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범벅' … 주민 학부모 '충격'

고척동 옛 영등포교도소 부지 토양 '오염' SBS 보도 후

2019-01-11     윤용훈 기자
▲ 옛 영등포교도소 부지의 뉴 스테이 개발사업 공사현장. 공사장 토양이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기준치의 25배 넘게 검출됐다는 보도에 공사장 인근 고척 주민 및 학부모들이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구로구청의 불통 행정태도에 분노하고 책임 있는 안전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옛 영등포교도소 부지(경인로 361, 고척동 100번지 일대)뉴스테이아파트 개발사업 공사현장 부지에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기준치를 크게 넘게 검출됐다는 보도에 공사장 인근 고척·개봉동 일대 주민 및 학부모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또 이들 주민대표 및 학부모들은 구청이 주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불통 행정태도에 분노하며 책임 있는 안전조치와 인접지역에 대한 정밀조사 등을 조속히 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 "토양 오염" SBS보도= 옛 영등포교도소 부지개발에 대한 착공이 지난해 11월 23일부터 본격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7일(월) SBS 8시 뉴스는 남부교정시설(옛 영등포교도소) 이적지 기업형 임대주택건설사업 공사현장 토양이 크게 오염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저녁 방송을 접한 고척·개봉동일대 주민 및 학부모들은 그동안 공사를 위해 환경영향평가 및 교육영향평가 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도소가 떠난 부지의 토양이 중금속 및 유해물질에 의해 크게 오염됐다는 사실을 구청 및 관련기관이 알고 있으면서도 지역주민 등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가 이번 방송보도를 통해서야 발암물질 등의 공사장 부지 오염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다.

SBS 8시 뉴스에 따르면 남부교정시설 이적지 개발과 관련해 2016년 12월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에서 토양오염이 발견되어 토양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비소와 카드뮴, 니켈 등 중금속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고 많게는 무려 25배가 넘는 양이 검출됐다.

이러한 오염사실이 발견되자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교정시설이적지 처음 소유자인 정부(법무부)로부터 토지를 매입한 LH를 상대로 239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LH는 이 청구비용을 현대산업개발에 지불하고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토지를 넘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결과 법원은 정화비용의 60%인 143억원을 정부가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토양오염 및 소송 건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정작 인근 주민 및 학부모들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더욱이 SBS 보도에는 이적지개발 공사현장이 크게 오염된 만큼 공사부지 주변 땅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의견과 함께 비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했다. 즉 비소 검출량 기준으로 해당부지에 아파트가 지어질 경우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거주기간인 8.8년을 기준으로 암 발병 위해도가 2배에서 4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청은 주민에게 왜 안 알렸나" 주민들 분통 ​
'주민 안전, 건강권 보장하라' 대책마련 촉구​
 

◇ 공사현장 인근 주민들 대책 촉구 = 이러한 보도가 나가자마자 인근 주민 및 학부모들은 바로 SNS 등을 통해 토양오염사실을 알려나가는 한편 다음날인 8일(화) 오후 공사현장 인근 아파트 주민 및 학부모들이 이성 구로구청장과의 면담을 가졌다. 이성 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구로구의 토양오염실태가 심각하다"면서 "고척돔구장 공사 시에는 이적지개발 토양보다 훨씬 많은 비소가 기준치보다 500배나 넘게 검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9일(수) 오전에는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매서운 날씨에 고척동 개봉동 일대에 소재한 가든아파트주민대책위원회, 고척대우아파트주민대책위, 삼환로즈빌아파트주민대책위, 한마을아파트주민대책위, 고척안전대책위, 구로지역시민사회단체 및 주민, 학부모, 구의원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척동 교정시설이적지 비소발암물질 관련 대책요구 기자회견'을 갖고 "주민의 알권리, 건강권, 생명안전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김희서 구의원(구로구의회 복지건설위원장, 정의당)은 "주민의 안전과 건강지킴이 중요한데 토양오염에 대한 정밀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그동안 지역 정치인 및 주민 등은 알지 못하여 이에 대한 대응과 준비를 하지 못한 채 건강위해에 노출돼 있었다"면서 "문제가 된 공사장을 비롯해 주변지역 토양에 대한 오염원인과 시기, 범위 등에 대한 정밀역학 조사를 실시해 주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현장 바로 옆에서 소음과 미세먼지에 고통을 겪는다는 삼환로즈빌아파트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이날 방송을 보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분노와 답답함을 느꼈다"면서 "구청장이 이런 사실을 속이고 3선에 성공했는데 "앞으로 임기동안 주민을 속일 것을 생각하면 걱정된다"고 지적한 뒤 "앞으로 어린 초·중학생의 건강을 위해서도 주민들이 똘똘 뭉쳐 대응책을 마련하자"고 호소했다.

고척안전대책위 관계자는 "이 공사가 주민을 위한 공사인지 피해를 주는 공사인지 알고 싶다"고 반문하고 "앞으로 (공사장 맞은편에 위치한) 고척초등학교에는 유치원 건물을 짓는 등 증축공사를 하려면 땅을 굴착해야 하는데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는 "공사장 오염물질이 어떻게 처리 관리되는지 주민들이 알아야 한다"면서 "명확하고 분명한 안전대책이 나올 때까지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참석한 박평길·이재만·이명숙 구의원은 "구 의원으로서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 한 뒤 "앞으로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면서 공사가 진행 될 수 있도록 구 의회 차원에서 주민의 의견을 모아 대책을 논의 하겠다"고 밝혔다.

한마을아파트주민대책위 정기호 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구청이 시행사, 시공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고, 직접 나서서 주민안전과 건강권, 생명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면서 "공사장 인근 아파트 주민, 학부모의 절박한 목소리를 담아 비소오염사태에 대해 △교도소부지에 우선해서 비소오염 정화 조치를 먼저 완료할 것 △구청은 생명안전, 주민 알 권리를 보장하고, 비소오염사태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것 △구청과 시행사는 비소오염 정화작업에 대한 현장 및 인근 주민 안전대책을 수립시행할 것 △구청은 비소오염 원인 및 실태파악과 주민우려 해소를 위해 인근지역에 대한 정밀진단을 실시할것"등을 촉구했다.
 
◇ 인근 주민들 반응 = 현재 교정시설 이적지부지는 한달 반전 착공에 들어가 교정시설 건물들은 모두 철거된 상태이다. 공사장 토양에서 기준치를 훨씬 넘는 비소등 발암물질로 오염되어 있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날인 8일 오후 고척동 개봉동 일대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공통된 반응은 "구로구청이나 시공사는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주민들에게 당연히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폐쇄적인 행정에 더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개봉동삼환아파트 정문입구에서 헤어디자인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가령(39)씨는 "4살 된 아이가 인근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는데다, 공사장 주변에 고척초등학교나 중학교, 어린이집이 적지 않다"며 무엇보다 건강과 직결된 것인 만큼 주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하는 사실이므로 구로구청이 제대로 알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사장 부지 앞 서울가든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김씨는 "강남이나 목동이었다면 이렇게 할 수 있었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주민들은 정화를 한다고 오염물질이 제대로 정화가 될지, 그같은 토양오염 원인과 시기는 무엇인지, 주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구청의 향후 대책등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 구의회 현장방문 등 = 구로구의회는 이번 사태와 관련, 안전관리특별위원회 활동을 시작했다. 주민들의 대책촉구 기자회견 다음날인 10일(목) 의회 및 구청 관계자 20명내외로 구성해 오전에 고척동의 교정시설 이적지 복합개발 건설 현장을 방문해 유해물질 비산여부 및 안전관련 상황 등을 확인하고 오후에는 구청 관련부서 업무보고 및 질의 답변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데 이어 오염물질 처리과정 확인, 처리 후 안전성 확보가능 여부, 주민안심대책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구로구청측 "토양정화작업중" = 한편 구로구청 관계자는 이번 남부교정시설 이적지 토양오염과 관련 "스프링클러 등 비산먼지 저감 시설을 설치해 놓은 상태에서 토양정화 관련 연구원 3명이 상주하여 현장에서 오염된 토양을 운반차에 옮겨 실은 후 비산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이중덮개로 밀폐한 후 충북 괴산 등 5개소 집하장으로 이동한 후 집하장에서 토양정화작업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향후에 시공사, 정화업체, 토양조사기관 관계자에 오염토양반출에 대한 행정지도를 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