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발' 마을버스 생존 위기

8년간 요금동결, 기사인력난, 운행비 급증 등 "적자누적, 대출조차 안돼 임금체불 상황도"

2023-03-31     윤용훈 기자
구로 관내 마을버스 업계가 이용객 감소, 요금 동결, 운행비용 증가, 기사 인력난 등 2중 3중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적자 운행을 하면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구로지역 마을버스 업계가 코로나 발생 이후부터 현재까지 수년간 이용객감소 및 요금동결에다 운영비 급증까지 더해져 큰 재정난을 겪고 있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마을버스 업체들은 이러한 재정난을 타개할 특단의 방안이 없어 비용절감을 위해 자체적으로 버스운행을 줄여가고 있지만 이로 인한 배차간격이 길어지면서 정작 '서민의 발'인 마을버스를 이용해야하는 주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 마을버스는 일반 시내버스 등과 달리 동네 좁은 골목길을 누비가며 운행하면서 시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는 개인 사업자로서 자체 운임수익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발생 이후에도 이용 고객이 더 늘지 않고 코로나 시절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데다 8년째 요금이 동결되고 있고 여기에 인건비, 공공요금, 차량 유지비, 연료비 등 버스 운행비용이 크게 늘고 있어 힘에 부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운전기사의 이탈과 신규기사 확보도 어려워 이중 삼중의 악조건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실정이다. 

구로지역내 한 마을버스 관계자는 "마을버스를 하루라도 더 운행할수록 적자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럴 바에는 운행버스를 놀리거나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공공의 대중 교통수단이고, 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이기 때문에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받아가면서 운영하였지만 지금은 대출도 안 돼 임금체불을 하는 업체도 있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마을버스 한 업체만의 얘기기 아니라 구로구를 포함한 서울시 전체 마을버스업계의 실정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구로구내에서 마을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업체는 모두 8개사이다. △오봉운수(구로01·02·08번)를 비롯 △개웅운수(구로03·04번) △고척운수(구로05번) △구로운수(구로06번) △신오류운수(07·14·15번) △서북교통(구로09번) △수빈운수(구로10·12·13번) △수현운수(구로11번)이다. 이들 업체 모두 적자운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가 지난해 2월 조정한 1일 버스 한 대당 지원운송원가 기준인 45만7045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운송원가에 미달되면 서울시가 버스업체에 일부 지원하고 있는데 버스업계는 최근 크게 오른 연료비, 인건비, 부대비용 등을 감안하면 현재의 운송원가는 턱없이 낮다면서 최소 50만원 대로 더 올려야 겨우 원가에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현실에 맞게 1일 버스 1대당 지원운송원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또 있다. 마을버스업계는 운전기사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마을버스 기사들이 경력을 쌓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반 버스업계로 옮겨가고 있는데, 마을버스업계는 특히 일반 버스업계에 비해 임금이 낮고 근무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기사를 구하기가 갈수로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동네 곳곳 고개 운전을 감수해야 하는 위험 스트레스에다 출퇴근 시간대 도로정체 등으로 배차시간을 제때 맞추지 못해 휴식시간 없이 운전을 강행해야 하는 운행여건 등으로 이탈하는 운전기사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 예로 마을버스보다는 오히려 오토바이 배달이 보수도 좋고 일하기 낫다고 한다.

퇴사한 운전기사를 보충하려 해도 이러한 마을버스 업계의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지원자가 없어 버스운행을 제대로 운행하지 못하고 버스를 놀리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구로지역 마을버스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호소이다. 그러다보니 젊은 층의 이같은 마을버스 운전 기피로 현재 지역내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평균 나이는 60대 중반 수준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되고 있다고 한다.

구로관내 마을버스업체 8개사에서 확보하고 있는 버스는 현재 총15개 노선에 86대이지만 지난 해부터 이러한 경영악화로 구로구청에 3대를 휴업신고 해 놓고 현재 83대가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 운행되는 버스는 각 버스업체들의 버스운행 일정 조정으로 더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같이 버스운행 대수가 줄어들고 버스운행 횟수가 줄면서 배차간격을 더 늘리거나, 첫차 및 막차 시간을 단축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일부 버스업체는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기사들에게 알리고 무급휴직이나 순환근무를 권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지역내 한 마을버스업계 관계자는 "1일 버스 1대당 지원운송원가에 못 미쳐 보조금을 지급받지만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고, 계속 적자가 쌓이다 보니 은행대출을 받아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지난 몇 년간 흑자 없이 대출을 받아 운영하다보니 이제 대출도 막히고 있고, 이자도 못 내고 일부 업체는 임금도 체불된 것으로 알고 있다" 며 마을버스 재정난은 심각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같이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든 상태에서 더 나은 고객 서비스나 전기버스 및 저상버스 구입 등 재투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마을버스업체도 일반 시내버스와 같이 준공영제로 하거나 하루빨리 요금인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