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단지_3]산업단지와 구로지역의 조화로운 발전

[기획연재 Ⅰ :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

2006-11-04     구로타임즈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관련 기획기사를 마무리 지어야 할 때다.

기사가 보도된 후 “구로지역과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상생과 공존이라는 문제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반응에서부터 “거기가 여기와 무슨 이해관계가 있느냐”는 반응까지, 참으로 다양한 의견들을 접했다.

교과서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구로지역과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너 따로, 나 따로 가야할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 상호 이해 프로그램 마련 시급
- 지역주민의 삶의 질 반영한 단지개발 발전전략 나와야



구로지역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일부를 품에 안고 있는 한은 산업단지의 사회경제적 역할과 위상 변화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측면에서는 이미 산업단지 배후도시로서 가리봉도시환경정비사업이 추진 중에 있고, 구로디지털산업단지역지구단위계획이 내년도 재정비수립 용역을 시작으로 개발의 물꼬를 트고 있다. 구로지역의 이미지 역시 과거에 비해 ‘굴뚝’과 ‘공해’의 멍에가 덜어진 느낌이다.

이제 문제는 소프트웨어, 즉 그 속을 채울 내용의 양과 질이다.

향후 구로구가, 산업단지의 일꾼이 구로구주민이 되고 구로구주민이 산업단지의 일꾼이 되는 직주근접(職住近接)형 도시로 나아가기위해서는 산업단지 안팎에 빌딩 몇 개를 더 올리기보다는 녹지, 보행자공간, 교육․문화․복지 등 쾌적한 생활환경조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다행히 이는 현재 산업단지 내 입주기업들과 구로지역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딱 맞닥뜨려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뜬구름 잡는 얘기일 수 있지만, 지역사회와 산업단지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 역시 관련 기관과 기업, 주민 등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공감하고 머리를 맞대 함께 해결해나가려는 노력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구로타임즈에서는 기획시리즈 첫 번째 ‘구로공단의 흥망성쇠와 구로지역’, 두 번째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명과 암’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마지막 순서로 산업단지와 구로지역의 조화로운 발전에 대해 다뤄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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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수치는 다름 아닌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공원용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공원용지는 말 그대로 ‘없다’다. 지난 1967년 1단지 준공 때부터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쭉 그래왔다. 2006년 4월 현재 1단지 안에는 산업시설용지(공장) 77%, 지원시설용지(키콕스 등) 15%, 공공시설용지 8% 등이 전부다.

지난해 10월 세상 빛을 본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구조고도화 기본계획’상에는 1․2․3단지 내 몇 개 지점에 ‘녹색(공원)’이 새롭게 칠해져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실현 여부조차 불투명한 ‘계획’일 뿐이다. 관계부처의 이해관계 조정과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계획’이 실현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릴 수 있다.



주택가-아파트형공장 완충지대 ‘전무’

기획시리즈 2회에서 다룬 교통체계 문제와 마찬가지로 녹지부족 또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안고 있는 주요한 결함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이는 산업단지 내 기업인들의 생활환경 뿐 아니라 구로지역 주민들의 주거환경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주민이 끔직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지난 2004년 12월 연말 연휴. 당시 이엔씨건설이 시공 중이던 구로3동 아파트형공장 신축현장에서 터파기 공사를 하면서 받쳐놓은 철제빔이 기울어지면서 옹벽과 인접한 도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현장과 불과 폭3m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던 인근 빌라 주민들은 붕괴위험의 불안에 떨면서 동장군속에서 여관 등을 전전하며 몇 날 며칠을 보내야만 했다.

비록 단적인 예지만, 이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지역특수성에 기반한 도시계획적 고려 없이 철저하게 중앙정부의 이해관계에 의해 조성됐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구로공단이 조성된 지난 1960년대에는 ‘도시계획’이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던 때라 일정 한계가 있었다하더라도, 지난 1997년 첨단화 계획 이후 아파트형공장들이 들어서던 시기에조차 산업단지와 주택가 사이에 일정 공간 완충지대를 구축하는 안목과 마인드가 없었다는 건 구로지역의 불행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의 한 관계자는 “90년대 들어서는 이곳 땅값이 너무 많이 올라 정부도 어쩔 수가 없었다. 이곳은 영구분양이기 때문에 나가라고 말도 못한다. 사유재산인데다 기업의 이해관계도 상충되고, 공장들마다 땅을 팔고 나간 시기도 제각각이어서 도시계획이라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재 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구로관내 다세대․연립주택들과 아파트단지 주민들은 웅장한 성벽에 가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구로3동에 거주한 지 5년 됐다는 이기화(44․여)씨는 “밤이고 낮이고 옆 사무실에서 들여다볼까 싶어 불안해 늘 커튼을 치고 살고 있다”며 “국가가 하는 일이라 뭐라 말도 못하고 어쩔 수 없겠거니 체념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산단공-지자체 밑그림부터 함께 그려야

서울디지털산업단지 1단지는 아파트형공장 건립이 포화상태다.

현재 준공된 27개동과 건립중인 4개동, 미착공상태인 1개동까지 총 32개 아파트형공장이 건립되거나 건립될 예정이다. 2․3단지보다 아파트형공장 건설 붐이 급속도로 진척됐던 1단지는 새로운 시설을 들어앉힐 수 있는 부지가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현재 산단공은 1단지 내 외환은행 및 보세창고 부지 6700여평에 (가칭)소프트놀러지센터(1단지 지원센터) 건립계획안을 준비 중이다. 현재 밑그림 상으로는 이곳에 지원․연구시설과 옥외 휴식 공간 조성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1단지 내 공공시설부지인 정수장․골프연습장 부지 역시 조만간 개발 계획안이 나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산단공의 이러한 계획에 지역주민들의 의견과 주장이 관철될 여지는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최근 구로구가 정수장․골프연습장 부지에 대해 ‘공원조성’을 건의했지만 당시 산단공의 반응은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산업단지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단지 내 모든 권한과 권리를 정부 관련부처들이 쥐고 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품고 있는 서울시나 구로구의 권한은 전무하다.

많은 이들이 지방화 시대를 천명하고 있지만 관계 법령상 적잖은 권한이 중앙에 집중돼 있는 한국 상황에서는 정부가 관리하는 땅에 대해 지자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일은 쉽지 않다.

구로구의 한 관계자는 “산업단지와 구로지역이 조화롭게 상생하려면 계획수립 단계에서부터 긴밀히 협의하고 논의해야하는데 지금은 개별 사안에 대해서 제안만 하라는 식이니 손뼉을 마주치고 싶어도 마주칠 수 없다”며 “오죽하면 국가산업단지인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지자체가 권한을 갖는 지방산업단지로 변경해달라는 요청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연대감 강화 프로그램이 관건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단지와 구로지역의 조화로운 공생은 실현 불가능한 얘기일까?

선진사례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전문가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얘기한다. 앞서 얘기했지만 관건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전문가들은 산업단지 내 기업인들과 지역주민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커뮤니티프로그램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쉽게 설명하면 △함께 놀 수 있는 기회(축제) △함께 즐기고 쉴 수 있는 기회(여가․휴식) △함께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교류를 깊게 갖고 갈 수 있다는 것.

다행히 최근에는 계획단계이거나 일부의 움직임이지만 산업단지와 지역사회 간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들이 미약하나마 전개되고 있다.

서울구로디지털산업단지 기업인 총연합회(회장 김주택)이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가칭)구로디지털산업단지축제나 구로구청이 올 하반기 산단공 서울지사 1층 이노베이션카페 안에 조성할 예정인 디지털행정센터(체험관)가 그것이다.

신창호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산업경제센터장은 “일본 산업정책 담당자들은 기본적으로 주공(住工)공존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특히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생산현장을 접하며 놀고 배우면서 참가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들을 마련해 놓고 노동과 일터의 소중함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과 주민들의 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산업단지의 공존․공생전략이라는 게 말처럼 쉽게 실현되지 않으리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적잖은 기업인들의 마음은 구로구로 열려있고, 구로지역의 주민 역시 산업단지 기업인들의 활동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고 있다.

구로3동에 거주하는 정영도(32)씨는 “산업단지 내 도로나 녹지, 호텔, 휴게시설 등은 향후 3~4년 안에는 지금보다 좋아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구로지역이 산업단지와 더불어서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로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주민들이 산업단지 내 일꾼들의 고충을 풀어주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산업단지 내 기업인들은 구로지역의 현안문제에 관심을 갖고 공동보조를 취하는 등 서로간의 연대감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육시설, 녹지공간, 보행공간, 문화․교육욕구 …등등 산업단지와 구로지역은 여전히 많은 미해결과제를 안고 있다.

이제는, 구로구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봄직한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을까.

[기획취재팀 송희정 ․ 김윤영 ․ 김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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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