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처리시설 주민반발 '일파만파'

항동 오류2동 주민들 공동대책위 구성..."소송도 검토 중"

2016-06-20     김경숙 기자
 
 
 
▲ 지난 13일 오전 구청앞에 모인 오류2동과 항동 주민 120여명이 이성구청장에게 나와 대화에 응하라며 항동 폐기물처리시설 건립반대집회를 벌이고 있다.

최근 항동 푸른수목원옆에 착공한 폐기물처리시설 '구로자원순환센터' 건립과 관련한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구로타임즈 6월6일자, 6월13일자 보도> 항동, 오류2동 등 인접 지역으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주민들은 실질적 주민공청회와 관련한 정보공개를 강력히 촉구하며 공사중지를 위한 법적 조치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항동 폐기물처리시설 건립을 둘러싼 구청과 주민간의 갈등이 한치 앞을 알 수없는 방향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1. 20여 아파트 빌라 '한뜻'
  2. 주민들 "명쾌한 설명이 먼저"
  3. 악취제거 약품 문제없나
  4. "구청과 SH 서로 떠넘기네요"
  5. 폐기물처리시설 주민 설명회 열리기는 했나?
 6. 지역정치인들 역할 기대

  7. 지역 기피시설 건립 행정 역할


◇20여 아파트 빌라 '한뜻'= 서울지역의 유일한 수목원이라는 푸른수목원 옆 항동58-1 일원에 폐기물처리시설인 구로자원순환센터가 들어서는 것과 관련한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은 한마디로 '확산일로'이다.
 
한달 전, 지상에 공원이 조성되는 사업인줄로만 알고 있다 우연히 공사현장 관계자들을 통해 지하에 2개층의 폐기물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오류2동의 금강수목원아파트 주민들이 처음 제기한 문제의식은 현재 항동과 오류2동 일대의 그린빌라, 서해그랑블 등 크고 작은 빌라단지는 물론 오류2동 일대 주요아파트단지로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연일 금강수목원 등에서 열리고 있는 '항동철길 및 푸른수목원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회의에는 약 20여개 아파트와 빌라의 대표들이 50~100명씩 참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현재 아파트와 빌라별 비상대책위는 각각의 대책위원장을 선출된데 이어 주말을 전후해 공동대책위원장을 뽑아 공동대책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는 그동안 법무법인을 통해 진행해온 법률적 검토를 토대로 한 법적 소송도 있다. 지난 17일 한 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은 "우선 공사중단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 명쾌한 설명부터 먼저"
그동안 인접지역에 폐기물처리시설이 착공되는 지 전혀 몰랐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행정에 대한 불신이 커질대로 커진 주민들은 폐기물시설 반대 서명, 현수막 부착, 폐기물처리시설 결정 관련 자료와 주민설명회여부 등에 대한 정보공개신청 등  다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구로경찰서에 7월7일까지 집회신고를 하고, 지난13일(월) 오전10시부터 구청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시위에는  오류2동 동부제강 맞은편부터 항동철길 인근 아파트와 빌라 주민 130여명이 참석, 빈페트병을 양손에 들고 "밀실행정 그만하고 공개하고" "제대로 된 공청회 실시하라" "수목원 살려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 "명쾌한 설명이 먼저" = 주민반발은 지난 3일(금) 오후 주민들 요구로 이루어진 이성구청장과의 간담회 이후 확산,조직화되고 있다.
 
당시 간담회 현장에서 금강수목원아파트등 70명의 주민들은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악취 등의 우려와 주민의견수렴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등을 하며 처리시설의 중단과 이전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성 구청장은 "악취는 없다" "이전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치도 좁혀지지 않는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자리가 된 셈이었다.
 
간담회 직후 오히려 폐기물처리시설 공사현장이 24시간 가동되기 시작하고 의문점들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주민들이 처음에 제기하던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악취는 현재 주민들의 건강과 환경권, 수목원 보호등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고, 이것은 주위 많은 지역주민들의 공동의 관심사로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악취제거 약품은 문제없나"

주민들의 우려는 악취제거를 위해 사용하는 약품 및 고온처리방식, 습기 많은 분지 등 지형구조와 풍향 등이 대기와 수질, 지역주민의 건강과 주거환경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항동철길로 불어드는 골바람의 영향이나 300, 400M내에 주택뿐아니라 어린이집 학교등도 많은 지역적 특성상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인근 한 아파트 주민은 " 최신기술로 냄새(악취)가 없어진다지만 약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며 "(구청측은) 주민들의 이같은 의문에 명확한 얘기도 공청회도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한 주민은 "하남시 폐기물처리장처럼 괜찮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 곳은 이같은 약품처리를 해도 100m나 되는 굴뚝을 통해 넓게 확산되지만, 우리지역은 (구로자원순환센터의 냄새등이) 항동철길을 따라 부는 골바람으로 고스란히 들어오게 되는 것이라 하남시 유니온파크 폐기물시설상황과 다르다"고 차이점을 지적했다.
 
대중교통등 생활기반시설 변변히 내세울 것 없는 동네라도 수목원도 있는 청정지역이라 아토피 천식 등 건강상의 이유로 이 마을을 선택했던 주민들로서는 개인과 가족들의 건강과 주거환경이 문제인 것이고, 이것이 주택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고 집값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고심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지난 14일 오후5시경 구로타임즈가 취재차 방문한 금강수목원아파트 관리사무실에는 최근 아파트 매입계약을 체결했다는 한 주부가 와 "폐기물시설이 들어오는게 맞느냐"며 걱정을 털어놓아 눈길을 끌었다.
   지하에 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설 구로자원순환센터건립을 위한 공사가 최근 시작됐다.


  "구청과 SH 서로 떠넘기네요"


이처럼 주민들의 우려와 걱정은 꼬리를 무는데, 이를 납득할수 있는 근거와 설명이 정작 이들에게 긴밀하고 책임있게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보니 행정에 대한 불신이 사태확산을 더 부채질하는 분위기.
 
현재 주민들의 최대 관심거리중 하나는 항동 폐기물처리시설건립에 앞서 주민설명회와 같은 것이 열렸냐는 것이다. 즉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행정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느냐는 것. 사전에 주민에게 알리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관련 설명회나 공청회를 개최했다면 해당자료를 달라는 것인데, 현재 납득할수 있는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금강수목원 비대위측 관계자는 말했다.
 
한 주민은 " 공청회를 했다면 (어느 쪽이든)영상이든 회의록이든 벌써 주민들에게 자료를 내놓았을 것"이라며 사전에 주민설명회를 하지 않았다는 의심을 증폭시키는 대목으로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주민들의 자료요구에 "구청에 얘기하면 SH측에, SH에 얘기하면 구청측에 알아보라고 서로 떠넘기다, 최근 SH로부터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부존재'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한 주민은 밝혔다.
 
"자료를 안주니 시위가 있는 것이고, 행정이 일을 키우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구청측은 지난3일 주민과의 간담회등에서 항동 현 부지에 착공된 폐기물처리시설과 관련한 주민설명회 개최여부에 대해 항동보금자리지구사업과 관련해 2010년에 진행했다고 설명했고, 당시 이 말을 들은 주민들은 보상받고 지역을 떠날 사람들만 대상으로 주민설명회를 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강력히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후 구로타임즈 취재 과정에서도 구로구청측은 폐기물처리시설부지가 항동보금자리 지구 내에 들어있어, 보금자리지구에 대한 주민설명회에서 일괄의제 처리 했다고 다시 한번 밝힌 바 있다. 폐기물처리시설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해 함께 처리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 지난13일(월) 오전 구로구청앞. 항동에 폐기물처리장(구로자원순환센터) 건립 반대 집회에 참석한 어르신들이 구청광장앞 쉼터에 앉아 점심으로 주먹밥을 들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구로경찰서관계자들이 빨리 해산해줄것을 계속 촉구해 '잘못은 구청이 했는데 왜 조용히 점심먹는 우리에게 그러느냐'고 반발했다. 이날 첫 집회에 나선 주민들 중 일부가 구청장이 나와 주민과대화를 가질것을 요구하다 나오지 않자 구청사 현관안으로 들어가려고 해 이를 막으려는 구로경찰과 일촉즉발의 마찰 직전까지 갔었다.



푸른수목원 옆 구로자원순환센터건립을 위한 공사현장.

  폐기물처리시설 주민 설명회 열리기는 했나?

   
그러나 지난16일 폐기물처리 시설 관련한 구로타임즈 취재과정에서 구청측 한 관계자는 "소각장이나 음식물처리시설이 들어서는 경우는 주민설명회를 해야 하지만, (항동 구로자원순환센터처럼 소형 차에서 대형 차량으로 옮겨 싣는) 적환장의 경우는 법적으로 주민설명회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즉 법적으로는 현재 항동 푸른수목원 옆에 조성하고 있는 지하2층의 폐기물처리시설은 주민설명회 의무대상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항동보금자리내의 문제로 일괄처리해 주민설명회를 했다면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공람내용에 폐기물처리시설과 관련한 내용이 담겨있고 이에 대한 진행이 일부라도 된 사실을 주민들에게 공개하면 되는 것이지만, 현재 주민들의 정보 요구에도 관련 자료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법적으로 설명회를 해야 할 의무가 없어서 안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6월14일 구로구청 환경과가 공람공고를 낸 '서울항동 보금자리주택지구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초안)'를 보면 6월23일 오전 오류2동에서의 주민설명회 개최계획과 17쪽 분량의 환경영향평가요약문에서는 폐기물관련한 내용을 찾아볼수 없었다.
 
주민의 삶과 직결된 사안에 대한 안내를 한다고 하는 것이 형식적인 것은 신문공고도 마찬가지다. 금강수목원아파트 강경원 비상대책위원장은 폐기물처리장이 현재의 부지로 위치를 변경한 것과 관련한 신문 공고를 봤더니 일간지에다 폐기물처리시설이라고만 써놓았다며 주민들이 별로 접하지 않는 매체에다 기본상세내역도 담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며, 주민들에게 알리려는 노력이 미흡했다고 쓴소리를 냈다.



 
 



 지역정치인들 역할 기대

'쉬쉬하며 이루어진 밀실 행정'만큼이나 구청측의 폐기물처리시설 홍보물 배포도 일부 주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같은 아파트내 주민인 통장을 통한 배포로 주민간 갈등을 야기시켜 분위기가 좋지 못한 상황.
 
구로타임즈가 취재차 방문했던 지난 14일 오후 오류2동  지역 한아파트에서는 구청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온 13일 저녁 통장인 아파트 주민이 구청 홍보물을 각 세대 우편함에 넣었던 사실이 다음날 CCTV를 통해 밝혀져 서로 섭섭함과 미안함으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당일 동주민센터 공무원의 부탁으로 홍보전단지를 넣었다가 나중에 '아니다싶어 다시 뺐다'는 한 통장은 구청에서 이런 식으로 주민들간에 갈등을 조장하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속상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절대적인 정보부족과 허심탄회한 대화통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현재 이같은 문제의 돌파구로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한 주민은 지난17일 "구청에 비해 정보력 등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주민들 편에 서주었으면 하며, 주민이 부탁하기 전에 사태가 이렇게 가고 있으면 먼저와서 주민의 중재역할을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주민은 지역정치인 가운데  김희서 구의원(정의당) 외 특별히 관심갖고 도와주는 이가 없었다”고 말한뒤 18일 이인영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과의 면담도 예정돼있다고 말했다.
 
18일(토) 오전 9시 금강수목원아파트 서해그랑블등 이 일대 비상대책위원장 7,8명은 개봉동에 소재한 이인영 국회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이 의원과 한시간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이날 취재차 현장을 방문한 구로타임즈에게 이인영 의원은 "취재를 하게 되면 불편하다"며 나가줄 것을 요청했다. 이 의원은 주민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향후 구청장과 조정할 것 등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대화내용이 공개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면담에 앞서 주민들은 지난 13일 오후 구청앞에서 반대집회를 벌이다 경찰측의 해산 촉구로 대절버스를 타고 귀가하다 개봉동 이인영국회의원 사무실에 들려 주민측 입장과 회의 일정을 잡아줄 것을 직원에게 전달한 바 있다.  
    
   130여명이 버스를 대절해서 참석한 지난 13일 구로구청앞 오류2동 주민들의 항의 집회현장. 구청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다 구청안으로 일부 주민들이 들어가려하자 경찰의 강력한 대처로 물리적 충돌을 우려한 주민대표중 한명(사진 왼쪽)이  분노한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주민들 바람은

이제 공사가 시작된 구로자원순환센터사업과 관련해 지역주민들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물론 공사중단과 이전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주민들의 고민과 불안을 헤아린다면 구청측이 공사를 일단 중단하고 성의있는 대화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현 시점에서 주민들이 요구하는 한결같은 바람이다. 또 현재 주민들이 궁금해하며 불안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사안과 관련한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주민은 "(구청측이) 최신공법이니 괜찮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렇게 자신있으면 그 전부터 그랬어야 했던 것 아니냐. 반대할 것 같으니 몰래몰래 했던 것아니냐"며 "명쾌한 답변을 듣고 싶은 것인데 그것이 없으니 건립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주민들사이에서는 구로자원순환센터에 음식물쓰레기적환장이 왜 들어오게 된 것인지,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이 들어오는 것은 아닐지, 단순히 적환장시설인것인지, 시공업체의 시공능력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의 꼬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 기피시설 건립 행정 역할
따라서 하남시 유니온 파크 폐기물처리장처럼 괜찮다고 말로만이 아니라 각 의문을 풀어줄 타당성조사등의 각종 자료와 내부 운영시설 등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인 상황이다.
 
필요하다면 환경영향평가 전문가나 단체와의 합동조사와 사회갈등전문가등 외부 각계 전문가들을 통해 불신과 교착상태를 풀어가는 것도 방법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명한 열린 행정과 민관거버넌스를 외치는 시대사회적 변화에 맞는 주민기피시설 건립 프로세스의 대대적인 전환도 시급한 상황이다. 지역주민의 현 문제제기를 제도적인 시스템속에 녹아내면 지역발전을 위한 참신한 아이디어와 전국적인 모델사례가 될수 있다는 행정의 혁신적 사고 전환도 필요하다.
 
외국의 선진사례와 같은 변화를 향한 결정은 결국  일선 공무원이 아니라, 구청의 '최종결정권자'인 구청장에게 있을수 밖에 없어 지금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