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복지를 들여다보며
[포럼] 백해영 (본지 편집자문위원)
2008-01-17 구로타임즈
그들을 보며 비로소 우리는 40대의 나이에 노령을 준비해야하며 자식들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배우고 있다.
늙어가는 것이 추하게 여겨지는 사회는 건강할 수가 없다. 삶의 지혜에 귀담아 들을 줄 모르고 살아갈 것이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늙어가는 것을 추하게 여기면 삶 그 자체에 대한 존중과 경외감이 살아날 리 없다. 그저 젊은 한 때만 쾌락적으로 즐길 뿐이다.
노인복지를 들여다보면서 경로당이니 복지관의 프로그램이 무엇이며 노인들이 어떻게 지내는가 하는 ‘현실’보다도 온 사회가 노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고 도시시스템은 어떤지 우리의 삶의 양식은 어떠한지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숙고할 기회를 갖기도 했다.
대가족의 해체나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질수록 가장 큰 피해를 받는 계층은 노인이라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사회는 철저히 건강한 성인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어 조금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은 얼마나 살아가기가 힘들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건강한 성인도 적응하기 힘든 이 대도시에서, 그것도 공원이나 산도 없는 구로에서 살아가기가 참 팍팍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노인의 눈에서 세상을 보니 다 달리 보인다.
모든 복지정책은 이렇게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들의 눈에서 그들이 가장 필요한 것을 서비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령화사회. 인류역사상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사회’라는 표현에서 보는 것처럼 그저 주먹구구 대응할 일이 아니라 긴 안목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나이 든다는 것이 추하게 여겨지고 늙지 않기 위해 보톡스로 주름을 펴는 이 일천한 사회.
나이 든다는 것이 더 아름다워지고 축복받는 사회에 살고 싶다. 힘이 빠져 운동을 할 수 없으면 배구공을 3배로 만들어 하고 탁구공을 2배로 크게 만들어 쉽게 할 수 있으면 된다. 도서관에서 책읽어주는 할머니도 좋겠고 노인들을 위한 멋있는 패션가게를 하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