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골목길... 주민들 '발동동'

구청서 매입한 땅에 소유주 펜스 설치, 어르신들 하루아침에 '날벼락'

2019-12-20     윤용훈 기자
▲ 주택가 사잇길 일부에 소유자가 펜스를 설치, 인접 주민들이 양방향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최근 구로5동 밤동산터널 옆 나대지와 제중병원 옆 주택가 사이에 놓인 골목길 양방향 중 한 방향의 일부구간을 땅 소유주가 펜스를 설치해 수 십여년간 이 길을 이용하던 10여 가구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이 막힌 골목길을 이용하는 주민 중 80∼90대 노인들은 펜스를 설치한 평지 구간 길을 이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20개 가까운 가파른 계단으로 된 한 쪽 통로 길을 이용할 밖에 없는 지경이다. 휠체어나 이동보조기구에 의존하는 노인의 경우 사실상 외출을 포기해야 하고, 응급 시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집밖으로 나올 수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문제의 이 길은 승용차 한 대정도 겨우 지날 수 있는 폭에 약 15m 길이의 사이길인데 이 길의 절반 가까운 구간이 사유지(구로동로 551-146 나대지 368㎡)다. 소유자가 이 길 부분을 포함해 사유지 전체대지에다 사람이 통행할 수 없도록 지난 11월 12일 펜스를 설치한 것이다.

이 펜스가 설치된 나대지는 원래 구청소유의 대지였다. 구청은 이 대지를 2015년 12월경에 매수인 즉 현 땅주인에게 인접 토지소유자의 주위토지통행권을 보장한다라는 조건으로 약 10억 여원에 매각했다.

이 매매조건에 따라 약 4년간 인접주민에게 통행이 허용돼 오다 최근에 사유지에 포함된 길을 펜스로 막고 통행을 제한, 그동안 이 길을 마음대로 이용해 오던 인접주민들이 하루아침에 이용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민원이 제기된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당초 문제의 나대지를 매각하기 전에 구청은 이곳에 밤동산경로당을 짓기로 하고 설계까지 다 마쳤으나 현재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인접 가구주들이 경로당이 들어서면 땅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절대 반대하고 나서 어쩔 수없이 현 소유자에게 통행권을 조건으로 공개매각하고, 그 대금으로 현 밤동산경로당 부지 및 건축물을 매입해 경로당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매각된 나대지 인접가구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민원제기로 현 소유자를 상대로 길을 트라고 요청하는 한편 매각 계약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등 가능한 법적조치여부 등을 법률자문을 받았지만 대법원 판례에서는 주위토지통행권 매각조건이 제대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어 행정력으로 펜스를 강제철거 조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어느 토지와 공로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는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토지의 직접 분할지 또는 일부 양도의 당사자 사이에만 적용돼, 이번 사안은 인근 주민들에게 무상통행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더군다나 구로구와 매수인간의 매매계약서 '매수인은 인접 토지 소유자의 주위통행권을 보장한다'라는 조건내용은 매매계약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좌우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 매매계약의 한 조항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구청 관계자는 "대법원의 이러한 판례 및 법 해석으로 특별히 행정적인 해결방안이 없지만 샛길 소유자와 인접주민간의 원만한 타협을 중재하는 한편 길 소유자를 설득해 길을 터 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한편으론 불편을 겪고 있는 주민들은 "눈이 오고, 계단이 얼면 낙상 사고가 날 우려가 있으니 우선 계단난간이라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주민의 민원과 관련, 구청은 계단 난간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