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실업… "도움청할 곳 없어"

[구로구비주택거주민 주거실태조사결과] 10명중 8명 장년이상 남성들 , 주거지원사업 모르기도

2019-11-15     윤용훈 기자

구로지역내 쪽방, 고시원, 여관·여인숙 등에 거주하는 비주택 거주자들은 열악한 주거환경에다 경제적 소득이 적고, 인적교류도 거의 없는 대단히 취약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로주거복지센터와 화원종합복지관이 공동주관하고, 한국도시연구소가 참여해 실시한 '구로구 비주택 거주민 주거실태조사'결과에서 드러났다. 조사는 구로구에 소재한 쪽방, 고시원, 여관·여인숙 등의 비주택 거주 200가구를 대상(외국인 가구 제외)으로 지난 7,8월 두 달간 실시됐다. 구로구에서는 처음이다. 조사결과 취약계층에 대한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조사에는 구로구의 주민과 지역을 잘 알고 있는 통장과 주민(가리봉동 4명, 구로2동 4명, 오류1동 1명), 그리고 구로주거복지센터(2명)등에서 모두 10명이 조사원으로 참여해 동주민센터에서 쪽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수급가구 및 취약가구 현황을 취합한 후, 취합 가구를 직접 방문해 일대일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1인 가구가 92.5%이고, 남성이 여성보다  다수인 80.5%(평균 연령 63.4세, 중학교 졸업 이하 학력이 68.9%)를 차지, 장년 이상의 남성들이 홀로 비주택에서 전전하며 열악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조사대상자의 수급가구 비율은 73.5%, 가구주의 86.0%가 현재 일하지 않고 있는 실업상태였다.

비수급 가구의 경우 수급을 받지 않는 이유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절차를 잘 몰라서' 42.9%, '소득 및 재산기준을 초과해서'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가 각각 23.8%이었다. 가구주의 일하지 않은 이유는 고령·질병·장애 81.5%,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서 4.0%, 학업 0.5% 등이었다.

월 평균 가구소득은 69만8천원이며, 소득의 대부분이 실업급여, 보조금 등 이전소득이었고, 월 평균 가구소득이 50만원 미만인 가구도 12.4%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자는 경제적 소득이 취약한 것과 마찬가지로 건강상태도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가 있는 가구는 16.0%(이중 지체장애 5.5%), 의사에게 진단받은 질병이 있는 가구는 83.5%이고, 질병중 고혈압이 50.3%로 가장 높았다. 아픈 곳이 있는데 병·의원(치과 포함)을 방문하지 못하였거나 중도에 치료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가구도 20.0%에 달했다.

특히 1인 가구의 별거 중인 가족이나 친척과의 연락 정도를 묻는 질문에 '아예 연락을 끊고 산다'가 32.8%, '연락할만한 가족이나 친척이 없다' 27.3% 등으로 나타나 가족이나 사회적 인적 연계가 단절된 상태임을 보였다.

더욱이 가족이나 친인척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교류하는 이웃이 없다'가 42.0%로 비율이 높았다.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의 단절된 사회적 관계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는 비중(73.5%)도 높게 나타났다. 그나마 도움을 요청할 곳은 가족·친척 16.0%, 친구 6.0%, 이웃 4.0% 등의 순이었다.

거처 상태 및 주거비 부담에 대한 질문에선 평생 동안 일주일 이상 잠자리로 이용한 경험이 있는 곳은 쪽방 77.5%, 고시원 35.0%, 여관·여인숙 19.5%, 노숙인시설 8.5% 등의 순이었다. 이 같이 비주택에 거주하게 된 주된 이유는 '실직, 사업실패, 질병으로 살던 곳의 주거비를 부담할 수 없어서'가 59.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살던 곳의 보증금이나 월세가 올라서' 11.5%, '이혼 등 가정해체로 살던 곳에서 나와서' 10.5%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현재 살고 있는 거처에서의 거주 기간은 평균 7.6년이고, 1∼5년 미만 거주가구가 33.5%로 가장 많았다.

또 거주 층수는 지하(반지하) 12.0%, 옥상(옥탑) 3.5%이고, 가구의 주거면적은 평균 6.2㎡이고, 사용 방수는 1개가 96.0%로 나타나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수급가구의 평균 주거용 실 면적 10.8㎡에 비하면 구로구 비주택 거주자는 더 좁은 데서 생활하고 있었다.

구로구 비주택에서의 시설설치 비율이 매우 낮았다. 각 시설의 '없음' 비율이 부엌은 47.0%, 화장실은 9.0%, 목욕시설은 70.9%, 난방시설은 7.5%, 세탁기는 32.7%, 냉방기기는 6.5%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 거처에 창문이 없는 가구도 36.5%에 달했다.

거처의 점유형태는 월세 가구가 99.5%이고, 월세 가구 중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가구도 28.3%로 나타났다.

월세 가구의 보증금은 평균 130만5천원이고, 월세는 평균 24만2천원, 월 평균 공과금과 관리비는 3만7천원이었다. 2018년 국가인권위 조사 수급가구의 평균 월세는 20만8천원이고, 20∼30만원 미만 51.5%, 20만원 미만 35.6%, 30만원 이상 9.9%이라는 조사결과에 비해 구로구 거주민은 주거 평균면적은 작은데 비해 평균 월세는 높아 조사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클 것으로 분석됐다.

또 지난 1년 동안 1회 이상 월세연체를 경험한 가구는 23.2%. 그 이유는 실직 9.0%, 의료비 8.5%순 이었다.

현재 살고 있는 동네에서 겪는 가장 큰 불편함을 묻는 답으로는 1순위 △'쓰레기 무단투기 등 비위생적인 환경' 21.5% △'불안한 치안' 16.0% △'부족한 복지서비스 제공기관' 9.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인 쪽방, 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주거취약계층 주거 지원사업을 알고 있는 비율은 35.0%로 낮았고,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2.8%로 다소 높았다.

필요한 주거복지서비스를 현재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원을 받아도 나머지 비용을 마련할 수 없어서' 34.9%, '서비스 자체가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26.7% 등의 순으로 높았는데 비교적 정보 전달체계가 갖추어져 있는 수급가구가 조사대상의 대부분이지만 서비스 자체가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이용하지 못했다는 비율도 높았다.

향후 이주 계획이 있는 가구는 67.2%, 없는 가구는 32.8%로 나타났는데 이주 이유는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서' 52.5%, '주거비를 낮추기 위해서'11.0%, '공공임대주택 입주 예정이어서' 2.5% 순이었다.

이주 계획이 없는 이유는 '더 나은 곳으로 갈 임차보증금 마련이 어려워서' 16.0%, '저렴한주거비(월 임차료·공과금 등)' 7.0%, '이웃 등 살던 곳에 정들어서' 5.5%,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이 편해서' 1.0% 순이었다. 향후 공공임대주택 입주의사가 있는 가구는 90.5%나타나 주거환경이 지금보다 나은 곳으로 이주하기를 대부분 원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는 '생계급여 등 소득보조'가 84.6%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공공일자리 지원' 29.2%, '활동보조·간병 등 의료지원' 19.0%, '채무조정·파산면책 상담 및 지원' 9.7% 순으로 조사됐다.

구로주거복지센터와 화원종합복지관은 이러한 조사내용을 담은 구로구 비주택 거주민 주거실태조사 보고대회를 오는 25일(월) 오후 3시부터 구로구청 5층 강당에서 개최한다.

이날 김송희 구로주거복지센터장이 좌장으로, 김준희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의 조사결과분석 발표와 자유토론 등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