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보편적 복지로 '월경'을 말한다

2019-10-08     조미순 서울남서여성환경연대 더 초록 대표

나는 내가 월경을 시작하기 전까지 엄마가 월경을 하는지 몰랐다. 엄마는 왜 철저하게 엄마의 월경 사실을 가족들에게 숨겼을까?

나처럼 월경통에 힘들어 하기도하고 월경혈이 새기도 하여 속옷에 묻거나 이불에 묻기도 했을 텐데 창피해서? 남들이 알면 안 되는 비밀? 불경해서?.

월경하는 몸이 되고 나서, 나는 불규칙한 나의 월경주기와 월경 양 때문에 당혹스러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월경용품을 친구에게 빌리면서도 조심스럽게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해야만 했고. 은밀하게 건네 받아야 했으며, 준비성 없는 사람으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나 또한 엄마처럼 사람들에게 나의 월경을 들키면 안 되고 아무도 모르게 해야만 하는 것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초경이 시작하고 40여년이 흐른 지금 나의 딸의 월경은 얼마만큼 자유로울까? 상점에 진열된 월경용품은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고 친구들하고 어느 정도 자유롭게 이야기하지만 나는 딸에게 암묵적으로 사회적 조심성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월경용품 가격이 천차만별이며 월경하는 여성이 치러야 하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학교에서 생리공결제나 월경통으로 보건실에서 쉬려고 하면 꾀병으로 취급받기도 하기도 해 억울해하곤 했다. 작년에 관내 모 중학교 여학생이 갑자기 생리가 시작되어 보건실에 갔으나 생리대 비치된 게 없어 학교에서 외출증 받아 집으로 가서 해결했다는 웃픈 이야기도 있다.

우리는 월경이 인권이고 사회적 권리라는 것을 모르는 것같다. 아니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다.

지금도 월경은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개인의 선택권 없이 겪고 있는 자연적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월경은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으로 치부되어 왔다.

깔창 생리대와 여성용품속 유해물질 사건이 알려진 이후 월경용품은 보다 안전하고 선별적 복지 물품이 아닌 공공재로서 국가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생리대는 선택 가능한 사치품이 아니라 월경하는 동안 매달 필요한 생필품인 것이다.

건강하고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 기간을 보내는 것은 인구의 절반인 여성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권이자 생존권이며 국가적 차원에서 보장해야 하는 마땅한 권리이다.

서울시는 공중 화장실에 월경을 하는 여성들을 위해 긴급 생리대를 비치함으로써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므로써 UN공공행정상을 받았다.

뉴욕에서는 무료생리대 법안 통과('16 6월), 호주 시드니시에서는 공공기관 생리대 무료 제공 발의 ('16 6월), 스코트랜드에서는 학교 및 대학에서 무료생리대를 제공하는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여주시가 여성 청소년(만11세부터 18세까지)에게 지급하는 조례를 제정하였다.

구로에서도 작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에는 양성평등조례와 공중화장실 조례를 개정하여 공중화장실과 청소년 이용시설 5곳에 긴급생리대를 비치하여 월경을 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제는 저소득층 생리대 지급이 아닌 월경하는 몸을 가진 청소년의 학습권, 건강권, 기본권과 연결된 안전하고 자유롭게 월경을 할 권리로 보장받아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