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지역 어르신 위한 프로그램 지원 시급

경로당의 무료한 일상, 화투 장기 TV시청 "고령층 위한 다양한 강좌, 강사예산 등 필요"

2023-02-17     윤용훈 기자
동네 경로당 등을 이용하는 고령층 어르신들이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보다 즐겁고 건강한 생활을 할수 있도록 다채로운 취미여가 프로그램 개발 운영과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로타임즈 사진DB)

 

구로구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20%에 육박한 가운데 고령의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동네 경로당에서 이들 어르신들이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 활성화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로관내 200여개 구립. 사립경로당 가운데 일부 경로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로 2년 여간 중단해온 특화 프로그램 등을 재개해오다 금년에도 연 초부터 프로그램을 진행 또는 준비 중에 있다. 

구로4동의 한 구립경로당 회장은 "60,70대 노인들은 동네 경로당보다는 시설이 잘돼 있는 노인복지관 등에서 취미활동을 하면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는 반면에 거동이 불편하거나 80대 이상 노인들은 동네 경로당을 자주 찾아 대부분 화투, 장기, 바둑, TV시청, 대화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경로당에서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해도 어르신들이 고령의 나이라 움직이기 귀찮아해 처음엔 참여율도 낮고 반응도 좋지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적응도 되고 재미있어 해 올해 초부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그동안 습관적으로 앉아서 하는 화투나 TV시청 등이 익숙해져서 강사들과 같이 어울려하는 프로그램이 생소해 거부감을 나타냈지만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강사들과 친밀감도 생기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지 않게 되면서 반응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봉1동의 한 경로당 회장은 "회원들이 건강하고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스크린 시설을 갖추고 노래교실, 풍물놀이, 스마트기기 교실 등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어르신들이 보다 활동적이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진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로당에서의 프로그램 진행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대한노인회 구로구지회가 중심이 돼 구로구청 예산지원 및 관련기관과 연계하여 경로당 특화프로그램 및 순회프로그램을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해 12월까지 진행한데 이어 올해에도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구로구체육회와 구로노인종합복지관도 동참하고 있다.

노인회 구로지회는 구로구청으로부터 경로당 특화프로그램 및 순회프로그램을 위탁받아 원하는 경로당부터 특화 및 순회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구로노인종합복지관은 경로당 활성화 사업을 통해 구로관내 50개소 경로당을 선정해 프로그램 진행을 원하는 경로당과 협약을 맺고 3월부터 연말까지 취미, 여가, 건강, 디지털 강화 등을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구로구체육회도 생활체육지도사 배치사업을 통해 노인회 구로구지회 및 구로구노인종합복지관과 연계하여 경로당에 생활체육지도사를 파견하여 건강 및 체력증진 관련 프로그램을 3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생활체육 지도사 파견을 필요로 하는 경로당에 찾아가 주 1, 2회 약 40분간 생활체육 및 스트레칭 교육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경로당은 공간이 비좁고, 고령의 어르신들이라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여 처음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친해져 어르신들이 오히려 기다리는 등 효과가 좋다"면서 "올해에는 경로당을 찾아가 체육활동 외에도 안마나 말벗도 해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 예산·공간 등 과제= 하지만 경로당 프로그램 진행이 이처럼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경로당은 외부인이 찾아오는 것을 거부하거나, 경로당 회장이 프로그램 진행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태도로 인해 경로당 프로그램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경로당 프로그램 진행과 관련, 서울시 지원 예산 외에 구로구의 별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고, 작은 경로당의 경우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경로당 프로그램 확대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인회 구로지회 관계자는 "특화프로그램 및 순회프로그램 예산은 100% 서울시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어 많은 경로당에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려 해도 예산부족으로 할 수 없는 실정이고, 프로그램 확산을 위해 경로당 회장들에게 인문교육 등을 통해 프로그램 필요성에 대한 인식전환을 해 나가고 있다"며 "구로구의 경로당 프로그램 예산이 별도 편성되어야 한다"고 했다. 

구로4동 경로당 관계자도 "회원 어르신들에게 한글교육 강좌를 개설할 생각이나 강사비 지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래서 대안으로 지역의 대학생이나 봉사자를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태"라며 "구청에서 경로당 프로그램 개설시 강사비를 지원해 주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경로당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별도의 강당이나 공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은 어르신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을 감안해 이제는 각 동네마다 경로당을 새로 확장하기 보다 많은 어르신들이 프로그램, 식사, 취미 및 일자리 활동 등을 일시에 할 수 있도록 기존 경로당을 통합하거나 규모 있는 거점형 복합노인시설을 신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루를 무료하게 살아가야 하는 어르신들의 즐겁고 건강한 생활을 위해 현장에 맞는 특성화된 다채로운 프로그램 개발과 강사비 등의 예산지원 등에 대한 고민과 대책을 더 이상 늦출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