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6] 10살까지는 마음껏 예뻐해주어야
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6 _ 독립심
2009-07-20 구로타임즈
"아빠! 다리가 아파." 처음에 미루가 다리가 아프다고 했을 때는 걱정이 컸습니다. 아이 아픈 것에는 누구나 민감한 법입니다. 몇 번이나 다리가 아프다고 해서 결국 병원에 데려갔는데, 의사선생님이 이러십니다. "멀쩡한데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그건 그냥 안아달라는 거예요."
생각해보니 그렇습니다. 안아주고 나면 다리 아프다는 이야기는 쏙 들어갑니다. 그런데 여름이 되니 20분 넘게 아이를 안고 가면 너무 힘이 들어 아침 컨디션이 말이 아니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그냥 걷게 할까 고심했습니다.
"아빠 나 다리가 아파."
"그래? 많이 아파?"
"응, 나 다리가 뿌러졌어."
머리를 쓴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쩌지? 아빠도 다리가 아픈데."
그러자 미루 표정이 갑자기 환해집니다. "그래? 그럼 아빠랑 미루랑 동시에 아픈거네. 히히"
요즘 '동시에'라는 말을 새로 익혔는데, 그걸 쓸 기회가 와서 그런지 아니면 아빠와 자신이 똑같은 처지라는 게 공감대가 생겨서 그런지 갑자기 신나게 걸어갑니다.
이날은 이렇게 해서 같이 걸었지만 미루가 안아달라고 했을 때는 웬만하면 안아줍니다. 부모님은 "애가 '어린양'하면 못쓴다"고 말씀하시지만, 아이는 아이일 때 열심히 어리광 부리게 하는 게 맞습니다.
10살까지는 충분히 안아주고 마음껏 예뻐해 줘야, 그 이후에 독립적인 사람이 됩니다. 어른이 되어 독립적이지 않은 사람 중에는 아이였을 때 충분히 아이 대접을 못 받은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필요한 규칙은 정확히 알려주고 지키게 해야 하지만, 모든 게 어른스러울 수는 없습니다. 어른스러운 아이는 '애가 얌전하고 참 착해서' 어른들이 보기에는 대견할지 몰라도 혹시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게 많은지, 착하다는 말을 하도 들어서 참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아이가 아이다워야, 어른이 됐을 때 어른다워집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7월 13일자 30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