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용품 보편지급 예산 '살렸다'

구의회 예결위, 당초 '0'원 → 1억여원 신규편성 "내년 하반기 고3부터 지급"

2019-12-13     김경숙 기자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이 철옹성 같던 예산의 '벽'을 뚫었다.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 지급조례 실행을 위한 예산 1억1000만원이 신규사업으로 반영돼 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이 예산은  내년 하반기부터 우선 구로지역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들에게 생리용품을 지급하도록 단계적으로 시행 될 사업예산이다.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조례가 서울지역 최초로 통과된데 이어 실행 첫걸음도 구로에서 먼저 시작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구로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2일(목) 오후 6시반경 구청 집행부와 예산에 대한 계수조정을 마무리짓고 이같은 내용 등을 담은 내년도 구로구예산안을 수정 의결했다.

구로구청은 지난10월 서울지역 최초로 구의회에서 통과된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 조례'와 관련된 실행예산을 내년도 구로구예산안에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채 이번 구의회 정례회에 제출했다. 보건복지부와의 사전 협의절차 등이 필요하다는 것 등이  이유였다.

이에따라 새해 구로구사업예산안을 심사하는 이번 구의회 정례회기 내내 이성구청장을 비롯한 구청의 관련 정책의지 부재 논란과 함께  조례 시행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주민들의 의회 방청 및  호소가 다각적으로 이어져 이날 의회에서 관련 예산이 반영될지 여부에 지역사회 각계의 관심이 적잖이 쏠려있었다.

6999억5천만원에 달하는 구로구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최종적인 계수조정과 의결이 이루어지던 지난 12일(목)에도 회의가 시작된 오전 일찍부터 의 결되던 저녁까지 예결위 회의장 밖 대기실에는 주민 4,5명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면을 소리없이 보여주는 모니터로 의원과 공무원들의 일거수 일투족까지 애타는 마음으로 지켜보며 자리를 지켰다. 

이런 가운데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기 시작한 것은 오후 6시를 전후한 시각. 모니터를 지켜보던 주민들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고, 파이팅 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난상토론 대상이던 10여개 쟁점 예산 중 수차례나 맨 마지막으로 돌려지던 생리용품 보편지급 관련 예산이 신규사업으로 편성되어  예산액 '0원'이  1억1000만원으로 반영되는 등 예산조정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고 결국 의결됐다.

김철수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회의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구의회에서 한마음으로 통과시킨 조례였기 때문에, 예산의 필요성을 설득하던 김희서 의원을 비롯해 의원 전체적인 뜻은 실행예산 반영 통과였다며 의원들 마음이 하나로 모아진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생리대라는 말조차 꺼내기 쉽지 않은 사회에서 생리용품 보편지급이 여성청소년을 위한 건강권과 인권문제라는 인식을 지역사회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온 지역시민단체 '더초록'의 조미순 대표는  "솔직히 '반반'의 심정으로 왔는데 예산이 마련돼 너무 기쁘다"며  모든 의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조대표는 "주민입장에서 예산 한푼 반영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말도 안되는 일이며, 예산편성권 가진 구청이 원치 않는다고 핑계 찾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편 구로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이명숙 부위원장은  이날 내년도 구로구예산안에 대한 계수조정 결과 발표를 통해 납세자보호관업무운영등 64개사업에 12억2967만원을 증액하고, 구로장학회운영지원사업 등 12개사업에 12억4135만9000원을 감액하는 등 예산조정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구로구의회는 정례회 마지막날인 오는 16일(월) 오전 본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년도 예산안 등을  최종확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