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동 우마길 상권 '찬바람'

' 중국교포 거주자 감소세 … 일자리 방세 등 유인력 떨어져

2022-11-18     윤용훈 기자

 

 

가리봉동 재생사업으로 우마길이 정비돼 이곳 상권은 종전보다 나은 환경이 됐지만 경기침체 및 중국교포가 줄어들면서 찬바람을 맞고 있다

지난 16일(수) 늦은 오후 중국교포 및 중국 외국인(한족)들이 많이 이용하는 가리봉동 우마길 300여m 거리 상권에는 오가는 행인들이 드물고 상점을 찾는 고객은 더 없어 찬바람 만 불고 있었다. 

더욱이 우마길 옆 골목에 형성된 가리봉동 전통시장은 더욱 썰렁한 모습이다. 예전 같으면 우마길이나 시장에는 중국어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붐벼 마치 중국에 있는 어느 시장에 온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 자취가 사라지고 쓸쓸한 거리 및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몇 년전 가리봉동 재생사업으로 우마길에 바닥 등이 새롭게 깔리고 정비되면서 깨끗한 거리로 바뀌었고, 가리봉동 시장도 아케이드 현대화사업으로 쾌적해 지는 등 가리봉동 우마길 상권이 새롭게 정비됐지만, 경기 침체 탓도 있겠으나 코로나 발생 이후부터는 상권이 서서히 침체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리봉동 시장 관계자는 "평일 낮에 시장에 찾아오는 고객이 거의 없어 쓸쓸한 모습이고, 단지 저녁 잠깐이나 주말에만 고객들이 찾을 정도로 시장 경기가 좋지 않아 하루 평균 약 400명 내외가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시장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 비하면 고객이 절반이상 줄었고, 장사가 안 돼 빈 점포 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가리봉 시장을 찾던 고객들 중엔 상품회전이 빠르고 구색이 잘 갖추어진, 인접한 구로동 일대 남구로시장이나 구로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우마길에서 장사하는 점포도 마찬가지라고. 대부분 상점이 문을 열고 영업 중이었지만 고객이 거의 없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거나 TV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상인은 "보시다 시피 거리가 한적하고, 현장에서 일 하는 노동자들이 크게 줄어서 인지 장사가 안 된다"며 "물가도 올라가고 집세도 비싸다 보니 중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같이 가리봉동 중심로 우마길 상권이 침체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로 소비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씀씀이 등이 큰 중국교포들이 떠나고 그 자리에 한족들이 들어오면서부터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소리들도 현장에서는 많이 나왔다. 

"예전에는 중국교포가 처음 한국에 들어오면 중국교포가 많이 거주하고 주거비가 저렴하고, 인력시장이 형성된 남구로역 주변인 가리봉동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교포들도 줄은 데다 입국 시에 일자리가 정해진 지방이나 수도권에 바로 정착하는 추세"라며 굳이 가리봉동을 찾지 않아도 일자리를 구하면서 한국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대신에 가리봉동에는 중국교포보다는 단기 비자로 중년층 한족들이 더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한족들은 말이 잘 통하지 않아 중국교포보다 인건비가 훨씬 낮아 중국교포가 팀장이 돼 현장 일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가리봉동 거주 한족들이 중국교포에 비해 수입이 적어 소비력도 낮다는 것이다. 한 예로 한족들은 아침 및 점심을 건설현장에서 해결하고 저녁도 간단한 식사로 끝내기 때문에 반찬 몇 가지 정도만 사 먹지 외식이나 시장을 보지 않는다는 것.

가리봉동 상권이 침체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교포 거주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돈을 벌어 자리를 잡은 중국교포들은 가리봉동보다는 주거환경이 좀 나은 구로동 지역이나 대림동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다 가리봉동 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 종전 '쪽방'이 밀집됐던 노후 된 건축물 자리에 신축 빌라들이 해마다 많이 들어서면서 거주할 수 있는 세대 공간이 종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데다 방세도 비싸져 중국교포 인구가 줄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국내 건설경기 등이 침체되고, 코로나 영향으로 중국에 재입국 했다 중국에 괜찮은 일자리가 생기면 다시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구로구에 등록된 외국인 및 외국국적동포는 9월 말 현재 총 4만6728명(외국인 2만3389명, 교포 2만3339명)으로 집계돼 근년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9년 5만4633명(외국인 2707명, 교포 2만1926명)이던 것이 2020년에는 5만6명(외국인 2만8080명, 교포 2만2513명), 21년에는 4만7392명(외국인 2만4409명, 교포 2만2983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