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로 광 장] 송편 웃음꽃 핀 오류시장

2019-09-20     최종호

 

 "어떤 송편 만들었어요?"
 "청룡언월도, 수류탄, 산타양말, 사탕 ... 이건 용가리"

 "안에 고물 넣고 모양 만들고 하는게 처음엔 재밌을까 했는데 자꾸자꾸 만드니까 재밌는 것 같아요. 아이들도 좋아하구요. 만들면서 서로 얘기도 나누고 그런 재미도 있네요."
 
 가족과 함께 한 '송편놀이'

현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자리 자리마다 만들어지고 있는 귀여운 송편들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떡집 사장님이 가르쳐 준대로 반듯한 송편을 만들려 애쓰고 있고, 어떤 아이들은 떡 반죽을 고무찰흙 삼아 멋진 장난감을 만들려는 듯 했습니다. 어른들도 색색깔 반죽으로 꽃잎, 풀잎 문양을 만들며 송편놀이에 함께했습니다.

도넛모양 송편을 만들고선 동서양의 조화를 나타내려 했다는 한 아저씨의 엉뚱한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조물조물 반죽을 빚는 손, 골똘한 듯 장난스러운 듯한 눈빛, 그리고 재잘재잘 서로 주고받는 목소리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서로서로 닮아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게 참 즐거웠습니다.

"명절도 다가오는데, 가정에서 함께 떡을 만든다거나 하는 일들이 많이 없어지고 있잖아요. 손으로 작업하는 일도 그렇고요.

그게 시장에서 한번 이루어지면 좋겠다 생각을 했어요. 깨끗하고 위생적인 공간에서의 요리실습이 아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형태의 추석맞이 자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오류시장상인회와 이 행사를 공동주최한 여성환경연대 남서지부 '더 초록'의 조미순 대표는 행사의 취지를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이번에는 행사에 모인 사람들의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비어있는 점포자리 외벽 곳곳을 메운 '시장을 살리자'는 글씨들, 바닥 곳곳에서 대야들이 전날 내린 빗물을 받아내는 소리들이 이날따라 정겹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행사할 곳이 있어 좋아요"

한 주민분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송편을 어릴 때 부모님 도와서 많이 빚어봤는데, 무척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빚어보는 것 같아요.

이런 기회가 생겨서 좋았고, 지금 여기 전통시장이 없어진다, 뭘로 바뀐다 말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공간이 유지가 돼서 오류동 주민들이 이런 행사 많이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사무실이 있어 오류시장을 자주 찾았던 저는 누군가 표현하던 '흉물스러움'보다 '외로움'의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올해 들어 이날과 같은 다양한 행사의 기회로 시장을 찾는 발길, 시장의 기능 회복에 대한 참여의 목소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 참 반갑습니다.

취재를 마무리 하며, 행사를 진행하고 떡을 찌는데 여념이 없었던 오류시장상인회의 서효숙 사장님(성원떡집)에게 감흥을 물었습니다.

"재밌네요.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어서 그렇지.. 명절시즌이라 많이 바빴어요.

그런 중에 이렇게 앉아서 송편을 빚으니까 재미있네요.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어요. 오늘 보면 송편을 다들 제각기 만들었잖아요? 모양도 다 다르고. 그런 분위기가 요샌 없잖아요."

행사자리에서 제각기 다른 귀여움을 뽐냈던 송편들처럼, 오류시장이 수많은 주민들 각자의 필요와 희망들을 아름아름 채워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땅을 사고 파는 일을 하는 이들이 아닌 이 땅에 살고있고 이 땅을 쓰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 시장의 미래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내 손으로 만드는 송편' -  취재 후기 -

추석명절을 일주일 앞둔 지난 9월 8일 일요일, 오류시장 쉼터(or 광장)에서 송편 만들기 행사가 열렸습니다.

떡집 사장님이 송편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그에 따라 주민들이 직접 모양을 만들고 속을 채워 각양각색의 송편을 만들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지역의 이모저모를 기록하는 일을 하는 저는 추석맞이 취재차 이 행사를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