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비결 하나, '물에 빠진 고기'

2019-12-20     김근희(식생활교육서울네트워크 상임대표)

연말연시에 모임이 많다. 삼겹살, 치킨, 스테이크, 모임의 성격마다 메뉴는 다르지만 '모임, 파티'에는 고기가 빠질 수 없다. 반가운 만남에 맛있는 고기가 즐거움을 더한다.

우리들의 회식이 1년에 한두 번 연말연시뿐인가. 아니다. 훨씬 더 많다. 그 많은 회식 때 고기를 맘 놓고 먹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기름기 걱정 때문일 것이다. (최근 지방에 대한 다른 해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지만 그 이야기는 접어두기로 하자.) 이름은 다르지만 굽거나 튀긴 고기요리가 대부분이다. 먹을 때는 맛있는데, 몸에서는 그리 반기지 않는다. 하나는 굳은 기름의 문제고, 또 하나는 변질이 문제다.

상온에 둔 고기를 살펴보면 하얗게 굳어 있는 기름, 포화지방을 볼 수 있다. 누구도 그 상태로 먹지 않는다. 지글지글 구워서 따끈한 상태로 먹어야 맛있다. 사람의 체온은 이보다 그리 높지 않으니 맛있게 먹은 따끈한 고기가 우리 몸속 혈관 속으로 들어가서 맑은 액체로 흐르기 쉽지 않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아무리 하얀 기름이라도 100%포화지방은 아니다. 그 사이사이에 불포화 지방인 액체지방이 같이 들어 있다. 고기의 종류, 가축의 사육 방법에 따라서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의 비율이 다를 뿐이다. 고기를 굽거나 튀길 때 하얗게 굳어 있던 포화지방은 얌전하게 녹지만, 오히려 그 속에 사이사이 같이 있던 불포화 지방은 고온에서 성분이 바뀐다. 바뀌었다는 뜻의 이름을 가진 '트랜스지방'이 생긴다.

트랜스지방은 필수지방산과 비슷한 모양으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필수지방산이 정상기능을 못하게 하고, 필수지방산이 부족하게 하여 지방을 자꾸 먹고 싶어지게 하는 문제가 있다. 빨리 배출하고 싶은 트랜스지방은 우리 몸에서 빨리 줄어들지 않는다.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 즉 반감기가 51일이다. 트랜스지방을 딱 한 번 먹어도 51일 후에도 반이나 남아 있으니 자주 먹는다면 몸속 트랜스지방은 없어지기는 커녕 점점 더 많아진다.

쇼트닝, 마아가린 등 식물성기름을 고체지방으로 만들 때 주로 생기기 때문에 그것을 사용한 팝콘, 과자 등에 많다고 알고 있는데, 그 뿐만 아니라 음식을 고온에서 요리할 때도 생기니까 온도가 좀 낮은 요리방법을 선택하면 좋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기름에 지지거나 튀기는 음식을 자주 해 먹지 못했다. 명절이나 어른의 생신 때나 먹었고, 닭백숙, 수육 등 물에 삶는 요리가 대부분이었다. 기름이 흔하지 않아서다. 못 살던 시절이 우리 몸엔 오히려 축복이었다.

식용유가 값싸고 흔해졌지만 노말헥산으로 녹여내어 만드니까 자연의 것이 아니다. 자연에서 온 그대로, 귀한 것은 귀하게 먹고 흔하게 먹어야 몸에 맞다. 1년에 몇 번 특별하게 굽거나 튀겨 먹고, 평소에는 자연에서 흔한 물로 요리한 것을 먹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