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점 코스트코 등 개점 후 1년 - "매출 반토막 … 빈점포 늘어"

전통시장 및 지역상권 망연자실 "이렇게까지 영향 줄줄은"

2023-09-18     윤용훈 기자

 

 

지난해 10월 코스트코 구로점이 입점한 이후 인근 지역상권에는 유동인구가 크게 줄고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어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사진은 코스트코 입구.

 

"고척동·개봉동 일대 시장 등 주요상권에 오가는 유동인구가 크게 줄고, 장사가 너무 안돼 점포를 내놓거나 빈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 고척동 교정시설 자리에 신축 된 고척아이파크 아파트 단지 내에 코스트코 구로점 및 현대아이파크 몰이 입점한 이후 고척동·개봉동은 물론 인근 오류동 구로동 일대까지 전에 비해 장사가 되지 않고, 체감경기가 너무 침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계절적 요인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 고척동에 입점한 코스트코 구로점이 지난해 10월 20일 개점한 이후부터 주요상권 및 자영업자들이 서서히 '침몰'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처음 코스트코가 입점한 지난해 말 까지만 해도 입점사실을 아는 주민들이 많지 않아 큰 영향이 없었지만 지역주민들의 입소문이나 호기심에 코스트코 회원으로 가입하고 쇼핑하는 날이 거듭되면서 코스트코 구로점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반해, 고척동 및 개봉동 상권 등은 날이 갈수록 고객이 줄고 매출도 크게 떨어지고 있어 큰 걱정"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스트코가 블랙홀처럼 지역의 식품류 및 생활용품, 잡화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빨아들이고 있어 비슷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살아남기 힘든 실정이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특히 올 여름에는 폭염과 비가 자주와서 지역의 젊은 층 주민들은 지역 시장이나 상권보다는 쾌적한 코스트코로의 이용횟수를 늘리는데 반해 이로 인해 지역 상권을 찾는 횟수는 줄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접한 고척근린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코스트코 개점 초기에는 큰 영향이 없는 듯 했지만 올해 초부터 고객들이 서서히 줄다가 지금은 전에 비해 3분1정도 감소했고, 시장을 찾던 주요고객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평소보다 점포문을 닫는 시간이 일러졌고, 점포를 내놓는 상인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나가지도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더군다나 최근 시장인근에 대형 식자재마트까지 개점하면서 시장은 썰렁하다"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현재 아무런 대책없이 막막한 상태에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는 형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고척골목시장 상점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인회 관계자는 "먼저 상가를 찾는 유동인구가 전에 비해 3분 1정도 눈에 띄게 줄었고, 매출도 반토막 났다"고 하소연 하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코스트코가 개점하면 초기에만 몰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파괴력은 예상외로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주민들이 냉난방 시설 및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지고 쇼핑하기 편한 코스트코와 같은 초대형점포를 찾지 편의시설이 뒤진 재래시장이나 영세한 상점에 오겠냐"며 "이제는 희망이 없고 점포를 내놓아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척프라자 관계자도 "코스트코가 들어서면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크게 영향을 줄지 몰랐다"며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사가 잘되고 안되고를 떠나 아예 유동인구 자체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전에는 물품을 사지 않아도 상점가를 오갔는데 지금은 코스트코에 들러 장을 보고 마을버스나 자가용을 타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며 이제는 고객과 상권간 단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더욱이 지역주민들은 코스트코의 접근성이 편해 편한 복장에 장바구니를 들고 쇼핑 겸 구경삼아 코스트코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 예로 경기를 타지 않는 떡볶기 점포도 고객이 크게 줄어 식재료를 많이 준비하지 않고 일찍 문을 닫을 정도라고 한다.

고척동뿐 아니라 개봉동 지역의 상권도 쑥대밭이다.

개봉중앙시장 관계자는 "전에도 장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스트코 대형점포가 들어서면서 유동인구 및 매출이 더 떨이지고 있다"며 "매출이 없다보니 임대료도 매달 내지 못해 몇 개월씩 밀려 점포권리금 없이 내놓아도 누가 와서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며, 빈 점포도 늘고 있다"고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이나 영세 상권을 활성화하려면 주차장 등 기반 시설이 갖춰져야 하는데 개봉2동에는 공영주차장도 없다"며 "그동안 구청 및 정치권이 무엇을 했느냐"며 비난했다. 

개봉프라자 시장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 시장 관계자는 "말할 기분도 아니다"며 "장사가 안된다. 올해는 전에 비해 50%정도 매출이 떨어질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라며 "점포를 조만간 정리할 생각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들 지역 상인들은 "올 추석 대목에는 이같은 현상이 더 심해 코스트코에는 고객들이 더 몰려 호황을 이루겠지만 시장이나 상권들은 고객을 빼앗겨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코스트코 입점영향이 고척, 개봉동 등은 물론 인근 오류동, 구로동 전역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처럼 코스트코가 자리를 잡으면서 우려했던 코스트코 인근의 교통체증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한 고척동 주민은 "평일에는 인근 교통체증을 크게 느끼지 않지만 주말이나 휴일 날이면 코스트코나 현대아이파크 몰에 쇼핑가려는 차량들이 몰려 눈에 띨 정도로 차량이 혼잡하고 교통난을 겪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