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 구립도서관 8곳 '비사서직 관장' 파문

잇따른 비판 속 구로구청 "신규부터 사서직 임명" 구청장 바뀌어도 퇴직공무원 등 낙하산식 인사 여전 '날선 시선'

2023-05-12     윤용훈 기자
구로 관내 구립도서관 10 곳 중 2 곳을 제외한 8곳의 관장이 사서 자격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로구 조례에 도 어긋나는 것이고, 관장직 대다수가 퇴직공무원들로 채워져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올해 퇴직공무원 출신이 관장으로 임명 된 글마루 한옥어린이 도서관.

 

사서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퇴직 공무원 등이 구로구 구립도서관 관장 자리에 관행적으로 임명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제 구립도서관장은 투명한 절차를 거친 전문지식과 경험있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구로구립도서관 관장직은 규모가 작고 운영예산이 적다는 이유 등을 내걸어 도서관련 전문가보다 퇴직 공무원이나, 구청장 또는 국회의원 등의 선거 협력자 및 조력자 등의 몫으로 채워져 운영되어 왔다. 즉 사서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도서 경험이 없는 비사서 자격자들이 독점해온 것이다. 선거논공행상과 퇴직공무원 전유물,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잇따랐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행 '구로구 도서관 및 독서진흥조례' 제9조 2항에 따르면 「관장은 사서직으로 하고 구청장이 임명하되, 도서관업무를 총괄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한다. 다만 위탁할 경우 수탁자는 구청장과 협의하여 임명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동안 구로구 관할 구립도서관장 임명을 놓고 '관장은 사서직으로'라는 조례규정을 지키지 않고 대부분 관행으로 비전문가를 임명하면서 조례 규정을 어긴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립도서관 관장 임명이 구청장이 바뀌어도 그 관행이 바뀌지 않은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성 전 구청장(더불어민주당)의 재임기간 12년간에 이어 문헌일 신임 구청장(국민의힘) 체제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 퇴직공무원  출신 ,  '9개월짜리 관장'도

현재 구로구내 운영되고 있는 구립도서관은 모두 10곳에 달한다. 이 중 8곳을 제외한 2곳 만이 사서직 관장이 재임중이다. 책읽는 사회문화재단이 위탁운영중인 '구로기적의 도서관(신도림동 소재)'과 성공회대 산학협력단이 위탁한 '항동 푸른도서관(항동 소재)' 이 그곳이다. 

이외 구립도서관 8곳은 현재 구로구 출자출연기관인 구로문화원(원장 이계명)에서 위탁운영중인데, △꿈나무어린이도서관 △꿈마을도서관 △온누리도서관 △하늘도서관 △개봉도서관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 △궁동어린이도서관 △고척열린도서관 등 8곳이 모두 사서직과 무관한 비사서직 관장들로 채워져 있다.

이들 8곳 중 5곳(꿈마을도서관, 개봉도서관, 궁동어린이도서관,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 고척열린도서관)의 관장은 구로구청 퇴직공무원이 맡고 있다. 또 나머지 3개 도서관은 사회복지 및 체육계 인사가 맡고 있다. 

재직시점으로 보면 도서관 4곳의 관장은 지난해 6월로 임기를 마친 전 이성 구청장 재직 당시에, 나머지 도서관 4곳의 관장은 지난해 7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현 문헌일 구청장 재직시점에 임명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금년들어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 관장의 경우는 퇴직공무원 출신으로 금년 4월 임명돼 오는 12월 정년 제한으로 그만두게 된다. 9개월짜리 관장까지 나오는 셈이다. 오는 5월 23일 고척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와 상가로 돼 있는 복합시설내에 개관되는 구립 고척열린도서관 관장도 최근 구로구청에서 명예퇴직한 공무원이며, 지난 4월 임명됐다. 

 

■ '사서직 관장'으로   규정 변경 ,  도서관 2개  겸직운영 등 검토

이들 관장들의 임기는 1년이고 보통 1년 연장하고 있다. 구립도서관은 관장 및 직원들 임금을 포함해 운영비 모두 구로구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금년의 경우 현재 신도림테크노마트 앞에 건축중인 구로5동 유수지 구립도서관을 제외하고 약 38억원의 예산이 민간위탁금으로 잡혀 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구립도서관은 대개 400㎡ 규모로 작고, 운영비도 한정돼 운영의 효율성이나 인사 관행으로 사서 자격증을 보유한 관장보다 행정경험이 있는 퇴직 공무원이나 또 다른 직종 경험자들이 대부분 이었다"며 "사서직 관장을 채용할 경우 1곳당 3천만∼4천만원씩 추가 예산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작은 규모의 구립도서관장의 월급은 구로구 생활임금 수준인 약 200만원 초반대로 알려져 있고, 경험 있는 정사서직 관장을 고용할 경우 지금의 관장 연금보다 2배 이상 더 소요될 수 있어 인건비만 2∼3억원의 추가 예산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구립도서관은 규모가 작아서 도서 관리, 신착도서 분류, 도서관 관련 행사, 서지 목록작성 등의 업무는 구립도서관 직원이자 사서들이 맡아 왔고, 관장은 전반적인 행정 및 운영 관리, 안전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 굳이 사서자격증을 보유한 관장을 채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구청관계자는 덧붙였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사서직 출신이 아닌 이를 관장으로 임명하려면 구립도서관과 관련한 문화원 인사규정을 변경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구청은 문화원과 협의하여 이사회를 통해 인사규정을 변경해 기존 도서관장은 고용계약대로 임기를 보장 하되 신규 도서관장 임용때부터 사서직 관장으로 임명토록 바꾸었다"고 밝혔다. 

구로문화원의 기존 인사규정에 따르면 도서관장의 자격조건은 △공무원, 교육공무원 20년 이상 근무 경력자 △공기업 및 대기업(임원이상) 20년 이상 근무경력자, △도서관 작은도서관 등 근무 또는 지역사회봉사 활동경력자 △그 밖에 도서관 관리업무에 종사하기에 적합한 자질과 덕망을 갖춘자 등으로 되어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또 "구립도서관 예산이 한정된 상태에서 사서직 도서관장을 채용할 경우 임금 등의 비용이 더 들 것으로 예상돼 관련 예산을 증액하기 보다 앞으로 한 사람의 사서직 도서관장이 2개 이상의 도서관을 겸직·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위탁이 만료되는 사서직 도서관장이 운영하는 구립도서관에 대해서도 운영체제를 재조정 하는 방안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했다. 

 

■  특정인  위한   '자리'관행,   도서관  퇴보,   주민 피해 

이와 관련 사서자격증을 보유한 지역내 한 도서관의 관장은 "도서관장 자리는 전체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이고, 전공인 사서인 만큼 도서와 관련한 전문지식과 수 십년동안 수행해온 평생 및 지식정보 관련 프로그램 등에 대한 이해가 높아 조언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보다 넓은 시야로 도서문화 트렌드를 읽고 리드해가며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을 결정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사서직 관장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이 운영하는 규모 큰 일부 시립도서관의 도서관장은 사서직이 아닌 고위 행정직 도서관장도 있지만 대부분의 도서관에는 도서관장이 사서자격증을 갖고 있고, 행정과 도서정보 등 분야별 업무를 나누어 전담인력을 배치해 운영되고 있다"면서 "사서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도서관 퇴직 공무원이 지역의 구립도서관에서 재취업 한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지만 향후 퇴직 공무원이 더 많이 배출되고 이러한 지역의 도서관 관장 공개모집이 있을 경우 재취업의 기회로 삼아 응시할 수 있를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교육청 도서관에 비해 열악한 구립도서관의 경우 도서관장은 적은 예산을 가지고 지역주민의 독서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지역주민의 평생학습과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려는 관장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자세를 갖지 않고 자리만을 지키려는 안일한 자세의 관장이 임용되면 도서관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