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검진키트 구입 '허탕' 주민들 '발동동'

자가검진키트 판매 3일째, 구로지역은

2022-02-18     정세화 기자

지난 14일(월)부터 방역 당국이 모든 편의점과 약국에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하도록 '자가진단키트 유통 안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구로지역 현장은 '제2의 마스크대란'을 연상시키는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취재결과 지역내 판매 현장은 키트를 구매하려는 '주민'도, 키트를 판매하려는 '점주'도 자가진단키트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주민들 '불안 불안'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백신 접종도 안 했는데 어린이집, 학교, 학원 전부 '자가진단키트'로 음성인 걸 확인해야 등원, 등교할 수 있다잖아요. 근데 키트를 구하러 여기저기 다녀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코로나 초기에 마스크를 못 구하던 경험이 있으니까 엄마들 톡방에서는 미리 집에 사다 놓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알음알음 재고 있는 곳을 공유하기까지 한다니까요"

자가진단키트 판매가 한창이던 지난 16일(수) 구로동에서 4살과 6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 김 모씨(36)는 '자가진단키트 구하기'가 제 2의 마스크대란으로 번질까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 씨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이후,  어린이집에서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주마다 한 번씩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지'를 가져오라고 한다며, 검사 결과가 없으면 아이들은 등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검사를 위해 '임시선별검사소'나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해야 하는데, 추운 날 아이들을 데리고 임시선별검사소까지 가는 것도 힘들고, 검사소를 방문하더라도 아이들이 겁을 먹고 울어버려 검사가 수월치 않기 때문에 주위 부모들은 집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하는 것을 선호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PCR검사 의무대상이 분리되고 선제검사의 경우 자가진단키트를 이용하라는 방침이 나오자, 기존 키트를 팔던 약국에서도 재고가 동나고 언론에서는 '약국과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하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방문하면 재고가 없어 허탕을 친 경우가 많았다고.

김 씨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검사)키트 사재기 조짐까지도 보이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량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공적마스크 판매'처럼 제대로 된 판매 가이드라인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 하기도 했다.

 

◇약국도 고충 토로 = "자가진단키트요? 없어요. 오전에 들어오면 반나절이 뭐예요, 2시간이면 동나요. 손님들은 하루에도 수십 명씩 와서 '언제 팔아요, 왜 안 팔아요, 언제 들어와요'라고 질문하는데... 손님 대응하랴, 약 조제하랴, 그 와중에 검사키트 들어오면 소분 포장하랴... 그냥 안 파는 게 나아요."

지난 3일(14~16일)간 구로타임즈가 '자가진단키트' 판매 실태 취재를 위해 구로구내 약국 및 편의점 약 50여 곳을 방문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판매처들은 한숨과 볼멘소리등을 쏟아냈다. 취재중 방문한 약국들 중 '자가진단키트' 재고가 남아있는 곳은 7개 내외의 약국뿐이었다. 

지난 16일(수) 고척 1동에 위치한 A약국 관계자는 '자가진단키트가 애물단지가 됐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그는 "이전에는 진단 키트가 박스로 개별포장돼 물량이 전달됐는데, 정부 정책 이후 이번 주 들어선 대용량으로 들어와 약사들이 직접 자투리 시간에 봉투에 하나하나 넣어 소분하고 있다"며 처방약을 조제하기도 바쁜데 검진키트까지 판매하다 보니 업무가 과열돼 직원들 불만이 크다고 토로했다.

약국 관계자는 이어 (14일) 첫 판매일에는 5개로 제한하니 키트가 너무 빨리 팔려서, 어제는 더 많은 손님에게 팔기 위해 '1인 1개'로 제한했더니 손님들과 하루 종일 언성을 높여야 했다면서 약사들 사이에 '이럴 거면 안 파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판매업계 상황을 전했다.

'자가진단키트' 재고 여유가 있는 일부 약국에서도 입을 모아 "곧 재고가 떨어질 수 있으니 오늘 빨리 사는 게 낫다" 또는 "1인당 1개만 구매 가능하니 양해를 부탁한다"등의 안내 등이 이어졌다.

 

◇편의점 "소진 또는 판매전" = 편의점 또한 '진단키트 품귀현상'은 다르지 않았다. 구로타임즈가 지난 3일(14~16일)동안 지역 내 편의점 30여개 곳을 방문했지만, '자가진단키트'를 살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아직 판매전이거나 얼마안되는 수량이 모두 다 소진된 상태였다.

구로5동의 B편의점 관계자는 "(16일 기준) 화요일과 금요일에 (진단)키트가 들어올 거라 본사로부터 안내받았지만, 어제(15일) 들어온 수량은 고작 20개도 되지 않았다"며 손님들 또한 '1인 5개 구매제한'에 맞춰 한 번에 5개씩 구매하다 보니 진열 30분도 안 돼서 다 팔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취재차 방문했던 GS25, CU, 이마트24 등의 점포들도 저마다 '물건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 판매할 수 없다' '오늘 재고가 다 팔렸다'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일부 점포들은 '소분 준비가 끝나지 않아 판매할 수 없으니, 2~3시간 뒤에 다시 와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다보니 '제2의 마스크대란'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판매 현장에서는 정부가 사전에 검사키트 물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최대한 판매현장과 구매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검토한 후 정책으로 공표해야 했다는 따가운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일파만파로 퍼지며 구로지역 일일확진자 수가 1천명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주민들 불안이 높아지는 만큼, 방역현장과 주민들 피로도가 가중되지 않도록 정부와 방역당국은 '자가방역'에 대한 내실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