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행정사무감사'

구의회 행정사무감사 들여다보니 긴장감도 내용도 '밋밋'

2018-10-02     김경숙 기자

구로구집행부에 대한 구로구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지난 19일(수)로 9일간에 걸친 일정들의 막을 내렸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로서의 의회활동 중 최대 핵심활동이라 할수 있는  행정사무감사는  시작 전부터 그 어느 때보다  의회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 1년 삶의 터전인 동네사안과 관련한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행동이 곳곳에서 뜨겁게 분출 된만큼 사안별로  갖는 이면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행정적 개선방향 등을 구의회가 주민의  입장에서 얼마만큼 밀도있게  담아낼 수 있을 지에서부터 지난 6월 지방선거이후 출범한 제8대 의원들의 역량과 의지 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첫 시험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구의회 사무국에 따르면 올해 구로구에 대한 행정사무감사결과 구의원들이 낸 감사보고서는 총 210건.  요구 분야별로 보면 △시정 및 처리요구사항  34건 △건의사항  105건 △특기 및 우수사례 71건이다.


상임위원회별로 보면 행정기획위원회가 124건(시정 20건, 건의 66건, 우수사례 38건), 복지건설위원회가 84건(시정 13건, 건의 38건, 우수사례33건), 운영위원회가 2건(시정1건, 건의1건)이다. 


전체적으로 1인당 평균 14건의 감사의견을 낸 것이다. 상임위원회별 1인당 평균 감사보고서수로는  행정기획위원회가 15.5건으로 복지건설위원회 12건보다 높았다. 


감사보고서를 가장 많이 제출한 의원들로  행정기획위에서는 박평길위원장(2선)과 박종여(2선)· 조미향(초선)· 이명숙(초선)의원이, 복지건설위원회에서는 김철수(초선)·노경숙(초선) 의원 등이 각각 17건 내외에 달하는 보고서들을 제출했다.  

      일부 의원들  부실한   감사 준비
       숟가락  얹기식  고질행태  여전 
       감사역량제고 의지·시스템  시급    
   

   
박칠성 의장을 제외한 의원 15명이 구청 동주민센터 구산하기관 등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내놓은 감사보고서 중에는  △부서별 세외수입 징수및 관리실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임시적 세외수입 확대를 위한 인적관리부터 전문성 강화 교육 등의 다면적 방안을 제기한 보고서(박평길의원. 2선)  △허위 초과근무로 적발된 공무원들에 대한  후속조치 부재를 적발하고 초과근무수당 회수 등의 시정을 요구한 보고서 (이재만의원, 초선)가  주목을 끌었다.

또 고척동공영주차장의 3분의 1이상이 특정업체에 배정된 실태 및 추첨제신청으로의 전환을 요구한  보고서(김영곤의원, 2선)도 관심을 모았다. 


이들 감사보고서는 심층적인 자료분석과 현장 감사를 토대로 저변에 깔린 행정의 난맥상을 끌어내 구체적인 문제점과 개선안을 제시한 점이 돋보였다. 


이외에도  작은도서관의 내실지원 , 구청 산하 위원회 구성및 운영개선 , 방치된 자전거보관소 정비, 육아휴직증가로 인한 동료공무원 업무 과중, 마을변호사제의 야간 및 주말운영제안 등도 현장감 있는  신선한 감사의견으로 꼽을만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의 경우  보고서 숫자는 높은 편이지만 감사결과라기보다 일상적인 단순 아이디어 수준의 의견들을 개진하는 식이거나, 구체적 사실적시도 없이 뭉뚱거린 제안식 발언,    우수사례로  도배질 하다시피한 감사보고서들도 적지 않아, 기본적으로 감시와 견제에 방점을 둔 행정사무감사의 본 취지를 무색케하는 '무개념 감사'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 관점에서 행정사무감사를 얼마나 제대로 준비하고 진행했는지는  결국 의원들이 낸 감사보고서와 공개질의답변 감사현장에서 나오는 예리하고 밀도있는 질의등을 통해 드러나는데, 올해 행정사무감사는 한마디로 큰 이슈 없는 '평이함' 그 자체였다고 평가할수 있다.


최근까지도 지역을 달구던 주민적 관심도와 달리  고척동 남부교정시설부지개발관련 교육영향평가의 허실과 불통행정, 감사원이 미공개한 구로구에 대한 7대 사안의 주요 행정적 난맥상 등에 대한 깊이있는 감사내용은 구로타임즈가 지난 19일 구의회로부터 전달받은 보고서 어디서도  찾아 볼수 없었다. 


이같은 배경에는 실제로는  7일도 안되는 짧은 기간내에 다루어야 하는 시간적 한계도 있지만, 다소 민감한 지역사안의 경우는 제대로 된 감사를 하기에는 사전 준비에 많은 품이 들거나 전문성을 요하는 것도 있고,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속에서 판단되는 것도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구의회 행정기획위원회 박평길 위원장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주민의 주요 관심 사안들이  빠지는 현상에 대해 " 구로구 전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상임위 소관사항은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의원의 지역구 사안이 있고, 개인적으로 특별히 관심가는 사안에  집중하다보니 현실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위원은 그러나 이같은 문제에 대해 향후 의원 국내연수에서 토론 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현안을 다루더라도 의원들이 철저하게 사전에 공부하고 준비하지 않은 감사는 때로는 아니함만 못할수도 있고, 주민의 날선 비판대에 오를 수 있음을 이번  행정사무감사현장은 보여주기도 했다.


특히 공개질의답변식 청문회감사장에서 해당사안과 관련한 공무원의 답변 중 사실관계 오류나 일방적인 주장 등을  전문 지식이나 해당사안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준비로 의원들이 감사중 제대로 걸러내거나 짚어내지 못하면 오히려 잘못된 정보나 '면죄부식  감사'의  확대재생산을 야기시할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 때문에 청문회식 감사를 지켜본 방청주민들사이에서는  의원들 감사역량 제고를 위한 구의회 청문회식 감사 운영방식의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준비 된 다른 의원의 감사에 '숟가락 하나 얹혀 가기식'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공개질의 답변식 행정사무감사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사전공부나 식견을 토대로 하나라도 제대로 짚어가려는 노력보다, 내용도 없거나 이해부족의 질문, 의견개진 수준으로  존재감 정도 보여주는 일부 의원들의 고질적인 행태도 여전히 노출된 것이다. 


공무원을 불러 일대일 질의답변하는 대면식 감사현장에서는 구의원이 감사의견으로 건의 할 특정사안에 대한 보고서내용을 작성할수 있도록 공무원들이 직원에게 지시하는 전례없는 모습들도 포착돼,  의회위상 정립과 의원 실력 배양을 위한 자정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구의회는 행정사무감사후 지난21일(금)  제277회 정례회를 마쳤다. 지난 9월3일부터 시작된 정례회에서는 지역현안 등과 관련한 행정사무감사외에  2017회계연도 예산재무회계통합결산승인안, 구로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 운영 재위탁동의안등 8개안건을 심의 처리했다. 이 중 2018년도 286억규모로 편성제출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은 수정가결, 구로구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안은 계속심사로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