아이와 함께 메일을 자주 주고받고 있다”며 “컴퓨터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은 데 아직은 시간이 없어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 했다.

집에서 심심할 때마다 포트리스 같은 컴퓨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는 궁동에 사는 오영란(32)씨도 요즘 컴퓨터를 실생활에 활용하는 기회가 잦아졌다. 오 씨는 인터넷을 통해 음악을 듣기도 하고 가끔 인터넷으로 상품 구입도 시도해 본다. 요즘은 7살 된 딸 은혜에게 컴퓨터로 ‘그림 그리기’도 가르쳐 주고 있다.

오영란 씨는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다 보니까 컴퓨터를 직업으로 연결해 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며 “집에서 책을 보고는 있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컴퓨터에 대한 관심은 젊은 주부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개봉2동사무소 자치센터에서 남편 서해용(67)씨와 컴퓨터 보조강사로 도우미를 하고 있는 김분이(66)씨는 2년 전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면서 남편과 같이 무료로 컴퓨터를 가르쳐주는 곳은 모두 등록해 강의를 받아 본,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주부다. 8남매의 맏딸로 태어나 해방으로 인해 초등학교 1학년도 채 못 다녀 뭐든지 배워보고자 하는 생각이 강했다는 김 씨는 “남편과 말로 전할 수 없던 애틋한 부부애를 메일로 확인하고 있다”며 “컴퓨터를 통해 노후 생활을 뿌듯하게 보내게 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자랑했다.

컴퓨터가 이제는 가족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까지 톡톡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